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는 황칠나무의 섬, 황칠 기운으로 신선이 되어볼까
보길도는 황칠나무의 섬, 황칠 기운으로 신선이 되어볼까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18.08.20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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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힐링명상4

보길도에서 요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전복, 또 하나는 황칠나무다. 남해안에서 전복을 양식하면서 전복을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황칠나무는 아직 낯설다. 보길도 곳곳에 황칠밭이 보이고, 황칠차 무료 시음장에서는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세연정을 관람하고 나오니 출입구 앞 상가에서 황칠차를 권한다. “황칠나무는 옻나무가 아니고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다.” 앞서 가던 분이 일행에게 황칠을 설명한다.

황칠나무는 도료로 사용하였다. 황칠나무에서 나오는 황금색의 수액은 고급 칠의 재료로 뛰어나고 귀하여 주로 왕실이나 황실에서 사용하여 왔던 전통도료였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황칠’이라는 시에 당시 황칠이 어떠한 대접을 받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궁복산에 가득한 황칠나무를 그대 보지 않았던가(君不見弓福山中滿山黃)/깨끗한 금빛 액체 반짝반짝 윤이 나지(金泥瀅潔生蕤光)/껍질 벗기고 즙 받기를 옻칠 받듯 하는데(割皮取汁如取漆)/아름드리 나무래야 겨우 한잔 넘친다(拱把椔殘纔濫觴)/상자에다 칠을 하면 옻칠 정도가 아니어서(㔶箱潤色奪髹碧)/잘 익은 치자로는 어림도 없다 하네(巵子腐腸那得方)/글씨 쓰는 경황으로는 더더욱 좋아서(書家硬黃尤絶妙)/납지고 양각이고 그 앞에선 쪽 못쓴다네(蠟紙羊角皆退藏)/그 나무 명성이 온 천하에 알려지고(此樹名聲達天下)‘박물군자도 더러더러 그 이름을 기억하지(博物往往收遺芳)/”
이렇게 귀하니 관리들의 수탈이 심해 이를 견디자 못한 백성들은 밤에 몰래 황칠나무를 찍어 없앴다고 다산은 읊었다.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황칠이 다시 살아난 것은 몇십 년 안 되었다. 황칠의 가치를 알아본 이들이 황칠을 연구하고 묘목을 꾸준히 심어 오늘날 남해안 완도, 강진, 장흥에는 황칠나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보길도 정자리 천연기념물 황칠나무. [사진=정유철 기자]
보길도 정자리 천연기념물 황칠나무. [사진=정유철 기자]

그 중에서도 완도는 황칠에 유난히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완도가 황칠 본고장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일 게다. 그러한 자부심에는 천연기념물 479호 황칠나무가 보길도 정자리에 있다는 점도 작용할 것이다. 2007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황칠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황칠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이다. 나무를 소개하는 게시판에 따르면 “밑통 둘레 137cm, 가슴둘레 102cm, 높이 15m라 한다. 이 나무는 마을과 인접하여 있는데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이 나무를 신들린 나무로 인식하여 마을 가까이 위치한 유용자원인데도 지금까지 보존하여온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도료로 이용하던 황칠이 이제는 차(茶)로, 약재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민간에서는 오래 전에 약으로 활용하였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올해 펴낸 전남 섬 지역 전통지식 '남도인의 삶에 깃든 생물 이야기'를 보면 황칠은 남도지역에서 약재로 오래 전부터 활용해왔다. "황칠나무 가지를 달인 물은 숙취를 푸는 데 효과가 있다. 황칠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 얻은 진액을 도료로 쓰거나, 종기가 나서 근이 박혔을 때 바른다. 옻처럼 진액을 도료로 이용하는데 건조 후에는 황색(금색)을 띤다. 황칠나무 가지를 말려두었다가 돼지고기를 삶거나 백숙에 넣어 먹으면 기름기가 없어진다. 남부 섬지방에서는 열매가 약재로 고가에 거래되면서 많이 심는다. 황칠나무가 속한 두릅나무과에는 인삼, 오갈피나무, 음나무 등 유용한 약용식물이 많다."

전통지식에 더하여 황칠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황칠의 신비가 점점 밝혀짐에 따라 차, 화장품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2018년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 양선아 교수팀이 ㈜에이치에스피라이프의 지원으로 황칠 복합물의 해독 효능 및 신장 독성에 대한 보호 효과를 연구한 결과, 황칠과 백수오 추출물이 중금속 해독 효과가, 황칠과 복분자 추출물은 급성 신장 손상 보호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황칠 복합발효물의 간 해독 기능과 신장 보호 기능을 규명함으로써 관련 제품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금오공과대학 지창환 교수 연구팀은 2017년 한국산 황칠나무의 잎·줄기 발효추출물과 황칠수액 발효추출물이 모발 육모(발모촉진) 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밝혔다. 황칠이 모발 육모 세포를 활성화하는 화장품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다.

황칠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황칠의 신비가 점점 밝혀짐에 따라 차, 화장품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황칠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황칠의 신비가 점점 밝혀짐에 따라 차, 화장품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사진=정유철 기자]

 

국내 업체가 개발한 황칠(잎/줄기)발효 신소재가 2017년 세계 최초로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수록되어 황칠의 활용에 전망을 더욱 밝게 한다. 이 황칠발효 신소재는 국제화장품원료집에 "Lactobacillus/Dendropanax Morbiferus Leaf/Stem Extract Ferment Filtrate(락토바실러스/황칠나무잎/줄기추출발효여과물)"이라는 명칭으로 등재되었다.

이 황칠발효 신소재는 항산화 작용으로 피부 탄력을 지켜주고, 항균효과를 통해 건강한 피부로 유지하며, 두피의 모발 개선효과가 있어 스킨케어• 메이크업 및 헤어•바디 제품의 다양한 화장품 라인의 원료 성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황칠이니 완도군이나 장흥군, 제주도가 황칠나무 재배에 힘을 쏟을 만하지 않는가. 황칠나무는 이제 보길도뿐만 아니라 완도군의 새로운 특산물로 지역을 살릴 것이다. 과거에는 수탈의 대상으로 백성들이 ‘악목’(惡木)으로 여겼던 황칠이 이제는 지역민을 살리는 ‘선목(善木)’으로 제 모습을 찾은 셈인가.

세연정 앞에서 황칠차 한 잔을 음미하고 낙서재로 오니 부용동은 온통 황칠밭이다. 동천석실을 오른편에 두고 왼쪽으로 낙서재 가는 길목에는 밭에 심어놓은 황칠이 뜨거운 여름 햇볕에 쭉쭉 자라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느긋하게 걸어 곡수당(曲水堂)과 낙서재(樂書齋)로 올라가며 황칠나무에서 오는 기운을 음미했다. 천천히 호흡을 하며 황칠의 기운을 들이마시고 내쉬니 몸과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예정된 시간에 배를 타려면 서둘러야 할 터인데, 발걸음이 느려진다. 장생보법으로 걸음명상을 한다. 배야! 떠나거라. 나는 황칠 기운 속에서 더 노닐겠으니. 보길도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신선처럼 살았던 고산 윤선도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한두 날이라도 신선이 되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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