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다양하게 열린다. 국립부여박물관은 특별전 〈백제 기술, 흙에 담다〉를 내년 1월 29일까지 기획전시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제 기술(技術, Technology)를 밝히는 연속 작업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 특별전을 내년 1월 29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지난 5일부터 내년 10월 9일까지 상설전시실 내에서 〈명기明器, 예禮를 담다〉라는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다.
  

국립부여박물관 특별전 '백제 기술, 흙에 담다' 

전시 포스터 [이미지 국립부여박물관]
전시 포스터 [이미지 국립부여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관장 윤형원)은 특별전 '백제 기술, 흙에 담다'를 내년 1월 29일까지 기획전시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제 기술(技術, Technology)를 밝히는 연속 작업으로, 지난 해 SeasonⅠ‘백제 돌’ 전시에 이은 SeasonⅡ ‘백제 흙’ 주제의 전시이다.

이번 특별전은 ‘흙’이라는 재료에 주목해 백제인의 흙 다루는 기술과 흙으로 만든 소조상의 예술성, 그리고 흙 다루는 기술을 매개로 백제와 주변 국가와의 교류를 담고 있다.

전시에서는 백제의 흙 다루는 기술과 이러한 기술을 예술의 경지까지 승화시킨 백제 소조상의 예술성에 대해 소개한다. 세부 주제에 대해 살펴보면 1부 ‘흙에 아름다움을 담다’, 2부 ‘흙에 지혜를 담다’, 3부 ‘흙에 그림을 담다’, 4부 ‘흙에 기술을 담다’, 5부 ‘흙에 시간을 담다’로 구성돼 있다.

1부 ‘흙에 아름다움을 담다’ 에서는 도자기라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백제 최상급 토기와 함께 익살스러운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호자(虎子), 굴뚝(煙家) 등을 보여줌으로써 일상생활에서 흙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백제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2부 ‘흙에 지혜를 담다’에서는 백제 사찰에서 발견된 소조상을 보여준다. 컴퓨터 단층 촬영(CT)과 X선 투과촬영, 전자현미경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그동안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소조상의 내부 구조를 디지털로 선보인다. 또한 청양 본의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소조 불상 대좌>는 이번 특별전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1986년 발견 이후 대좌 내부를 최초로 공개해 두드린 흔적, 손가락으로 누른 흔적, 글자 새김 흔적 등 다양한 제작 기법을 확인해 볼 수 있다.

3부 ‘흙에 그림을 담다’ 에서는 건물의 내부를 장식한 벽화와 벽돌을 전시한다. 특히 부여 외리(外里) 유적에서 출토된 백제 무늬 벽돌(百濟 文樣塼)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식 벽돌’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4부 ‘흙에 기술을 담다’ 에서는 백제가 중국 남조 양(梁)나라와의 기술 교류 경험을 살려 적극적으로 주변 나라에 문화를 전달한 대외교류를 소개한다. 백제식으로 해석한 연꽃무늬 수막새 등의 기술 전파 과정을 화려한 디지털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5부 ‘흙에 시간을 담다’ 에서는 백제 소조상의 특징인 사실적인 표현과 골조가 확인되는 백제 이후의 소조상을 소개하고, 시공간을 초월한 백제의 흙 다루는 기술 전통을 살펴본다.

백제 사람들은 흙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흙에 지혜와 노력을 담아 다양한 형태의 문화유산을 만들었다. 이번 특별전에서 흙으로 빚은 백제의 문화유산을 감상하며, 백제 사람들의 흙 다루는 최고의 기술(Technology)과 예술(Art)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근대 한글, 예술로 다시 피어나다

전시 포스터[이미지 국립한글박물관]
전시 포스터[이미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은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 특별전을 내년 1월 29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한글실험프로젝트는 예술 및 산업 콘텐츠로서의 한글의 가치를 조명하는 기획특별전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이 전시를 통해 한글디자인 창작의 장으로 박물관의 역할을 확장하고, 박물관 소장 자료를 예술 창작의 소재로 활용하며, 한글문화의 지평을 확대하고자 한다. 

