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전’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특정 종교, 특정 인물, 특정 시대가 떠오릅니다. 대부분의 경전은 교주와 교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불경은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성경은 예수와 선지자들의 삶을, 도덕경은 노자의 사유를 전하며 인류의 윤리와 영성을 길러왔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들 경전에는 공통된 구조가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살아라”라는 가르침과 “그렇게 살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라는 경고입니다. 예를 들어 구약 출애굽기 20장 5–6절에서 여호와는 자신을 “질투하는 하나님”이라 소개하며, “나를 미워하면 삼사 대까지 벌을 주고, 사랑하면 천 대까지 은혜를 준다”라고 말합니다. 즉, 구원과 사랑이 조건부라는 것입니다.
이런 체계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행동을 '통제–보상'의 틀에 가두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선을 택하면 복, 악을 택하면 화, 이런 시스템 속에서 인간은 늘 긴장 속에서‘올바르게 살아야만’구원을 받을 수 있는 존재로 남게 됩니다.
천부경, 전혀 다른 방식의 경전
그에 비해 천부경(天符經)은 전혀 다른 접근을 보여줍니다. 천부경에는 교주가 없습니다. 교리도 없습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훈계도, “그렇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라는 협박도 없습니다. 심지어“잘하면 천국에 간다”라는 약속조차 없습니다.
천부경의 81자는 오직 원리와 숫자로만 이루어진 한편의 시(詩)입니다.“하나에서 시작해 하나로 돌아간다”라는 영원한 참 생명의 순환 이치를 담은 이 짧은 경전은, 우주와 생명의 원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것은 행위의 규범이 아니라 존재의 질서이며, 인간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어나도록 이끄는 내면의 지침서입니다.
격암유록 송가전이 전하는 경전 중의 최고 경전, 천부경
우리나라 최고의 예언서이며 인간완성의 수련 지침서로 조선시대 선비인 남사고(南師古, 1509~1571) 선생이 지은《격암유록 格庵遺錄》가운데 송가전(松家田) 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丹書用法 天符經에 無窮造化 出現하니
단서용법 천부경 무궁조화 출현
하늘과 하나 되는 천부(天符)의 법을 알리는 글(丹書)인 천부경에는 끝없는 창조의 신비가 솟구친다.
天井名은 生命水요 天符經은 眞經也라
천정명 생명수 천부경 진경야
하늘 우물에서 솟는 샘물, 그 이름은 생명수요. 천부경은 경전 중의 경전이다.
仙道正明天屬하야 一萬二千 十二派라
선도정명천속 일만이천 십이파
신선이 되는 선도(仙道) 수련을 통해 본심을 밝힌 하늘에 속한 천손들이, 하늘 뜻에 따라 일만 이천 열두 지파로 나타난다.
격암유록 송가전 편에서 천부경은 “새로운 인간, 신인류를 창조하는 하늘의 설계도”로 묘사됩니다. 천부경의 진리를 깨닫는 자가 곧 미래를 여는 주인공이며, 그 주인공은 멀리 있는 위인이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놀라울 만큼 직설적이며 가슴을 울리는 통찰입니다.
‘교리’가 아니라 ‘하나를 직접 체험’하는 시대
대부분의 경전은 ‘교주’라는 중개인을 통해 진리에 접근하게 합니다. 교주는 가르치고, 우리는 따릅니다. 하지만 천부경에는 그런 중개자가 필요 없습니다. 누구든 수행을 통해 자신의 뇌 속에 내려와 있는 신성(神性)을 깨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천부경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사용자 매뉴얼이자, 우리 안에 내재 된 신성을 작동시키는 도구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전이 선악의 이분법 위에 서 있다면, 천부경은 그 틀조차 내려놓습니다. 천부경은 인간을 선과 악으로 재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주가 너를 통째로 품고 있다”라고 선언하며, 무조건적 포용의 세계로 우리를 이끕니다.
조선의 대표적 학자인 김시습(1435~1493)은 그의 저서《징심록추기(懲心錄追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법은 하늘과 내가 하나 되는 불변의 진리에서 나왔다.”그는 이 진리가 종교와 정치에 의해 왜곡되고 배척되었다고 보고 종교와 정치를 비판했습니다. 종교는 천국과 지옥의 이분법으로, 정치는 지배와 피지배의 구조로 인간 사회를 갈등과 대립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이는 곧 천부경의 중심 사상인 조화와 일체, “모든 것은 하나다”라는 철학을 무너뜨린 결과라는 비판입니다.
왜 지금, 천부경인가?
지금은 환태평양 시대입니다. 환태평양 시대는 신(新)인류가 주도하는 시기로, 인류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는 서양 중심의 힘의 역사였고, 그 근저에는 성경적 선(善)과 악(惡)의 이분법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사고는 물질문명을 크게 발전시켰지만, 정신문명에서는 갈등과 분열, 전쟁과 공멸의 위기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 속에서 인류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인류는 갈등이 아닌 공생의 철학이 필요하고, 그 철학은 천부경(天符經) 속에 담겨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강대국은 약소국을 침략할 때 가장 먼저 정신을 말살했습니다. 약소국의 사상과 경전을 지우고, 자신들의 종교와 철학을 심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었습니다. 일종의 문화침투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오랜 외세의 억압 속에서도 홍익인간의 정신, 포용성으로 다양한 종교를 수용해 왔습니다. 불교, 유교, 기독교, 도교, 이슬람 등 세계 주요 종교가 함께 뿌리내릴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국은 오늘날‘종교 백화점’이라 불릴 만큼 종교적 공존이 가능한 나라입니다.
이는 단순한 수용을 넘어,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이 얼마나 깊은 철학과 통합의 가능성을 지녔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우리의 고유한 경전은 어디에 있었는가?”학교에서도, 역사에서도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은 듣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경전을 갖지 못한 민족이 아니라, 모든 경전의 뿌리가 되는 천부경을 간직한 민족입니다. “만법귀일(萬法歸一) 천부경”, 모든 법은 하나로 돌아간다는 이 깊은 통찰은 천부경의 핵심이며, 생명과 우주의 근원을 통합하는 공생의 철학입니다.
전쟁과 지구적 위기, 4차 산업시대 인간성 상실의 소용돌이 속에서 천부경은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천부경은 1980년대 이후 다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천부경이 대중화되는 날, 우리 민족은 진정한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실현하며, 21세기 세계정신의 중심국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천부경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미래를 여는 열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