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40대 직장인은 학창시절을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입과 고시만 보고 달려왔던 것이죠. 그 결과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뜻에 따라서 하나의 길만 열심히 달려왔던 것입니다.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가정과 학교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그나마 성공만을 좇던 삶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반면 도전하는 부모의 이야기는 어떤가요? 울산 울주군에 사는 최동익 씨는 살던 집까지 팔고 가족과 세계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울산 간절곶에서 출발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횡단한 것이죠. 놀랍지 않습니까? 그의 아내 박미진 씨, 고등학교를 휴학한 딸 다윤, 아들 진영, 진우 군이 동행했습니다. 가족 모두 여행에 나선 이유는 함께 밥을 먹으면서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칠 시간에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한 점도 주목됩니다. 이들의 도전은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 용감한 가족(북로그컴퍼니2015년)>이라는 책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최 씨처럼 모든 부모가 그러한 선택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가정이 ‘저녁 없는 삶’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서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이라는 조사로도 나옵니다. 특히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하루 48분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짧았습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니라 자녀에게 1년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이들에게 인생은 한 방향으로만 전력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이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지난해 개교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대표적입니다. 시험, 과목, 성적표 등이 없지만, 학생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훈련을 합니다. 많은 멘토를 만나면서 다양한 길을 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올해부터 <오디세이 학교>, <꿈틀리 인생학교> 등 다양한 학교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덴마크, 아일랜드에서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전환학년제’가 한국에 도입한 셈이죠
 
하지만 부모들은 그러한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가 불안합니다. 성적이 떨어지고 대학 진학에서 불리하지 않으냐는 것이죠. 내 아이만큼은 비포장도로보다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내고 싶다는 대학교와 기업도 새로운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지난 3일 KBS1 <오늘, 미래를 만나다>에서 ‘3무(無)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출석부, 시험감독, 상대평가를 모두 폐지한다는 것이죠. 자기주도적이고 개척하는 지성인을 키우겠다는 뜻입니다. 염 총장은 좋은 대학을 나와서 편하게 생활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합니다. 단순히 객관화된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경험과 학습화에 의해 내재화된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또한 한국의 부모가 바뀌어야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노마드북스2011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아이가 특별히 무엇을 읽거나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아이들이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결코 아이는 어리지 않다. 어리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어린 것이다. 어른들의 머리는 벽처럼 막혀있고 아이들의 머리는 스펀지처럼 물을 빨아들인다.”
 
부모가 만들어놓은 길에 아이를 붙잡아 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길을 만들고 개척하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들이 40대가 되어서 남들처럼 빨리 온 것 같은데, 잘못 왔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인생은 다시 오지 않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