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 이미지 박정배
천부경. 이미지 박정배

천부경은 가로 9자, 세로 9자, 총 81자로 이루어진 아주 간결한 경전입니다. 그런데 이 짧은 글 안에 나는 누구이며,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돌아가는가에 대한 철학이 있고, 우주와 인간, 생명의 원리가 모두 담겨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경전입니다.

천부경은 띄어쓰기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끊어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입니다. 해석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시중에는 천부경을 해석해 놓은 책만 해도 300종이 넘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우리는 해석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배척하기보다는, 존이구동(尊異求同) 즉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공통점을 찾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가 천부경적인 삶을 살고, 천부경적인 나라를 세우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천부경 첫 구절 해석만 봐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일시무시(一始無始)”, 또 하나는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로 읽습니다.
“일시무시”는 하나는 시작되었지만, 그 시작은 없다는 의미이고,
“일시무시일”은 하나는 시작되었지만, 그 시작조차 없는 ‘하나’라는 뜻입니다.

결국 해석의 차이는 우주가 하나에서 시작됐는가, 아니면 ‘없음’(眞空妙有, 無)에서 시작됐는가 하는 철학적 차이로 이어집니다. 어느 해석이 더 합리적이냐는 개인의 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천부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경전이 말하고자 하는 삶의 본질을 우리가 어떻게 실천하느냐입니다. 천부경이 지향하는 세상은 결국 “천부(天符) 즉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삶입니다. 이 정신은 성경의 메시지와도 통하고, 한민족의 창세신화가 기록된 《부도지(符都誌)》에서 말하는 “하늘에 부합한 나라, 부도(符都)”를 이 땅에 실현하자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천부경적인 삶이란,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학원을 설립한 일지 이승헌 설립자는 1980년 전라북도 모악산에서 ‘천지기운 천지마음’을 깨달은 후 천부경을 처음 접하였을 때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모악산에서 깨달은 것을 글로 표현하라고 하면 천부경보다 더 간결하게 표현할 수는 없겠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승헌 설립자는 자신의 깨달음을 알리는 방편으로 천부경을 크게 활용합니다.

사실 천부경을 문자로만 해석하거나, 중국의 음양오행이나 종교적인 논리로 풀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런 방식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천부경의 본질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천부경은 단지 글로 이해하는 경전이 아닙니다. 천부경은 참 생명의 근원인 기(氣, 성령) 에너지를 체득한 사람, 다시 말해 생명의 실체를 몸으로 느끼고 직접 깨달은 사람만이 그 진짜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경전입니다.

천부경 81자(八 + 十 + 一)를 하나의 글자로 압축하면 ‘근본 본(本)’ 자가 됩니다. 결국 천부경은 “인간의 근본은 하늘이다”라는 것을 말해주는 경전입니다.

해석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문자적, 숫자적, 종교적, 음양오행적 시각에서 각자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천부경은 뇌 속에 내려와 있는, ‘홀로 스스로 존재하는 영원한 참 생명인 신성(神性, 얼)’이 세상 속에서 변화무쌍하게 무궁조화(無窮造化)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전입니다.

사람은 한 ‘얼’ 속에, 한 ‘울’ 안에, 한 ‘알’의 존재입니다. 결국 인간은 하늘에서 와서 하늘로 돌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 땅에서 ‘본심본태양’을 이루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인간완성의 길입니다.

그리고 천부경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이 땅 위에서 천부경적인 삶을 살아라. 그리고 천부경의 정신이 담긴 나라를 만들어라. 천부경의 정신을 바탕으로 건국한 나라가 바로 단군조선이고, 단군조선의 건국이념이 홍익인간 재세이화입니다.

천부경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이며, 《태백일사》라는 책에 실린 기록을 통해서였습니다.

이미지 박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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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마무리하며, 필자는 천부경을 처음으로 번역한 김은수 선생의 번역본과 국학원을 설립한 일지 이승헌 설립자의 천부경 해석,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김은수 번역본(환단고기 태백일사 / 한문화출판사)

1은 시작이나 1에서 시작하지 아니하고
3극을 쪼개어도 근본은 없어지지 아니한다.
천은 한 번 움직여서 수(數) 1을 얻고
지는 천 다음으로 한 번 움직여서 수 2를 얻고
인은 지 다음으로 한 번 움직여서 수 3를 얻는다.
1이 나뉘어 10까지 커져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3으로 변한다.
천이 두 번 움직여서 3과 합하고 지가 두 번 움직여서 3과 함하고, 인이 두 번 움직여서 3과 합한다.
큰 3을 합하면 6이 된다. 6이 7, 8, 9를 낳는다.
3을 움직여서 4를 이루고 5, 7로 돌아온다.
1이 묘하게 펴져서 만왕만래 하니 써서 변하여도 근본은 움직이지 아니한다.
본심은 본래 태양이니 사람 속의 천지일은 밝고도 밝다.
1은 끝이나 1에서 끝나지 아니한다.

2. 이승헌 설립자 번역본(천지인 / 한문화 출판사)

일시무시(一始無始)
☞ 우주 만물은 하나에서 나오고 하나에서 비롯되나, 이 하나는 하나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의 하나이며, 본래부터 있어온 하나이다.

일석삼극무진본(一析三極無盡本)
☞ 하나는 하늘과 땅과 사람 세 갈래로 이루어져 나오지만. 그 근본은 변함도 없고 다 함도 없다.

천일일지일이인일삼(天一一地一二人一三)
☞ 하늘의 본체가 첫 번째로 이루어지고, 그 하늘을 바탕으로 땅의 본체가 두 번째로 이루어지고, 그 하늘과 땅을 바탕으로 사람의 본체가 세 번째로 이루어진다.

일적십거무궤화삼(一積十鉅無匱化三)
☞ 이렇게 변함없는 하나가 형상화되기 이전의 하늘, 땅, 사람의 순서로 완성되면서 새로운 하나를 이룬다. 이 새로운 하나는 한정도 없고 테두리도 없다.

천이삼지이삼인이삼(天二三地二三人二三)
☞ 이 새로운 하나가 바로 형상화된 하늘과 땅과 사람이다. 형상화되기 이전의 하늘, 땅, 사람과 형상화된 하늘, 땅, 사람이 어울리면서 음과 양, 겉과 속, 안과 밖이 생겨난다.

대삼합육생칠팔구운(大三合六生七八九運)
☞ 하늘에는 밤과 낮이 있고, 땅에는 물과 뭍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남과 여가 있어서 이 둘의 조화를 통해 천지는 운행되고 사람과 만물은 성장 발달해나간다.

삼사성환오칠일(三四成環五七一)
☞ 이렇듯 하늘과 땅과 사람의 원래 근본 상태, 형상화되기 이전의 상태, 형상화된 상태, 형상화되기 이전과 형상화된 상태가 어울려 작용하는 상태, 이 네 단계를 거쳐 우주만물이 완성되며 우주만물은 본래 따로 뗄 수 없는 한 덩어리다.

묘연만왕만래용변(妙衍萬往萬來用變) 부동본(不動本)
☞ 이렇게 하나가 묘하게 피어나 우주만물이 형성되며 그 쓰임은 무수히 변하나, 그 근본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다.

본심본태양앙명(本心本太陽昻明)
☞ 마음의 근본과 우주 만물의 근본이 하나로 통할 때 일체가 밝아진다.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
☞ 이렇게 마음을 밝힌 사람에게는 하늘과 땅이 하나로 녹아 들어가 있다.

일종무종일(一終無終一)
☞ 우주 만물은 하나로 돌아가고 하나에서 끝이 나지만 이 하나는 하나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의 하나이며 끝이 없는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