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서울연극제(집행위원장 박정의, 예술감독 김승철)가 오는 4월 28일(목)부터 5월 29일(일)까지 32일간 대학로 인근 주요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서울연극제는 1977년에 시작된 전통 있는 서울 대표 예술축제이다.

올해 서울연극제에서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믹극부터 사회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비판이 담긴 극까지, 각 극단의 다채로운 색이 고스란히 담긴 공식선정작 8작품과 지난 2021년 서울연극제 단막 희곡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단막스테이지 2작품을 선보인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한 달간 공모를 받아 81개 작품 중 8작품을 선정한 공식선정작은 번역재연 4작품, 창작재연 4작품으로 구성하여, 국내·외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은 탄탄한 희곡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제43회 서울연극제가 오는 4월 28일(목)부터 5월 29일(일)까지 32일간 대학로 인근 주요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포스터=서울연극협회 제공]
제43회 서울연극제가 오는 4월 28일(목)부터 5월 29일(일)까지 32일간 대학로 인근 주요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포스터=서울연극협회 제공]

우선, 창작재연 4편을 살펴보면, 창작집단 LAS의 〈우투리: 가공할 만한(4.29~5.8)〉은 2021년 초연 당시 폭력과 젠더에 관한 감수성을 표현하는 데 창작집단 LAS만의 섬세함을 보이며 매진이란 호평 속에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고전설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영웅의 운명을 만들어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동시대 관객들에게 이 시대의 ‘영웅’과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드림플레이 테제21의 〈자본2 : 어디에나 어디에도(5.6~5.14)〉는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 2017년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창작한 ‘다큐-드라마’로 1% 슈퍼리치들의 부를 지켜주기 위해 탈세와 불법 거래를 일삼는 자산관리사들과 이들에 맞서는 국제 탐사 보도 저널리스트들의 활약을 드라마틱하게 전개한다. 조세 도피처와 페이퍼컴퍼니를 둘러싼 글로벌 금융자본이 은폐하고 있는 검은 돈의 실체를 파헤쳐가는 서스펜스를 동반한 작품이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타자기 치는 남자(5.7~5.15)〉는 2021년 대산문학상 희곡부문 수상작으로 초연 당시 예매처 평점 9.7점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최무인, 김동현, 오민석 세 배우의 불꽃 튀는 열연은 작품에 생명력을 더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1983년을 배경으로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호황, 복종과 저항, 사실과 거짓,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던 소시민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단 모시는사람들 〈심청전을 짓다(5.1~5.28)〉는 심청전의 주인공 심청이 등장하지 않는다. 심청이 살았던 도화동 마을의 성황당을 무대로 주변 인물들만이 등장해 심청이의 죽음을 위로할 뿐이다. 심 봉사의 이웃인 ‘귀덕이’와 ‘남경상인’이 심청을 보낸 죄책감에 제사를 지내는 중 몇 사람이 우연히 비를 피해 성황당에 모여들고 심청의 제사에 함께하며 심청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이다.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원작을 바탕으로 번역재연 4작품도 기다리고 있다.

창작조직 성찬파 〈반쪼가리 자작(5.5~5.15)〉은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대표작인 '우리의 선조들' 3부작 중 하나로 전쟁에 참가한 청년 ‘자작 메다르도’는 포탄에 맞아 선과 악이라는 각각의 반쪽으로 나누어져 돌아온다. 연극은 원작의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대사와 몸짓 외에 인형 오브제와 그림자극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다.

극단 산수유의 〈공포가 시작된다(5.13~5.22)〉는 일본 극작가 토시노부 코죠우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대해 쓴 희곡으로 2013년 일본에서 초연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파괴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복구 작업을 진행하며 위험에 잠식돼가는 사람들과 이들을 외면하는 사회와 기업의 조작과 은폐를 다룬다. 짐짓 어둡고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유머와 웃음으로 이어가는 작품이다.

극단 파수꾼의 〈7분(Sette Minuti)(5.19~5.28)〉은 이탈리아 극작가 스테파노 마시니가 쓴 '7분'으로 섬유회사가 다국적 기업에 매각되면서 벌어진 실제 프랑스의 노동현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여졌다. 노동자에게 15분 중 7분의 휴게시간을 줄이라는 기업. 노동자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 인간의 존엄성을 7분이라는 시간 속에서 고민하는 작품이다

극단 여행자의 〈베로나의 두 신사(5.20~5.28)〉는 신사가 되고자 하는 두 청년의 사랑과 우정이 서로 얽히면서 배신과 음모, 그리고 용서와 화해로 이어지는 코미디로 여성국극에서 영감을 받아 극단 여행자의 여배우 10인이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낭막적 텍스트와 극단 여행자만이 가지고 있는 연극적인 신체언어를 통해 우리만의 셰익스피어, 우리만의 여성신극을 만들어내는 다른 여행이자 시도로 관객들에게 넘치는 에너지를 준다.

지난해 제42회 서울연극제 ‘단막 희곡’ 공모전 응모작품 총109편 중에서 선정된 희곡들도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단막 희곡 당선작 〈낯선 얼굴로 오는가〉, 가작 〈성난 파도 속에 앉아 있는 너에게〉가 창작초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극단 프로젝트그룹 연희공방 〈낯선 얼굴로 오는가(4.28~5.1)〉는 단막 희곡 당선작으로 신성우 작가와 이지수 연출이 함께한다. 1980년대 산골 마을 외딴 집, 60대 장수는 아내와 아들 내외, 그리고 손녀와 살고 있다. 아내의 구박에도 하릴없이 화투점을 치던 장수는 비광이 뜨자 손님이 오나보다 의아해한다. 장수는 오직 낯선 사람을 피할 방법에 전전긍긍하다 방법을 찾지 못해 아내의 신발을 신겨 도망을 가려하지만....

공연예술제작소 비상의 〈성난 파도 속에 앉아 있는 너에게(5.4~5.8)〉는 단막 희곡 가작으로 윤미희 작가와 김정근 연출이 함께한다. 해 뜨기 전 새벽, 지방의 한 저수지는 예로부터 금이 나온다고 해서 유명한 곳이다. 초창기엔 하룻밤에도 여러 시체가 둥둥 떠올랐다고. 믿거나 말거나 모두 금을 찾아 떠난 것이다. 이들은 계속 누군가가 자신들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끼며 짐 가방 속에 금, 아니 돌을 찾아 넣는데……

이번 연극제 공식선정작들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던 작품들을 서울연극제에서 다시금 선보인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재관람 욕구를 충족시켜줄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 및 장소는 서울연극제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