지난 2016년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2017년 '소리×글자: 한글디자인', 2019년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에 이어, 올해 4회 째 열리는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에서는 근대 시기 한글 자료를 예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전시 작품의 제작 바탕이 된 박물관의 소장 자료는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와 국어 문법서 『말의 소리』, 지석영이 편찬한 외국어 교재 『아학편』, 프랑스인 선교사가 편찬한 한국어 문법서 『한어문전』, 한글 띄어쓰기를 선구적으로 적용 한「독립신문」 등이다.
 
전시는 ‘근대 한글 연구소’라는 공간을 설정해 4개의 연구실로 구성했다. 1부 ‘동서말글연구실’에는 근대 시기 한글과 서양 언어의 소통이 반영된 『한어문전』등의 자료를 재해석한 작품을, 2부 ‘한글맵시연구실’에는 가로쓰기, 풀어쓰기 등 근대 한글 사용 방법의 변화를 작가의 시각에서 새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한다.  3부 ‘우리소리실험실’에서는 근대 시기 대중에 큰 인기를 끌었던 판소리계 납활자본 고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4부 ‘한글출판연구실’에서는 근대 한글 출판물을 창작의 원천으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근대는 한글이 쓰이는 방법과 한글 문헌의 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어문 규정의 토대가 다져진 시기이다. 1894년 고종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선포한 ‘국문선포’로 인해 한글은 창제 이후 약 450년 만에 나라의 공식 문자로 인정받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한글이 공식 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정리와 한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불러일으키며 한글 연구를 빠르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한글 연구자들에 의해 가로 쓰기, 띄어쓰기, 한글 전용 글쓰기 등 한글 사용에 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됐고, 출판물을 인쇄에 사용하는 한글 납활자도 활발히 생산됐으며 각종 서적에 특색 있는 한글디자인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는 시각 분야 7명과 1팀, 제품·공예 분야 7명, 패션 분야 4명, 리서치프로젝트 2팀, 음악 분야 1명과 1팀, 영상 분야 1명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협업을 진행해 한글문화의 외연을 더욱 확장했다.
 
음악 분야는 처음으로 한글실험프로젝트와 협업을 시도했다. 국악 아카펠라그룹 토리스는 판소리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를 불렀으며, 작곡가 김백찬은 근대 한글 연구자 주시경을 기리는 노래를 작사·작곡했다. 

한편 ‘한글공작소’라는 이름의 전시 기록 공간도 마련돼 관람객이 작품 제작 과정을 살펴보고 창작의 여정을 체험할 수 있다.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는 국립한글박물관의 전시가 종료된 후, 국내외를 순회하며 한글의 문자적·미적 가치를 쉽고 직관적으로 널리 알릴 예정이다. 

 

국립대구박물관, 새 전시 ‘명기明器, 예禮를 담다’ 

전시 포스터  [이미지 국립대구박물관]
전시 포스터 [이미지 국립대구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은 지난 5일부터 내년 10월 9일까지 상설전시실 내에서 ‘명기明器, 예禮를 담다’라는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유교 장례품인 명기(明器)를 조명하고자 기획했다. 명기는 죽은 이가 사후 세계에서 사용할 여러 물건을 작게 만들어 무덤에 함께 묻은 부장품이다. 삼국시대 이전에도 부장품을 묻는 문화가 있었지만, 국가에 의해 제도화된 것은 조선시대부터이다.

전시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먼저 ‘예를 생각하다’에서는 조선시대 명기의 부장 배경과 종류, 특징 등을 소개한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명기의 그림과 실제 명기를 비교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예를 묻다’에서는 의례서에 기록된 명기와 관련된 상장례 절차를 보여준다. 왕실에서 사용하던 부장품인 명기는 16세기 이후에는 사대부 계층까지 확산됐다. 세 번째 ‘예를 다하다’에서는 경상북도 지역에서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백자 명기를 비롯해 죽은 이의 인적 사항을 기록한 묘지(墓誌)를 조명한다. 명기는 16-17세기 후반까지 집중적으로 부장됐으나, 이후 세속의 변화로 점차 소멸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조선시대의 상장례 문화를 이해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