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처장 황기철)는 광복회, 독립기념관과 공동으로 부춘화·김옥련·부덕량 선생을 ‘2022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세분의 선생은 1931~1932년에 걸쳐 제주도 일대 해녀들을 중심으로 일제와 해녀조합의 수탈과 착취에 항거한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주도했다.

부춘화 선생. [사진=국가보훈처]
부춘화 선생. [사진=국가보훈처]

 

국가보훈처에서 ‘이달의 독립운동가’선정사업을 시작한 1992년 이래 건국포장자로는 처음으로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였으며, 제주도 출신으로도 처음이다.

19세기 중엽부터 일본인 어부가 제주도 연안에 들어와 해산물을 남획하는 등 해녀들의 어로활동을 방해하였다. 이에 해녀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자 1920년 제주 유지들은 해녀의 권익보호를 위해 해녀어업조합을 설립하였다. 그러나 1930년대 일본인 제주도사(현 제주도지사)가 해녀어업조합장을 겸임하면서 조합의 성격이 점차 어용화하여 해녀들을 수탈하는 조직으로 변질되자 하도리 해녀들은 1932년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주도하였다. 제주해녀항일운동은 대일항쟁기 여성들이 주체가 된 민족운동으로, 연인원 1만 7천여 명이 참여한 제주도 최대 항일운동이다.

김옥련 선생. [사진=국가보훈처]
김옥련 선생. [사진=국가보훈처]

 

세분의 선생 모두 제주도 구좌면(현, 구좌읍) 출생으로, 부춘화 선생은 15세에, 김옥련 선생은 9세에, 부덕량 선생은 13세에 가족 생계에 보탬을 위해 어린 나이에 해녀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제주도의 토지는 척박하여 여성이라면 해녀 생활을 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어려웠고, 근대 교육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선생들은 1928년부터 1931년까지 하도보통학교 야학강습소에서 함께 공부하고 근대 항일·민족의식을 깨우치기 시작했다.

1930년 해녀조합의 우뭇가사리 해조류 부정판매에 항의하던 하도리 청년들이 일제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하도리 해녀들도 함께 저항하기 시작하였다.

부덕량 선생. [사진=국가보훈처]
부덕량 선생. [사진=국가보훈처]

 

당시 제주 해녀들은 힘을 들여 채취한 감태와 전복 등 해조류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수수료를 과다 징수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이에 맞서 해녀들은 1932년 1월 7일 1차 시위운동에서 당당하게 18가지 요구조건을 작성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해녀회를 조직한 세 분은 1931년 6월부터 채취한 생산물의 가격을 강제로 낮추고 해산문 채취 금지 협박 등을 진행한 해녀어업조합을 규탄하는 항의서를 제출하고 주변 마을 해녀를 규합하는 활동에 앞장섰다. 활동이 점차 조직화하면서 이듬해인 1931년 12월 일제의 해녀 착취에 항의하기 위해 세분은 하도리 해녀 회의에서 대표로 선출되어 직접 투쟁을 계획하였다. 

제주해녀항일운동이 전개된 세화 5일장터. [사진=독립기념관]
제주해녀항일운동이 전개된 세화 5일장터. [사진=독립기념관]

1932년 1월 12일은 제주시 구좌면 세화리 장날이자, 제주도사(현, 제주도지사) 겸 해녀조합장이 부임 후 순시하러 구좌면에 오는 날에 하도리 해녀들을 포함한 제주 일대 해녀들이 호미와 비창(전복을 따는 도구)을 휘두르며 시위를 시작했다.

특히, 세분의 선생은 해녀들을 규합하며 시위에 앞장섰고, 모든 해녀 투쟁 참여자를 대표하여 “도사의 조합장 겸직 반대, 일본 상인 배척” 등의 요구조건 관철을 위해 제주도사와 직접 협상했다.

이러한 과정에 위협을 느낀 제주도사는 요구조건을 5일 내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주도사가 돌아간 이후 일제는 무장경찰을 출동시켜 1월 23일부터 27일까지 34명의 해녀 주동자들과 수십명의 청년들을 체포했다.

세분의 선생은 경찰에 체포되어 미결수로 수 개월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고초를 겪었고, 안타깝게도 부덕량 선생은 고문 후유증으로 몸이 극도로 쇠약하여 28세 나이로 사망했다.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비, 제주도 구좌면 연두막 동산. [사진=독립기념관]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비, 제주도 구좌면 연두막 동산. [사진=독립기념관]

 ‘제주해녀항일운동’은 일제의 부당한 경제적 차별과 수탈, 그리고 억압에 저항한 조직적인 투쟁으로써, ‘법정사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과 함께 제주 3대 항일운동의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선생들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부춘화 선생에게 2003년 건국포장을, 부덕량 선생에게는 2005년 건국포장을 각각 추서했으며, 김옥련 선생에게 2003년 건국포장을 수여했다.

독립기념관은 1월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2022년 1월의 독립운동가’전시회를 독립기념관 야외 특별기획전시장(제5·6관 통로)에서 개최한다.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비 등 8점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