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와 태풍의 시간이 지나고,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맞아주는 걷기 좋은 계절이 왔다. 2007년 이맘때쯤 ‘걸음아 날 살려라 – 운명을 바꾸는 걸음걸이, 장생보법’이라는 책을 출간한 후로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나 지금이나 걷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기본 건강법’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걷기’는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에 모두 효과적인 운동법이다. 걷기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600개가 넘는 근육과 그와 함께 움직이는 200여 개의 뼈를 모두 동원하는 온몸운동이다. 특히 발바닥을 통해 몸 전체에 수없이 뻗은 신경을 자극하고, 다리의 혈액순환과 물질대사를 활발하게 일으켜 하체의 근육을 단련시켜 주고 노화 예방을 돕는다.

걷기는 뇌에 산소를 효과적으로 공급해 준다. 뇌는 체중의 2% 정도로 작지만, 인체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부위다. 심장에서 나가는 피의 15%를 소비하고, 활동하지 않고 쉬기만 해도 호흡을 통해 들어오는 산소의 25%가량을 소비한다. 그래서 뇌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려면 제2의 심장이라는 발을 움직여서 심장의 움직임을 도와줄 수 있다. 걷기로 전신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산소공급이 잘 되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열심히 걷는 것만큼 잘 걷는 것도 중요하다. 걸음걸이를 바꾸면 기분이나 감정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걷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분이 처질수록 당당하고 활기차게 걷다 보면 그 걸음걸이에 맞는 유쾌한 기분이 되고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을 쓰는 만큼 기운도 바뀌는 것이다.

자세가 바르면 시야가 넓어지고 더 잘 볼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웅크린 자세에서는 시야가 좁아지고 제대로 볼 수 없다. 긍정적인 상태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부정적인 상태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실제로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로 걸을 것인가.

기왕이면 바른 자세로 행복을 주는 걸음걸이를 선택하라. 설령 행복한 일이 없다고 해도 행복을 선택하라. 결국, 그 선택이 당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건강해지고 싶으면 건강하게 걸으면 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하게 걷고, 평화를 원하면 평화롭게 걸으면 된다. 모든 것은 당신이 선택한 대로 이루어진다.

건강하고 행복한 걸음걸이로 장생보법을 추천한다. 세계 각국의 장수촌을 조사하면 언덕이나 산에 있는 곳이 많다. 언덕과 산을 아침저녁으로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발 앞쪽에 체중이 실리는 걸음을 걷게 된다. 거기에 장수의 비밀이 있다. 장생보법은 편안하게 발을 11자로 하고 서서 몸을 ‘아주 살짝’ 앞으로 향하게 한다. ‘아주 살짝’은 용천에 의식을 두고 발가락에 힘을 살짝 주는 것이다. 그런 느낌으로 서면 발바닥 전체에 체중이 분산되면서 힘이 무릎과 고관절, 단전으로 기운이 올라가 몸의 중심이 잡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슴과 목, 정수리 백회로 기운이 연결되어 뇌에 자극을 준다.

장생보법이 일반 걸음과 다른 점은 발가락 끝까지 힘을 주어 뇌를 활성화하는 데 있다. 발가락에 힘을 제대로 주기 위해서는 용천(湧泉)과 발가락을 함께 꽉꽉 눌려줘야 한다. 용천은 한의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경혈로 ‘인체에 있는 생명의 기가 샘처럼 솟아 오른다’라는 뜻을 지니며, 위치는 발바닥을 3등분 한 앞쪽 1/3이 되는 곳으로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갈라진 곳에 있다. 용천과 발가락을 잘 눌러주면 뇌에 전달되는 힘이 달라진다. 뇌에 불이 켜지도록 하려면 용천에 버튼이 달렸다고 생각하고 지압하듯이 누르면서 걸어보라. 정신이 맑아지고 의식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때 뇌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살다 보면 어려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다. 마음이 아플 때, 사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앞이 캄캄해서 안 보일 때는 걷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다.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가 되면 허황된 갈망이나 잡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일이 막힐 때는 무조건 걸어라. 걷다 보면 불필요한 생각은 절로 떨어져 나간다. 누군가에게 답을 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답을 알게 된다. 신선한 에너지가 몸 구석구석까지 막힘없이 흐르기 시작하면 의식은 명료해지고 사고는 단순해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자연스럽게 나뉘고 순간적인 판단력과 직관력이 나오고 행동도 적극적으로 된다.

기혈순환이 잘되면 다른 생활 습관도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바뀌게 된다. 생활 속에서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좋은 습관이 복을 부르고 좋은 습관이 행복한 인생을 만든다. 걷기만 잘해도 운이 좋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