모나리자의 유혹

국립 피카소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미테랑 도서관(대통령 역임, 1916~1996)이 있다. 1995년 건립 시 의자 하나만도 300만원씩 할 정도로 통 큰 투자를 한 'TGB(초대형 도서관)'이다. 덕분에 세계 현대 도서관의 기원과 모델로 등극한다. 건축가 페로가 대한민국 화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4권의 책이 펼쳐진 모습으로 설계했다고 한다. 프랑스는 이처럼 적극적으로 자국민의 두뇌개발과 외국 두뇌의 영입으로 나라의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그 원조가 프랑수와 1세(1494~1547)이다. 그는 왕립도서관을 세우고 “모든 책은 국가에 제출해야 한다.”는 법을 제정한다. 곧 모든 법령을 프랑스 말로 바꾸니 프랑스 말은 유럽공용어가 되고 세계화에 성공한다. 이탈리아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을 한 눈에 알아보고 프랑스로 초청한다. 다빈치는 애제자 프란체스코 멜치와 함께 나귀를 타고 피렌체 산맥을 넘어 프랑스로 온다. 그의 가방에는 그림 3점이 들어 있었다. 왕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빈치를 아버지처럼 진심으로 모시면서 후원했다. 3년간 프랑스에서 많은 발명과 건축을 한 다빈치는 왕이 임종한 가운데 죽는다. 다빈치는 왕에 대한 보답으로 평생 옆에 끼고 다니던 그림을 선물을 한다. 그 중에 하나가 평가액이 2조원을 넘는다는 '라 조콘다'로 곧 '모나리자'이다. 모나리자의 엷은 미소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루브르가 인산인해가 되도록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전쟁을 자주 일으키다가 적군의 포로가 되기도 한 풍운아 프랑수와 1세는 이처럼 국내외의 두뇌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프랑스의 르네상스를 선도하였다.

파리지앵에게는 지금부터 겨울까지가 가장 열심히 일하는 계절이다. 중요한 이벤트와 전시회가 열리면 파리에서 두 시간이 조이 걸리는 루앙까지도 호텔잡기가 어렵다.

이 가을, 어김없이 이브 몽땅의 '고엽'이 울려 퍼지고 세느강은 흘러갈 것이다.
세월처럼.
나만 남긴 채.

미술의 미래

머지않아 노동에서 영원히 해방되고 수명도 길어질 인간에게는 시간이 남아 돌 것이다. 자연히 자신을 표현하는 창조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지금도 치매예방의 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머지않아 사이보그 화가나 Al를 활용하여 그 누구의 그림이라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3D 프린트로는 어떤 조각이라도 만들어 낼 것이다. 사물 인터넷으로 모든 공간은 움직이는 캔버스가 되고, 특수기법이라 할지라도 빅 데이터로 모두에게 공유될 것이다. VR 등 가상현실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하여 고흐, 모네, 피카소, 이중섭처럼 보는 환경 속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휴식하고 즐기는 기술도 개발될 것이다. 또 TV, 첨단조명, 웨어러블 PC 등에 의해 더욱 강렬해진 시각 정보가 범람할 것이다. 인간의식의 여명기부터 알타미라 동굴벽화, 종교시대, 르네상스를 지나 현대까지 지구 곳곳에서 인류의 진화를 따르거나 선도하면서 지금에 이어진 미술은 과연 우리 세대에서 끝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다만 이제부터 화가는 기계와 인공지능이 결코 이룰 수 없는 인간만의 '영혼'과 '육체'와 그 둘을 이어주는 '기'라는 에너지에 주목해야 할 때가 왔다. 사람은 삶과 죽음, 곧 생기와 사기를 느끼고 겪을 수 있기에 다양한 정서가 피어 날 수 있다. 그 곳은 죽을 수 없는, 그래서 살아있는 것이 아닌 기계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혼의 영역이다. 기(에너지)가 들면 살고, 기가 빠지면 죽는 것이 생명의 법칙이다. 앞으로는 기계가 못 느끼는 기의 운용을 통해 영혼을 힐링 하는 미술이 대세가 될 것이다.

'기'는 무엇인가? 우리 몸과 영혼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우리민족의 지혜를 통해 알아보자.

우아일체. 장영주 작. 수채. 종이. [사진=장영주]
우아일체. 장영주 작. 수채. 종이. [사진=장영주]

몸, 지화자 좋다!

내 집에는 내가 산다. 그렇다면 내 몸집의 주인은 누구인가?
한민족의 말에는 한민족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미학은 철학의 산물이기에 우리의 철학을 알면 알수록 우리의 미와 문화를 더욱 깊이 알 수 있다. 우리 철학의 한 가지 특징은 '얼'의 문화이다. '얼'은 '어울림'이다. '얼라(알라)'는 남자의 알, 여자의 알이 어울려 탄생한 아기이고 '어린이'는 얼이 여린 이, '어른'은 얼이 너른 이, '어르신'은 얼이 신처럼 밝은이다. 눈, 코, 입, 귀 등의 굴(구멍)로 입력된 정보가 뇌에서 어울린 뒤에 출력된다고 '얼+굴'이다. 영어의 'Face' 나 한자의 '안면'으로는 절대 설명되지 않는 진리가 함축되어 있다.

'몸'은 모든 것이 모여 있다고 몸이다. 뼈, 살, 혈관, 심장, 팔, 다리 등 육신뿐 아니라 감각, 감정, 정서 등도 모여 있다. 또 기(에너지)의 중추인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도 모여 있다. 보이는 세계를 넘어 안 보이는 기를 느끼기 시작하면 내 몸집으로부터 더 큰 지구별이 나의 고향 집임을 알게 되고 궁극적으로 우주와 내 몸집이 하나임을 깨닫는 '우아일체'의 한마음에 이른다. 그래서 영혼이 깃든 마음의 집이 '몸집'이다. 영은 정보이고 혼은 그 정보를 활용하는 주인이다. 서양의 시각으로는 결코 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

나만 알 뿐인 사람은 '나쁜 사람'이고, 서로 잘 어울려 조화로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하늘의 씨가)사람이라는 꽃으로 땅에 피어나니 조화롭다. 그래서 '지화자 좋다.' 라는 신명나는 추임새가 있다.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 있다."는 천지인 합일의 철학이 펄펄 살아있는 우리 문화의 산물이다.

우리 몸은 하늘과 땅이 하나로 모아져 비로소 피어난 거룩한 꽃인 것이다.
지화자-! 얼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