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94일간 열린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오랜 시간에 걸쳐 스며드는 부드러움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물의 힘을 표본으로 삼아, 이런 힘이 어떻게 분열과 차이를 포용하는지 모색한다. "세상에서는 물이 가장 유약하지만, 공력이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도덕경 78장)는 의미의 ‘유약어수’에서 차용하여, 이번 비엔날레는 이질성과 모순을 수용하는 물의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개인과 집단에 깊이 침투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에 나름의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예술의 가치를 탐구한다.

이숙경 예술감독이 이끄는 제14회 비엔날레는 전환과 회복의 가능성을 가진 물을 은유이자 원동력, 방법으로 삼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저항과 공존, 연대와 돌봄의 장소로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스며드는 부드러움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물의 힘을 새로운 표본으로 삼아 참여 작가들과 함께 분열과 차이를 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세계 각국에서 79명의 참가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네 가지 소주제로 전시의 대주제를 탐구한다. '은은한 광륜(Luminous Halo)'은 광주의 정신을 영감의 원천이자 저항과 연대의 모델로 삼는다. '조상의 목소리(Ancestral Voices)'는 전통에 주목하고 이를 재해석해 근대주의적 개념에 의문을 던지고 도전하는 접근 방식을 탈국가적으로 조명한다. '일시적 주권(Transient Sovereignty)'은 후기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의 미술 사상이 이주, 디아스포라 같은 주제와 관련해 발전한 방식에 주목한다. 또 '행성의 시간들(Planetary Times)'은 생태와 환경 정의에 관한 '행성적 비전'의 한계와 가능성을 살펴본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겉보기에는 상이하지만 지구 전체와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지구적 이슈를 하나의 엉킴(entanglement)으로 이해하고자 하며, 근대 식민주의 사상에 지배당하던 지식의 대안이 되는 지식 체계와 실천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주목한다.

전통 치유법부터 지역 사회에 기반을 둔 집단 창작, 공예를 비롯한 다른 근대 예술 전통의 재해석에 이르기까지, 공존하는 방법에 중점을 둔 담론과 작업을 소개해 서로의 공통점과 고유성을 모두 아울러 연대하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이미지 광주비엔날레재단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이미지 광주비엔날레재단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서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이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신작 및 신규 커미션 선보여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주 전시관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환경친화적 모듈 구조로 만들어지며 전시실 5에서부터 시작하여 전시실 1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시 구성이 특징이다. 또한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탐구하는 다양한 신작 및 신규 커미션이 선보여진다.

수년간 해안도시의 생태적, 역사적, 산업적 현실을 기록하기 위해 물 주변이나 수면 아래서 소리를 녹음해온 타렉 아투이(Tarek Atoui)는 한국의 지역 장인과 음악가들과 협력하여 제작한 악기와 사운드 오브제 설치를 선보인다. 방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 타이키 삭피싯(Taiki Sakpisit)의 <스피릿 레벨(The Spirit Level)> (2023)은 물의 정치성을 탐구하기 위해 메콩 강 주변 주민들의 인생, 꿈, 그리고 기억을 기록한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이승애는 전라남도 진도 지역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의례로 전해 내려오는 ‘씻김굿’을 모티브로 한 벽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예술적 영감이 전시관 내부를 자유롭게 흐르는 형상을 제안한다.

또한 광주의 역사를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포진되어 있으면서 광주와 광주 시민들이 시작한 변화의 물결을 현대 미술을 통해 재해석하고자 한다. 알리자 니센바움(Aliza Nisenbaum)은 광주의 놀이패 '신명'과 공동으로 작업한 회화를 선보이며,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의 콜렉티브 팡록 술랍(Pangrok Sulap)은 5·18민주화운동의 지속되는 유산을 목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탐구하고, 지역 사회가 주도하고 참여하는 그들의 작업 방식을 광주의 맥락으로 옮겨 온다. 김순기 작가는 다채널 비디오 신작을 통해 전남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시를 낭독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외에 장지아 작가를 비롯해서 오윤의 목판화 등 다양한 세대의 한국 작가들의 다층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립광주박물관,  캔디스 린(Candice Lin)과 소핍 핏(Sopheap Pich) 등 작품 소개

국립광주박물관과 공동 주최로 진행되는 국립광주박물관 전시에서는 캔디스 린(Candice Lin)과 소핍 핏(Sopheap Pich) 등 작가 작품을 선보인다. 

