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완도 보길도는 뛰어난 자연 경관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이다. 이곳에는 ‘부용동 정원’이라 불리는 고산 윤선도의 유적이 있어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윤선도 원림은 담양에 있는 양산보의 소쇄원, 강진에 있는 정약용의 백운동 정원과 함께 대표적인 조선시대의 별서정원(別墅庭園)이다. 보길도의 자연 경관에 매료되어 이곳에 머문 고산은 보길도 안쪽에 자리를 잡고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과 닮았다 하여 ‘부용동(芙蓉洞)’이라 이름을 지었다. ‘세상 밖인 듯 아름다운 경치(物外佳境)’를 품은 보길도에서 그는 당시 시끄러웠던 세상과 멀리하며 ‘세상 밖에 사는 듯 한가로운 사람(物外閒人)’의 삶을 살고자 무릉도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김건일, 어깨 위에 서서, 112x162cm, Oil on canvas, 2018. [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김건일, 어깨 위에 서서, 112x162cm, Oil on canvas, 2018. [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하지만 윤선도의 유적지로 알려진 보길도에는 비단 고산에 관한 역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독특한 지형의 섬 안에 담겨진 자연과 직접 가서 보면 고산이 남긴 유적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섬의 일상도 경험할 수 있다. 섬 속의 낙원 보길도에서 자신의 이상향을 꿈꾼 윤선도의 발자취를 쫓다 보면 어느새 그곳의 역사와 문화, 현재의 자연과 생활 속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김단비, 별유천지(別有天地), 97x162.2cm, 광목천에 혼합재료,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김단비, 별유천지(別有天地), 97x162.2cm, 광목천에 혼합재료,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는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지난 1998년부터 개최해온 대표적인 연례 전시로 남도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예술,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다. 전국에서 모인 예술인들이 해당 지역의 전문가와 함께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답사한 후, 그곳에서 느낀 각자의 생각과 영감에서 비롯된 작품과 다양한 결과물을 모아 전시하고 책으로 엮어왔다. 열아홉 번째 주제인 올해 전시의 답사지는 연꽃을 닮은 섬 ‘보길도’이다.

박일구, Sea of silence 1, 54x54cm, Digital print,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박일구, Sea of silence 1, 54x54cm, Digital print,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5월의 마지막 주, 답사를 위해 광주에 모인 예술인들은 먼저 해남에 있는 정원이 아름다운 해창주조장을 방문하여 남도의 독특한 맛과 정취를 맛보았다. 해남에서 다시 출발한 답사 팀은 땅끝항에서 40여분의 뱃길로 노화도 산양진항에 도착하여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보길대교를 건너 마침내 오후 늦게서야 보길도에 다다랐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섬의 남서쪽 끝에 있는 공룡알 해변.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망끝 전망대에서 빼어난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보길도와 첫인사를 나눴다.

양나희, 삶, 풍경_44x94cm, 골판지, 유채,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양나희, 삶, 풍경_44x94cm, 골판지, 유채,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이튿날 섬의 동쪽 가장 끝자락 해안 절벽에 우암 송시열이 귀향길 심정을 토로한 시를 새겨 놓은 ‘글씐바위’ 앞에 앉아 서인 송시열과 남인 윤선도의 논쟁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보았고, 정자리 완도향토유적 5호로 지정된 故 김양제 씨 고택에서 지금까지도 섬의 한자리를 고즈넉이 지키고 있는 그 후손의 이야기도 들었다. 혜일 스님의 부도탑으로 추정되는 탑과 1백여 가지의 나무가 살고 있는 정원을 탐방했다.

하루, 산수를 담다(보길도 기행도), 130x200cm, 한지에수묵채색,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하루, 산수를 담다(보길도 기행도), 130x200cm, 한지에수묵채색,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섬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부용동 원림은 입구에 있는 세연정을 시작으로 현지 전문가와 함께 윤선도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주변 경관이 물에 씻은 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란 세연정의 의미처럼 어지러운 세속에서 벗어나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13년 동안 보길도에서 은둔생활을 한 고산의 삶의 흔적을 마주하였다. 그의 주거공간이었던 낙서재와 아들 학관이 거주하며 휴식을 취할 목적으로 조성한 곡수당, 격자봉의 맞은편 산기슭에, 낙서재터가 내려다보이는 동천석실에서 서책을 즐기며 현실의 좌절과 갈등에서 벗어나 초속적인 자유를 얻고자 한 윤선도의 삶을 생각했다.  

이현열, 예송리 바닷가, 53x72.5cm, 한지에 수묵채색,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이현열, 예송리 바닷가, 53x72.5cm, 한지에 수묵채색,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작가들은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해남에 있는 윤선도 유적지를 찾았다. 해남 윤씨의 종택인 녹우당과 유물박물관의 주요작품을 보며 고산의 생활배경을 더 깊이 이해하고, 보길도와 고산 윤선도를 다방면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2박3일의 보길도 여정을 마쳤다.

이진영, 사이의 풍경-보길도, 70.5x130cm, Inkjet Print on Hanji Paper,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이진영, 사이의 풍경-보길도, 70.5x130cm, Inkjet Print on Hanji Paper,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동백꽃이 지는 봄날 떠난 이번 답사는 보길도에서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고산에게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답사를 함께 한 작가들은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일상이 제공하는 주제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차분하고 솔직하게 묘사하였다.

왕샤, 외딴섬, 120x90cm, 흑백목판화,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왕샤, 외딴섬, 120x90cm, 흑백목판화,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연꽃을 닮은 이상향, 보길도는 370여 년 전 고산 윤선도가 터를 잡은 보길도에서 작가 17명이 받았던 감동을 한 자리에서 느끼게 하는 전시다.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8월23일부터 9월30일까지 열린다.

이지영, 기원(祈願), 가변설치- 사진, 나무, 시바툴에 아크릴 채색 등 혼합재료,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이지영, 기원(祈願), 가변설치- 사진, 나무, 시바툴에 아크릴 채색 등 혼합재료, 2018. [사진=광주신세계갤러리]

■전시 개요

- 대표작품전 시 명: ‘남도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연꽃을 닮은 이상향, 보길도
- 전시기간: 광주신세계갤러리 2018. 8. 23 (목) – 9. 30(일)
- 전시내용:
.광주신세계 개점기념전의 일환으로 남도문화의 독자성과 우수성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소개
.전국의 유명 작가들이 보길도를 직접 답사,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확인, 공감, 교류
.보길도의 자연과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 등을 자유롭게 표현한 40여 점의 회화, 드로잉, 입체, 설치 작품 전시
- 전시작가: 광주 및 기타지역 작가 17명
김건일, 김단비, 김상연, 김시영, 김지영, 김효숙, 박일구, 송은영, 양나희, 왕샤(王霞), 이지영, 이진영, 이현열, 장진, 차규선, 최정우, 하루.
- 관람안내: 관람료 무료, 개관시간 월-목 오전11시~오후 8시, 금-일 오전 11시~오후 8시30분
 도슨트 전시설명 서비스 매일 상시 진행
-단체 관람 예약필수, 문의: 갤러리 데스크 062-360-1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