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늘은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일입니다. 이날을 위해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한 수험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1994년도 입시부터 수능이 도입됐으니 올해로 23년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범람 그리고 교육비로 허리가 휘는 부모와 입시로 고통 받는 아이들은 여전하니깐 요.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학력 지상주의는 멈추지 않고 달리는 기차와 같습니다.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일까? 한 번이라도 질문하고 돌아보는 것도 허용되지 없습니다. 그러면 철로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깐 요. 아이들이 오로지 공부만 하고 대입만을 쫓도록 하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같습니다.

절대로 바뀌지 않는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는 교육계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백투더퓨처2(Back To The Future Part 2, 1989)>입니다.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가 미래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과학자 에메트 브라운(크리스토퍼 로이드)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로 날아가는데 그 미래가 2015년입니다. 3D 영상을 활용해서 상어가 입을 벌리고 덮치면서 마티를 놀라게 하는 영화광고나 TV를 이용한 영상통화, 음성이나 지문인식 가전제품,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 등이 나옵니다. 현재 상용되어 있으니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단지 1980년대에 어떻게 이러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는지 그 상상력과 창조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 또한 교육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본다면 우리나라가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더 큰 도약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합니다.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는 2일 글로벌사이버대학교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공동으로 주최한 대한민국 미래교육포럼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이끌어온 한강의 기적은 한계에 부딪혔다.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을 해야 한다”라며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주입식 교육의 방식으로는 유효하지 않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세상은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처럼 빠르게 변화하는데 교육은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따라가고 있다. 현 교육의 딜레마다. 교육과 사회가 융합할 수밖에 없다”라며 “남들이 하는 콘텐츠 교육이 아니라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오미경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주목합니다. 오 교수는 같은 포럼에서 학생들의 프로젝트가 자기주도성을 길러준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가장 열정을 내면서 일하는 상태가 자기 스스로 결정했을 때이다. 그때 뇌는 스스로 돌아간다. 지식교육에 길들어진 아이는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에는 당황스럽다. 24시간이 자유롭다. 많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한다. 하지만 이 시간 또한 본인이 훈련하는 시간이다. 점차 적응하고 스스로 의지를 낸다.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면서 자신감이 생긴다. 창의성은 자기주도성을 길러줄 때 가능하다. 벤자민학교 프로젝트와 도전활동 등이 그 예다.”
 
대부분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은 수능 고시장에서 선배들을 응원하고 본인들의 대입을 준비하려고 할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그러한 생각은 대입 이후로 미루고 학교와 학원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입시 철로에 올라야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비슷한 또래의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꿈의 1년’을 보낸 성장스토리를 노래, 춤, 발표, 전시로 만나는 축제를 여느라 바쁩니다. 이들은 남들처럼 하루라도 빨리 입시 철로에 오르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1년 동안 나만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지요. 그것이 비록 학력의 속도에서 뒤처진 것처럼 보이지만,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정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지난 6일 일지아트홀(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벤자민인성영재 페스티벌’를 기획한 육동현 군(18)은 “독서실에 앉아서 억지로 공부만 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중요한 건 가슴 뛰는 일을 찾는 거예요. 무엇을 할 것인가 스스로 고민하고 계획을 짜고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열린 환경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수능과 같은 입시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도전하며 ‘꿈의 1년’을 보내는 학생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많아질 것입니다. 교육제도를 만드는 어른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자기 주도적으로 미래를 만드는 학생들의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고등학교 때 1년 동안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만 있었다면 대학교를 다니면서 휴학하고 방황하던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200명 청중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성장스토리를 프레젠테이션하는 벤자민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