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철 교수는
윤명철 교수는 "역사학은 미래학으로, 집단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강나리 기자.

“중요한 것은 역사는 퓨처롤로지(Futurology), 미래학이라는 것입니다. 테크놀로지뿐 아니라 역사학도 미래를 위해 존재하죠. 21세기 문명 전환기에 한민족의 세계관인 ‘홍익인간’은 새로운 문명이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윤명철 교수는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역사를 주목해야 하는 궁극의 이유를 이와같이 밝혔다. 

역사학이 미래학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우선 인간은 미래적 존재라는 점입니다. 늘 미래를 지향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미래를 위해서 존재해요. 인문학을 포함한 학문도 마찬가지고. 역사에서 과거는 분석의 질료이고 지향점은 인류의 미래이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죠. 특히 지금과 같은 문명의 전환기에는 더더욱 그렇지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논문에서 저는 ‘데미 휴먼’이라는 단어를 썼어요. 신에 근접한 인간이 되는 것이죠. 테크놀로지가 급격히 발전하는데 여기에 대해 방향성이나 속도 조절, AI에게 성격을 부여하는 것도 결국 우리가 해야 합니다. AI와 같은 뉴테크놀로지로 인한 변화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이후 최고의 변환기이지만 그전에도 변환기는 계속 있었어요. 역사학자만큼 인류의 전 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역사학자는 전체를 보고 앞으로 전망을 하고 경종을 울리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죠. 그래서 어느 시대를 연구하건 역사학자는 미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국가간의 경쟁, 민족간의 경쟁이 있을 때 역사의 올바른 해석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근대에는 새로운 국가가 세워지면 역사서를 다시 낼 만큼 중요했고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 간의 경쟁은 자존심의 경쟁을 넘어서 실제 이익에 직결됩니다. 문화콘텐츠에도 테크놀로지에도 영향을 끼치거든요. 그리고 국제관계를 결정지을 때 작용합니다.

예를들어, 러일전쟁 때 미국은 일본 편을 들었죠. 아시아태평양 전쟁 때는 진주만 습격을 뒤늦게 알았고요. 그건 일본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좀 알고 일찍부터 미국이 우리 임시정부에 지원을 했더라면 훨씬 우리에게 유리했겠죠. 끝까지 미국은 우리를 지원하지 않다가 전쟁 막바지에 광복군을 OSS 낙하산부대에 합류시켜 훈련하다가 끝났어요.

지금 중국과 일본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자국에 유리하게 역사를 해석하고 있죠.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이렇게 해야 동아시아에 평화가 온다는 식으로 거짓을 말할 수 있잖아요. 이런 걸 막으려면 우리도 우리 역사를 정확하게 알려야 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죠.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첫 번째 역사학자들의 새로운 시각과 자세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 국민이 역사는 자존심의 문제나 흥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자각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국가죠. 국민의 세금을 쓰는 국가는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국민에게 역사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그다음 올바른 역사 연구를 하게끔 만들어서 전 세계에 우리 역사적 위상을 알려야 합니다.

윤명철 교수는 고구려의 유적인 장수왕릉(광개토대왕이나 장수왕의 릉으로 추정)은 한민족의 3의 논리, 홍익인간 사상의 완벽한 반영이라고 한다. 사진 윤명철 교수의 '한국 역사와 문화의 이해' 갈무리.
윤명철 교수는 고구려의 유적인 장수왕릉(광개토대왕이나 장수왕의 릉으로 추정)은 한민족의 3의 논리, 홍익인간 사상의 완벽한 반영이라고 한다. 사진 윤명철 교수의 '한국 역사와 문화의 이해' 갈무리.

하지만 국내에도 고대사 연구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합니다

고대사 연구에서 문헌의 사실 여부를 고증하는 작업단계계를 뛰어넘어야 하죠. 주로 일본인들의 현장보고서와 연구 성과들을 1차적으로 수용해서 연구해온 역사학의 전통을 버려야 합니다.

문제의 원인은 먼저, 일본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역사학의 본령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이 원하는 역사학과 역사학의 본령本領, 또 우리가 지향하는 역사학이 다른데 우리는 일본이 가르쳐준 것이 역사학의 본령이라고 오해했던 것이죠.

그리고, 일본과 한국만의 특성인데 사람 중심이라는 거예요. 얼마 전 고고학계에 알려진 후배와 점심을 먹었는데 아무리 새로운 발굴이 많이 있어도 거기에 따른 새로운 해석을 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기존의 계통과 다른 주장을 하면 발굴에 관한 권리를 뺏기고 연구할 기회를 박탈당하죠. 역사학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역사 연구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합니까?

지금은 고고학적 유물 발굴과 함께 학문이 발달했어요. 과학적 방법을 통해 분석하니까 실체 규명이 점점 가능해졌고요. 종교학, 신화학도 정립되었죠. 고고학, 생태학, 인문지리 등을 포괄적으로 수용해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그 시대 상황을 문자 기록이 없어도 충분히 구현할 수가 있어요.

이런 연구 방법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풍미한 아날(Anal)학파라고 합니다. 사실 조선 시대나 그 이전 우리 선학先學들은 아날학파와 같이 그 당시 수준에서 가장 넓게 종합적으로 고려한 학문적 전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대 한국에 전파된 역사학 이후 사라졌던 거죠. 우리 역사학계의 진행 방향이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방적이고 자신있는 태도로 현실과 역사에 책임감을 지닐 필요가 있습니다.

홍익인간 사상은 인류문명의 혼탁함 속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문명 전환기를 말씀하셨는데 지금 전 세계인에게 우리 역사를 알려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단순하게 우리가 잘났다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세계 또는 인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제시해야 합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세력이 될 수 있겠죠. 그리고 인류 문명의 혼탁함 속에서 한민족이 가진 홍익인간 사상은 하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홍익인간’에 대한 이해나 연구가 부족합니다.

