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잣대를 거부한 반항아, 늙지 않는 소년 독고탁의 멀티버스 세계관 구현

이상무 화백의 작업실이 있던 곳이자 만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마포에서 전시

장년이 된 그 시절 소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는 전시

독고탁 탄생 50주년을 맞아 마포아트센터는 갤러리 맥에서 '꼬마꼰대 독고탁, 부활' 기획전을 11월 25일부터 내년 1월까지 개최한다. [사진 마포아트센터]
독고탁 탄생 50주년을 맞아 마포아트센터는 갤러리 맥에서 '꼬마꼰대 독고탁, 부활' 기획전을 11월 25일부터 내년 1월까지 개최한다. [사진 마포아트센터]

까까머리에 작은 체구로 환상적인 마구(魔球)를 던지던 ‘독고탁’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그 시절의 향수를 깨우고 현대 매체 기술로 새롭게 조명한 ‘꼬마꼰대 독고탁, 부활’ 전시가 오는 25일부터 내년 1월까지 마포아트센터 갤러리 맥에서 열린다.

독고탁은 1970~80년대 고교야구 전성시대이자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시기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야구 만화의 한 획을 그었던 주인공이다. 독고탁의 아버지 고(故) 이상무 화백(1946~2016, 본명 박노철)이 생전에 “가난했던 내 어린 날의 분신”이라 했던 독고탁의 등장은 한국 서사만화의 주요 전환점이자 축으로 평가받는다.

독고탁 시리즈를 탄생시킨 고 이상무(박노철) 화백. [사진 마포아트센터]
독고탁 시리즈를 탄생시킨 고 이상무(박노철) 화백. [사진 마포아트센터]

당시는 아이들의 정서를 이유로 만화도 검열하던 때였기에 주로 명랑만화가 범람하던 때이다. 만화 주인공들은 장난꾸러기이거나 정의롭고 선량한 미남미녀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독고탁은 세상의 잣대를 거부하고 좌충우돌하는 반항심과 질투심을 가진 입체적이고 흔치 않은 캐릭터였다.

1971년 ‘주근깨’에 첫 등장한 독고탁은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하기 위해 얼굴과 이름을 숨기고 등판해 고교 야구 강투수로 활약했다. 이후 다양한 만화에서 불우한 유년 시절을 겪고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 소년으로, 의리와 자존심, 그리고 승부욕이 넘치는 독고탁에 그 시절 소년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열광했다.

1970~80년대 야구만화의 한 획을 그은 독고탁이 첫 등장한 작품 '주근깨'. [사진 마포아트센터]
1970~80년대 야구만화의 한 획을 그은 독고탁이 첫 등장한 작품 '주근깨'. [사진 마포아트센터]

이번 전시에서는 1971년 ‘주근깨’를 시작으로 1978년 ‘울지않는 소년’ 1983년 ‘달려라 꼴찌’ 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한 독고탁의 멀티버스 세계관을 집중 조명해 독고탁의 네버엔딩 스토리를 되살려낼 예정이다.

특히, 마포에 이상무 화백의 작업실이 있었던 인연으로 인해 독고탁이 자신이 태어난 ‘마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온갖 참견을 일삼지만 밉지 않은 소년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귀여운 꼰대’라는 것이 전시의 설정이다.

‘꼰대’는 일반적으로 권위적인 사고나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어른을 비하하는 은어이다. 그런데 전시에서 독고탁에 대해 ‘꼰대’를 콘셉트로 잡은 이유에 대해 마포아트센터는 “독고탁 캐릭터의 몸은 어리지만 이제 나이가 51세가 되었다. 이번에 50년을 살아온 그의 멀티버스 세계관과 함께 미디어아트나 NFT같은 새로운 전시기술들을 접목해서 캐릭터를 다시 부활하는 론칭 쇼의 개념을 반영했다. 약간 꼰대 같지만 변화한 현시대에 맞춰가려는 독고탁의 서사를 녹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또한, “어려움도 겪고 풍파도 맞았지만 결국 변치 않는 마음으로 이 시대 희망의 서사를 독고탁이 보여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꼬마꼰대 독고탁의 방 ▲꼬마꼰대 독고탁 갤러리 ▲독고탁 멀티버스 순으로 진행된다. ‘꼬마꼰대 독고탁의 방’에서는 주인공의 방을 평면의 2차원(2D)뿐 아니라 입체적인 3차원(3D)으로 구현해 독고탁의 의상과 성격, 취향 등을 관람객이 접할 수 있다. 또한, 독고탁이 등장해 마포구의 명소와 만화 속 배경으로 등장한 곳들을 찾아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는 영상 작품도 등장한다.

이상무 화백의 1983년 작 '달려라 꼴찌'. 1984년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독고탁은 압도적 표 차로 사랑받는 만화 캐릭터로 선정되었다. [사진 마포아트센터]
이상무 화백의 1983년 작 '달려라 꼴찌'. 1984년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독고탁은 압도적 표 차로 사랑받는 만화 캐릭터로 선정되었다. [사진 마포아트센터]

‘꼬마꼰대 독고탁 갤러리’에서는 독고탁 원화가 다양한 예술 형태로 변주된다. 캔버스 회화나 방송 프로그램 출연용, 기념품과 웹툰 제작 등 각종 상황 속 독고탁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팝아트, NFT 등 현대 예술을 접목한 새로운 독고탁 캐릭터들도 전시된다.

‘독고탁 멀티버스’에서는 각 작품에 등장했던 독고탁 각각의 모습을 조명해 하나로 완성되는 독고탁 세계관을 보여준다. 다양한 이야기 속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활약했던 독고탁의 모습을 작품별로 소개하며 우리와 함께 호흡했던 독고탁의 면면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의 기획을 촐괄하는 독고탁 컴퍼니 박슬기 대표는 “기획전을 통해 늙지 않는 소년 독고탁의 캐릭터적인 매력도를 부각하고자 했다. 다양한 예술 장르와 매체 기술과의 협업으로 탄생지 마포로부터 세계로 뻗어 나갈 독고탁 캐릭터를 선보이는 자리”라고 개최 소감을 밝혔다.

불우한 환경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독고탁의 서사는 지금 장년이 된 그 시절 소년과 미래를 살아갈 오늘의 소년에게 세상의 잣대를 벗어난 도전이 가진 소중함을 전할 예정이다. ‘꼬마 꼰대 독고탁내년 1월 20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