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의 시대입니다.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기성세대는 ‘노오~오력’만 강조한다고 젊은이들이 비난합니다. 또 수저론이 있습니다. 출신환경을 수저로 빗댄 것입니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에서 심지어 흙수저에 이르기까지. 헬조선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최신 유행어라고 하는데, 경기가 어려울수록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단지 10년 전과 달리 요즘엔 모바일시대가 되면서 유행어의 확산이 빠르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조국을 원망하고 스스로의 부족을 합리화한다면 이 나라의 기(氣)는 빠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힘들수록 기운을 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희망은 몇 번 하다가 안 된다고 돌아설 때가 아니라 한 걸음 더 도전할 때 얻게 되니깐요. 

▲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스틸컷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The Walk, 2015)’에서 도전의 에너지를 받으면 어떨까요? 무명의 아티스트 펠리페 페팃이 지금은 사라진 미국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 쌍둥이 빌딩을 한 줄의 와이어만으로 건너서 화제가 됐던 실화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지상에서 412m의 높이이고 간격만 42m에 달합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꼭대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릴 것입니다.

20살의 무명 아티스트가 6년간의 준비를 거쳐서 도전에 성공한 이야기는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어떻게 예술가의 삶을 선택했는가? 당시만 하더라도 서커스 공연으로 생계를 잇는 아티스트를 우리는 광대라고 부르면서 천시했습니다. 펠리페의 아버지는 광대짓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고 비난하고 어머니는 돌아오라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도 짐을 싸들고 씩씩거리며 집을 나와 펠리페는 꿈을 선택합니다. 그는 부모가 규정한 남의 삶이 아니라 그만의 삶을 택합니다. 꿈을 찾는 1년을 보내고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의 학생들이 떠오른 이유입니다. 그들도 학교 매뉴얼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시간을 설계하고 공부하고 도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펠리페는 혼자서 노력하는 것에 한계를 느낍니다. 이때 멘토인 파파 루디를 만납니다. 꿈을 향해 훈련하고 도전합니다. 마침내 스승도 이루지 못한 미국 뉴욕의 외줄타기 프로젝트를 성사시킵니다. 전 세계의 신문에 보도됐으니 그는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부모의 만류에 집으로 돌아갔다면 결코 이루지 못한 인생을 얻은 것입니다.
 
지난 2일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교육포럼에는 김나옥 벤자민학교 교장이 강연을 끝내고 벤자민학교 세 명의 학생들을 무대 위로 올렸습니다. 그중에 충남학습관 배형준 군의 발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배 군은 “8개월 전만 하더라도 보호관찰대상이었고 무기력했고 노는 것만 좋아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입학 후 첫 워크숍에서 청년모험가 이동진 멘토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저 분의 삶은 한 편의 영화이고 내 인생은 막장 드라마였구나”라고 자각을 합니다. 이후 하프마라톤, 국토자전거종주 등에 도전합니다. 그만의 스토리를 얻은 배 군은 중학교 후배를 대상으로 강의했고 대학교에서는 보호관찰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는데,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들은 지금도 청중석에 앉아있고 자신은 무대 위에서 강의하는 인생으로 완전히 바뀐 것이죠. 당시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는데, 그럴 만도 합니다. 선택하고 도전한 사람에게만 무대는 열리니깐 요.
 
우리나라를 헬조선, 망한민국이라고 비난하는 세대가 꼭 젊은이로 한정 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남을 탓하고 조국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중년도 있고 노년도 많습니다. 취재로 만난 한 어르신은 정치인들을 비난하면서 자신이 직접 정치를 바꾸겠다는 꿈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부산의 공대생에게 꿈을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마음을 접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펴고 새로운 인생의 그림을 그리겠다고 선택하는 것은 멘토가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는 것입니다. 
 
미래교육포럼이 끝나고 행사장으로 나온 기성세대 중에는 “그 친구, 나중에 대성(大成)할 거야”라고 말한 분이 있었다고 하니, 희망은 촛불처럼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것을 느낍니다. 헬조선 사람들보다 희망 대한민국을 만드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싶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