맞습니다. 홍익인간을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해야 하죠. 〈삼국유사〉에서는 단군 신화로 표현된 글에 들어 있지만, 조선시대, 근대, 그리고 지금은 다른 거예요. 지금의 용어와 로직, 시스템에 어떻게 적용해 나갈 것인가 연구해서 사상화시켜야 해요.

그동안 연구를 통해 고인돌, 비파형 동검, 장군총에 완벽하게 3의 논리, 홍익인간 사상의 반영이란 걸 논문으로 밝혔죠. 그런데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기 AI라든가 외국인이 만든 용어가 있다면 거기에 홍익인간 사상은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 이런 것을 역사학자, 철학자들이 해야 합니다.

중국은 논어라는 공자의 말을 계속해서 끊임없이 리바이벌(reviva, 재연)하잖아요. 지금 시진핑이 하는 게 다 그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왜 홍익인간을 가지고 그렇게 하지 못하겠어요.

얼마전 방송에서 세계적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이 자신의 로봇철학이 ‘홍익인간’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현대 문명, 현대 기술에 적합한 사상이 홍익인간이라고 봐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인공두뇌학)라고 동물 또는 인간과 기계를 통제하거나 그들과 소통하는 것을 다루는 학문분야나 로봇 공학자들이 윤리 측면에서 그런 개념을 많이 사용하고 있죠.

'유라시아 플로우 프로젝트'를 통해 지날 타지키스탄의 파미르산(위)과 파미르산 와칸 계곡. 사진 윤명철 교수의 '한국 역사와 문화의 이해' 갈무리.
'유라시아 플로우 프로젝트'를 통해 지날 타지키스탄의 파미르산(위)과 파미르산 와칸 계곡. 사진 윤명철 교수의 '한국 역사와 문화의 이해' 갈무리.

근황과 관련해서 질문드립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국립사마르칸트 대학에서 강의하시는데 그곳에서 한국고대사에 관심이 많은지.

아니에요.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고대에 한국과 그들이 굉장히 관련이 깊다는 걸 잘 모릅니다. 다만 한국에서 일하고 간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대우를 잘 받아 매우 우호적이죠. 저는 그곳에서 강의를 하고, 한국에서 근무했던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초청해서 친목을 다지는 목적으로 '코리안 데이’를 7월 초 사마르칸트시에서 열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문화가 실크로드를 통해 신장의 돈황을 거쳐 직접 고구려까지 들어왔어요. 고분벽화에서 보듯 고구려의 춤, 악기, 서커스 등 고구려의 문화 예술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쳤죠. 고구려에는 악기가 38가지가 있는데 적지 않은 게 지금 중앙아시아에서 사용이 되요.

고구려 고분벽화에 서역인이 많이 나오는 이유군요.

예. 이런 걸 통해 우리 문화가 한반도에 고착된 폐쇄적인 문화가 아니라 초원의 길 뿐 아니라 실크로드를 통해서 중앙아시아, 서아시아까지도 연결되어 끊임없이 문화 교류, 인적 교류가 있었다는 걸 이야기 할 수 있는 거예요.

한국에서 발칸반도 99일간 99개국을 찾아가는 '유라시아 플로우 프로젝트',
종착지에서 21세기 새로운 문명의 모델로 홍익인간 선언

오는 7월부터 한국을 출발해 유럽 발칸반도까지 99일간 99개 도시를 방문하는 ‘유라시아 플로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플로우(flow)는 흘러가다라는 뜻이 있죠. 바로 우리 민족의 풍류 사상을 유라시아 플로우라고 바꾼 겁니다. 그래야 서양인에게 설명이 가능하니까요. 신라 대학자 최치원이 “우리 민족에게 유‧불‧도(儒佛道) 세 가지를 모두 아우르는 현묘지도玄妙之道가 있다”라고 했던 바로 그 풍류입니다. 당연히 풍류는 홍익인간 사상이죠.

또, 플로우는 움직이는 것인데 현재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이잖아요. 물류죠. 그리고 플로우는 종횡무진을 뜻합니다. 그동안 실크로드, 초원의 길이라고 하나의 길, 횡단 길이라고 보았죠. 아니에요. 종단로도 있었어요. 저는 망, 네트워크라고 봅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네트워크 시스템이죠. 우리가 잘 아는 뇌부터 시작해 천체까지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되어 있잖아요.

99는 우리 민족의 마지막 숫자에요. 주요 도시는 행성이고 작은 도시는 위성인 셈이죠. 큰 도시에서는 학술 콘퍼런스를 하고 곳곳에서 비엔날레와 퍼포먼스, 그리고 음식 등 문화를 교류하는 행사를 할 겁니다. 비엔날레에는 한국 화가뿐 아니라 현지화가들이 참여하고 우리 춤뿐 아니라 현지 춤도 함께 공연하며 다 어우러지는 것이죠.

유라시아 플로우 종착지 발칸반도에서 헌장을 발표한다고.

저는 장을 펼치는 것이고 그 현장을 제 유튜브를 통해 즉시 전 세계로 생중계할 겁니다. 또, 거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저마다 유튜브로 세계에 소식을 알리면서 초반에는 작게 출발하겠지만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목적은 우리 민족 사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거예요. 홍익인간 사상이 21세기 새로운 문명의 모델이라는 것이죠. 종착지인 발칸반도에서 헌장(charter)를 선언할 것입니다. 새로운 문명 이론의 모델은 시간적으로는 고대, 공간적으로는 우리다. 한민족의 홍익인간 사상이라고 선언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