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을 꼽으라면 단연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가르침을 담은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 입니다.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프리랜서 작가 고가 후미타케가 대화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은 무려 41주 연속으로 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과 함께 심리학 3대 거장이라는 그의 등장이 2015년 출판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아들러의 책도 여러 권 번역해서 출간됐습니다. 가히 ‘아들러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라는 아들러의 심리학이 오늘날 경쟁으로 지친 한국인을 어루만지는 힐링효과가 아닐까요? 지난 2012년부터 2013년 사이에 39주 1위를 기록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함께 이 분야의 도서들은 여전히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이 책의 키워드는 ‘인간관계’라고 봅니다.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감정은 어떠한 사람을 만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속에서 상처받지 않을 수 없고 고민 또한 없애려면 “우주 공간에서 그저 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라는 지적은 명쾌합니다. 
 
특히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경쟁과 체면중시로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인들에게 “그것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만들어낸 주관적인 감정이고 객관적인 열등감이 아니라는 말”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좋은 대학, 좋은 기업을 따라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충실히 살라는 조언은 마치 도인(道人)의 가르침처럼 들립니다. 
 
아이의 성공 여부가 어머니의 존재가치로 재단하는 이 나라에서 “아이의 인생은 곧 내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렇게 늘 아이만 생각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인생에서 '나'는 사라지고 없지”라는 말은 어떤가요? 
 
최근 한화손해보험 첫 중졸 출신 여성임원으로 화제가 됐던 김남옥 상무도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았다고 합니다. 그가 직장을 다니게 된 계기는 "잃어버린 내 이름 석 자를 찾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한 점에서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보다 자신을 위해 살라는 아들러의 조언은 큰 힘이 됩니다. 
 
무엇보다 자립하고 사회와 조화를 이루면서 살라는 목표가 주목됩니다. 이만한 인생관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30세가 지나도 부모에게 용돈을 받으면서 생활하는 ‘어른아이’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한 점에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외국여행도 다녀오는 모습에서 ‘자립심’을 기르는 교육으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요? 부모가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내 매장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면서 주인의식과 함께 사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교과서가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사회를 배우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죠.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이 책은 여타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라며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칭찬합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자신의 인생관을 돌아보는 거울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그 인생이 물질중심에서 인성중심으로 바뀌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대립과 경쟁의 국가관과 세계관도 변화하게 될 테니깐 요. 그러면 ‘만물을 공동체’로 역설한 아들러의 주장은 지구촌의 시대에 부합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