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semblage T1, poly urethane varnish on paper mache, pigments, resin, aluminum mesh, stainless steel, 58x121x62cm, 2022  [사진 갤러리에스피]
Assemblage T1, poly urethane varnish on paper mache, pigments, resin, aluminum mesh, stainless steel, 58x121x62cm, 2022 [사진 갤러리에스피]

 최수앙 작가의 개인전 〈플루리버스: 내밀한 전도 Pluriverse: Innermost Inversions〉가 갤러리에스피(GALLERY SP)에서 12월 1일 개막한다. 전시 작품은 조각 5점, 드로잉 10점 내외, 설치 1점이다.  

이번 전시는 최수앙 작가가 만드는 미완의 실체들이 여리고 작은 인간의 몸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체에 팽배한 고정관념을 전복하고 유연한 인식의 틀을 견인해가는 여정의 한 장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자리이다.

이번 전시 〈플루리버스(pluriverse)〉에서 최수앙 작가는 조형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여러 중간 매개 변수의 역할을 작품 안으로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살핀다.

작가는 최근 총체적 대상을 전도하기, 마모하기, 찢기, 끊어내기, 복제하기, 연결하기 등의 작업을 한다. 예를 들면 인간 신체를 구성하는 무수한 요소의 보편적 가치를 전복하는 것이다. 작가의 손을 거친 피부와 근육, 기관 사이의 뼈, 그 사이를 흐르는 혈관과 미세한 분자의 메커니즘은 정상의 틀에서 빠져나와 비정형의 덩어리가 된다.

최수앙 개인전 "플루리버스: 내밀한 전도" 전시 모습 [사진 갤러리에스피]
최수앙 개인전 "플루리버스: 내밀한 전도" 전시 모습 [사진 갤러리에스피]

박지형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는 “작가는 각 개체의 절대적 상태를 구현하는 일에서 물러나 자신의 손과 몸이 허용하는 리듬과 속도, 재료의 강도에 더 집중한다. 이때 우리는 어떤 미지의 생명체로부터 추출된 편린의 키메라적인 조합을 보게 된다”며 “우연성과 즉흥성을 끌어안으려는 시도는 관객에게 복수적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작가에게는 내재된 습성과 편견을 떨쳐내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해부학 지식으로 보면 작가가 선택한 기관들의 짜임은 오류로 가득 찬 것이지만, 그가 생산한 돌연변이 파편들은 눈앞에 실재한다. 그러므로 기존의 명징한 위치를 잃은 조각들은 실제 3차원의 시공 안에서 그와 실질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조금씩 그 외연을 변형시킨다.

이처럼 작가가 수행하는 조작의 목적은 매끈한 외연을 반복하여 구부려 얻게 되는 변종들에게 현재적 역할을 부여하는 데 있다. 어떠한 단일한 메세지나 완결된 기념비적 지점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

최수앙 개인전 " 플루리버스: 내밀한 전도" 전시 모습 [사진 갤러리에스피]
최수앙 개인전 " 플루리버스: 내밀한 전도" 전시 모습 [사진 갤러리에스피]

"예술적 대상을 생산하는 데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엄격한 규칙이 해제됨에 따라 그 아래 억압되어 있던 에너지는 여러 방향과 층위로 분출된다. 그리고 이는 무조건적인 무질서의 상태로 방치되기보다 이전과는 다른 조형 요소들의 운동성을 가늠하는 방식으로 이합집산한다. ‘Assemblage P1’이나 ‘Assemblage H1’에서는 흩어져 있던 입자들이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로 수렴되어 완결되는 듯하지만, 전시장의 가장 마지막 방에 놓인 ‘Blueprint’는 어떤 결합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Untitled’는 온전한 하나의 형태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임의로 절단되어 공간의 이곳저곳에 놓인다. 또한 드로잉이 담고 있는 응시의 다양한 시점 이동이 암시하듯, 각 작품은 이를 바라보는 각도나 위치에 따라 상이한 외곽선과 균형감을 갖는다. 따라서 관객은 어떠한 선제적인 제약 없이 위치를 이동하며 각 대상과 그것이 점유하는 빈 공간 사이의 운율을 감각하며, 주어진 조각들에 자의적인 규칙을 대입하여 볼 수도 있다."(박지형 큐레이터, "다중의 몸과 우주를 꿈꾸라"에서) 

Blueprint 3, watercolor on arches paper, 106x75.5cm, 2022 [사진 갤러리에스피]
Blueprint 3, watercolor on arches paper, 106x75.5cm, 2022 [사진 갤러리에스피]

박지형 큐레이터는 “신체에 관한 통합과 안정 상태를 유보한 인식의 확장은 그의 문법 전반에 질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이제 그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무수한 생명체와 우주 사이를 연결하는 노드를 추적하며 이로부터 채집한 이미지들을 중첩하고, 나열하고, 변형하는 실천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Northern Pace 4, watercolor on arches paper, 77x58cm, 2022 [사진 갤러리에스피]
Northern Pace 4, watercolor on arches paper, 77x58cm, 2022 [사진 갤러리에스피]

1975년 태어난 최수앙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작품 활동해 왔다. 갤러리 에스피에서의 <플루리버스: 내밀한 전도>를 포함하여 <언폴드>(2021, 학고재, 서울) <몸을 벗은 사물들>(2017, 두산갤러리 뉴욕) <얼굴>(2016, 갤러리 그라디바, 파리), <오브젝트>(2014, 스페이스 캔 베이징, 베이징) <더 블라인드 포 더 블라인드>(2013, 안셈부르크 미술관, 리에주, 벨기에) <아스퍼거의 작은 섬들>(2010, 두산갤러리, 서울) 등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다수의 국내 단체전뿐만 아니라 모스크바 국립현대미술센터, 덴마크 브란츠 미술관, 파리 알 생피에르 미술관,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 현대미술 특별전 등 다수의 해외 주요 기관이 개최한 기획전에 참여했다.

최수앙 작가의 개인전 <플루리버스: 내밀한 전도 Pluriverse: Innermost Inversions>는 12월 28일까지 갤러리에스피(GALLERY SP,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44가길 30)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화 - 토 10:00 - 18:00(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