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분홍비 Mother_purble rain, 251x300cm, Oil· acrylic on canvas,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선]
어미, 분홍비 Mother_purble rain, 251x300cm, Oil· acrylic on canvas,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선]

얼터사이트계선(ASK)이 11월 4일부터 정보경 작가의 개인전 〈어미, 화가〉를 플랫폼엘 갤러리에서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드로잉과 더불어 대형 회화 작품, 새롭게 선보이는 판화와 설치작업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엄마’ 이자 ‘여자’, 그리고 ‘작가’라는 역할 속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작품 <전사>에서 여성은 오른손에 인형을 잡고, 왼손으로 붓을 들고 나체로 서 있다. 가사,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는 화가의 모습이다.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을 드러낸 것일까, 엄마는 인형의 발끝을 쥐고 있다. 전사인 엄마는 갑옷은커녕 입을 옷도 없는 듯 벌거벗었다. 일과 육아를 함께하려는 엄마에게 도움되는 건 없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살짝 얼굴을 들어 멀리 응시하며 엄마는 고민한다. 하지만 육아와 일,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엿보인다.

전사 Warrior, 193.9x97cm, Oil· acrylic on canvas,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선]
전사 Warrior, 193.9x97cm, Oil· acrylic on canvas,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선]

 이선미 미술평론은 정보경 작가의 <전사> 연작을 이렇게 설명한다.

“정보경은 육아와 작업 사이에서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본인의 상황을 전사의 심정에 비유한다. <전사> 시리즈는 한 손에 아기 인형을, 다른 한 손에는 붓 꾸러미를 들고 있는 대형 나체 자화상이다. 본인의 누드를 오브제들과 연출해 사진으로 찍은 뒤 사진을 바탕으로 드로잉을 하고 원하는 형태가 나오면 유화나 아크릴로 옮긴다. 물성보다 내용에 집중하고자 기존 자신의  작업보다 최대한 얇게 그리려고 노력했다. 작가는 매일을 전투적으로 싸워나가며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사막, 정글, 도살장 같은 수많은 어려움과 두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싸우는 전사의 모습 같다고 했다.”

전사 Warrior, 193.9x97cm, Oil on canvas,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션]
전사 Warrior, 193.9x97cm, Oil on canvas,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션]

칠흑같이 어두운 숲속에서 아이를 등에 업은 엄마를 짐승처럼 묘사한 <어미>는 정보경 작가가 산속에서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살았던 경험을 토대로 모성애를 그려냈다고 한다. 온갖 동물이 달려들어 엄마의 젖을 빨고 있지만, 엄마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목에 매달려 무서워하는 아이를 데리고 살아 내야 하다는 투지를 다지고 있다.

“전시 <어미, 화가>는 엄마이자 작가인 정보경의 고민이다. 무엇을 위해 작업하는지, 어 어떤 난관에 봉착했으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스스로 공고히 하고, 그러한 상황들을 시각언어로 공론화 한다. 반드시 작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본인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이선미 미술평론)

전사 Warrior, 193.9x112.1cm, Oil·acrylic on canvas,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선]
전사 Warrior, 193.9x112.1cm, Oil·acrylic on canvas,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선]

100여개의 바비인형으로 만든 설치작품 <바비 샹들리에>는 기괴한 음악과 함께 흡음재로 쌓여진 공간에 실제 바비인형을 샹들리에 구조물에 설치한 조형물이다. 뜯어진 관절, 엉킨 머리카락 등 해괴한 모습으로 가지런히 놓여 뱅글뱅글 돌아가는 낡은 바비인형은 자신의 상처들을 외면한 채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어미 Mother, 123X140cm, Oil· acrylic on fabriano paper,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선]
어미 Mother, 123X140cm, Oil· acrylic on fabriano paper, 2022 [사진 얼터사이트계선]

1982년에 태어난 정보경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2008년 개인전 <피어나다>를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열고 단체전에 참가했다.

정보경 작가의 개인전 <어미, 화가>는 11월 24일(목)까지 플랫폼엘(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33길 11)에서 볼 수 있다. 관람료 무료. 일요일, 월요일 휴관한다. 관람시간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