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정희 작가는 자연의 섭리를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전통 민화의 형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일상 속 조용한 위로의 순간들을 화면에 그려낸다.
이러한 작품들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은(Gallery Eun)에서 5월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민화 작가 백정희의 첫 개인전《아름다운 삶의 축제》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꽃’과 ‘새’의 형상을 통해 인간 내면의 따뜻한 감정과 삶의 찰나를 담아낸 화조화 작품들을 선보였다.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구성이 어우러진 이번 신작들은 관람객들에게 감성적인 울림과 여운을 전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 속 삶의 따뜻한 결을 관람객과 나누고자 한다.

백정희 작가는 작가 노트 “꽃과 새를 그리며”에서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꽃과 새는 생명의 순환성과 자연의 섭리를 상징하는 존재로, 제 작업 세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민화 속의 새는 단순한 장식적 요소가 아닌, 당대 사람들의 염원과 세계관이 투영된 상징적 존재입니다. 그들은 삶의 가치와 이상을 담은 은유이자, 시대적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매개체입니다.
저는 이러한 새의 형상들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새는 곧 나 자신이며,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입니다.
짝을 이루고, 둥지를 틀고, 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 속에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새들의 모습은 인간 존재의 가장 본질적인 소망—사랑, 가족, 평온한 삶—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저 또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염원을 담아 전통 화조도를 그려왔고, 이제는 그 전통적 형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꽃은 자연의 순환을 상징합니다.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삶을 누리고, 마침내 자연으로 회귀합니다. 이 근원적 이야기를 저는 꽃과 새라는 도상(圖像)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작업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색채의 조화입니다. 자연의 색을 충실히 재현하기도 하고, 감정의 밀도를 더하기 위해 과감하고 주관적인 색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전통의 맥락을 잇는 동시에, 현대적 조형 감각을 입혀 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색채의 화조화를 구현하고자 합니다.

저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존재에 대한 감사와 삶의 찬란한 순간들을 향한 예술적 경의의 표현입니다. 꽃이 만개한 찰나의 시간처럼, 삶은 짧지만 그 안에는 충분한 희망과 아름다움이 존재하며, 그 순간을 함께 나누는 새들이 그러하듯 우리 역시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저의 그림이 꽃과 새를 향한 따뜻하고도 사유 깊은 시선으로 다가가, 그 안에 담긴 우리 삶의 조용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작가노트’)

백정희 작가는 2019년 제12회 대한민국 민화대전 특선을 시작으로, 2021년 제7회 대한민국 민화대전(강진민화뮤지엄) 최우수상 등 다수의 민화 관련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민화진흥협회 광명지부장으로 전통 민화의 보존과 현대적 확장을 동시에 추구하며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