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의 노을(사진=윤한주 기자)
 
2000년 1월 1일이었습니다. 새천년의 첫 해돋이(日出)를 보려는 사람들로 전국 어디서나 인산인해를 이루어졌죠. 당시 컴퓨터가 ‘00’ 년을 1900년으로 오인해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Y2K(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 우려에도 전 세계인의 밀레니엄 행사는 "10, 9, 8"이라고 초읽기를 외치면서 화려하게 열렸습니다. 숫자 하나가 바뀌는 것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한 해가 되는 가 봅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연호인 단기(檀紀)로 보면 4333년이었지만 그 반의 역사도 안 되는 서기(西紀)에 한국인도 덩달아서 참여했으니깐요.
 
그로부터 15년이 흘렀습니다. ‘광복 70년’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건도 많았고 말도 많았지요. 국내외 10대 뉴스를 매스컴을 통해서 접했을 것입니다. 뉴스의 주인공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주연이든 관객이든 모두가 참여한 대한민국의 2015년(단기 4348년)의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제야의 종 타종행사나 해돋이 축제에 가기 전에 올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붉은 노을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명상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태양이 뜨는 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지는 것도 아름답다”라며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놓음으로써 스스로 완성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자리에 앉아서 일몰(日沒)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뇌파가 안정될 것입니다. 이 총장의 <붓그림명상(한문화)>에는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숨을 고르면서 마음이 그 몸을 바라보게 하라. 그리고 스스로 ‘괜찮아’라고 말해보라. 그때 당신의 영혼은 편안해지고 몸도 따라서 편안함과 새로운 힘을 얻는다.” 비록 지나온 시간이 후회로 남더라도 다 괜찮다고 놓아주는 것입니다. 복잡한 마음이 비워져야 새로운 마음을 담을 수가 있으니깐요.
 
혹자는 나이만 먹는다고 우울해 하기도 합니다.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이 78세에 쓴 ‘청춘(Youth)’라는 시를 보십시오. 그는 “사람은 단지 나이를 먹는다고 늙지 않고 이상을 포기함으로 비로소 늙어 간다네“라고 조언합니다. 또 ‘헬조선’이라는 유행어처럼 대한민국의 미래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외국으로 이민을 가겠다는 사람을 만류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조국을 지킨 선조들의 역사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백범 김구를 만난 청년 이봉창 의사의 말입니다.
 
"제 나이가 31세입니다. 앞으로 31년을 더 산다 해도 늙은 생활에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31년 동안 대강 맛보았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영원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독립운동에 몸을 던지고자 상해에 왔습니다."
 
그의 인생관을 들으니 감동으로 눈물이 벅차올랐다. 이봉창은 나라를 위해 몸을 던질 수 있게 지도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고 나는 쾌히 승낙하였다. - <백범일지>
 
이러한 인생관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역사관이자 국가관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학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죠. 청년 이봉창의 육신은 없지만 그의 인생관은 후손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습니다. 
 
바다 속으로 잠기는 태양처럼 수많은 선조가 조국을 구하고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태양이자 생(生)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고난과 절망이 오더라도 두 다리가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적어도 선조들이 살았던 나라에 비하면 더 좋은 환경입니다. 어깨와 함께 마음도 펴서 다시 2016년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올해도 독자님과 함께할 수 있었기에 저도 힘차게 달려올 수가 있었습니다. 
 
독자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