캔디스 린의 새로운 설치작품은 한국 전통 분청사기 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도자 조각과 공장 작업대,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광주박물관의 도자 소장품과 함께, 리튬 전지 생산 과정에 담긴 세계화 과정과 발효와 교역을 담는 용기였던 도자 항아리의 역사를 엮어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광주박물관 정원에서는 캄보디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핍 핏이 일상에서 찾은 알루미늄 집기를 재활용해 백일홍 나무의 형상을 만들어낸 조각 연작 <춤(La Danse)> (2022)을 선보인다.

무각사, 삶의 순환을 고찰하는 명상적 작업 전시

도심 속 사찰인 무각사에서는 다야니타 싱(Dayanita Singh), 류젠화(Liu Jianhua), 흐엉 도딘(Huong Dodinh) 등 작가들이 삶의 순환을 고찰하는 명상적 작업이 전시된다.

다야니타 싱의 영상 <모나와 나(Mona and Myself)> (2013)는 작가가 사진기자로 활동할 당시 우연히 만나게 된 인물 모나 아메드와 한평생 이어나간 우정과 동료애를 그리고 있다. 중국 도자 전통을 재해석하는 류젠화의 작업 <숙고의 공간(Realm of Reflection)> (2022)은 ‘깨어남’에 대한 선불교의 일화를 연상시키며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에 이민하여 정착한 흐엉 도딘의 추상 회화는 붓의 작은 움직임, 미묘한 색채의 변화 등 포착하기 어려울 만큼 섬세한 표현을 통해 창작의 내적 동기를 추적한다. 홍이현숙은 북한산 승가사에서 화강암 조각을 만진 경험을 서술하는 기존 영상 작업의 속편으로 구성된 신작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 월출산 시루봉(What You Are Touching Now – Wolchulsan Sirubong)> (2023)은 전라남도 월출산의 암벽을 등반하는 작가의 여정을 기술한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일본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 근대화 과정에서의 기독교 복음 역사를 담고 있는 양림산 기슭에 있는 지역 예술공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아마존 지역 풍경에 대한 회화적 해석을 담고 있는 비비안 수터(Vivian Suter)의 연작과 도쿄에서 활동하는 작가 모리 유코(Yuko Mohri)가 소설가 한강의 소설 《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장소 특정적 사운드 설치 <I/O> (2011-2023)가 전시된다. 이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초반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진 한국 작가들의 선구적인 퍼포먼스를 기록한 김영재의 영상 작품과 바다 위를 부유하는 버려진 사물들을 추적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한 정재철의 작품 또한 선보인다.  

 베이스폴리곤에서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앤 덕희 조던(Anne Duk Hee Jordan)은 인터렉티브 로봇 연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새로 설계된 이 로봇들은 해양 생물, 기술, 성, 영양 및 생태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부터 발전해온 몰입형 설치 작업과 융합되어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So long, and thank you for all the fish)> (2023)라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예술공간 집

동구 장동에 있는 예술공간 집에서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사랑과 상실에 대해 반추하는 모습을 그리는 나임 모하이멘(Naeem Mohaiemen)의 영상 작업 <익사하지 않는 사람들(Jole Dobe Na)> (2020)이 상영된다.

이와 함께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본전시와 함께 전시 기간 국외 유수 문화예술 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역대 최대 규모로 선보인다. 

전시장소별로 주요 작품들을 미리 만나보면서 광주로의 1박 2일 예술여행을 계획해보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매 입장권은 개막 전인 4월 6일까지 재단 홈페이지 티켓정보 페이지와 티켓링크, 네이버 예매 등에서 구입 가능하며, 행사기간 내 현장 판매 입장권보다 최대 40% 가량 저렴하다.

특히 이번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전시 기간이 역대 최장인 만큼 더욱 많은 관람객이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서 광주의 문화예술 공간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2일권 등을 개발했으며 개막 후 현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KTX 및 SRT 승차권과 광주비엔날레 입장권 패키지도 3월부터 판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