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과 한국인다움
개천절과 한국인다움
  • 민성욱 박사
  • k-spirit@naver.com
  • 승인 2020.09.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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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민성욱 박사

10월3일이 곧 다가온다.

10월3일이 다가 올 때면 다른 의미로 마음이 설렌다. 물론 개천절과 관련이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것 일 수도 있다.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해 달라고 한 날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프러포즈라고도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에게는 ‘프러포즈 데이’로 기억되고 있다.

민성욱 박사
민성욱 박사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로 각자 마음속에 있는 하늘이 열려 모두 하나라는 홍익의 가치가 발현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 역사적인 순간에 우리 부부는 결혼의 서약을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프러포즈를 예고했었다. 9월 1일에 아내에게 앞으로 33일 후인 10월3일, 하늘이 열린 개천절 날에 프러포즈하겠다고 했고 그로부터 매일 일기를 쓰듯 그에게 짤막한 편지를 썼다. 그것을 모아 33편의 글을 프러포즈 당일, 모두 읽어 주었다. 우리는 마치 환웅과 웅녀처럼 그렇게 개천절에 하나가 되었고 그 해를 넘기기 전에 결혼했다. 그 해는 IMF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해로 기억한다.

개천절이 한국인에게 특별한 이유

우리 부부에게는 개천절은 특별하다. 그런데 개인별로는 개천절에 대한 의미가 다를 것이다.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한국인 모두에게 개천절이 특별한 날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개천절이 특별한 날로 기억되어야 되는 이유를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한겨레이고 단군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혈통만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다. 정신문화적 유산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한국인들이라면 모두 단군의 자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민족이 단일민족이라는 이유와도 같다.

건국기념일이 아닌 개천절이라고 부르는 이유

개천절은 우리 민족의 최초 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기 위하여 제정된 국경일이다. 기원전 2333년에 단군왕검이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처음 ‘조선’을 세운 날인 것이다. 우리 민족은 10월을 상달이라고 하여 한 해 농사를 추수하고 햇곡식으로 제상을 차려 감사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제천행사를 행하게 되는 10월을 가장 귀하게 여겼고 3일의 3의 숫자를 길수(吉數)로 여겨 왔다. 이것이 그 동안 알려진 개천절의 유래이자 의미이다. 의미로만 보면 건국기념일이라고도 할 만 한데 개천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10월3일이라는 날짜와 개천절이라는 명칭의 유래에서 찾을 수 있다.

10월3일이라는 날짜와 개천절이라는 명칭의 유래

우선 한민족의 민족적 각성과 관련이 있다. 조선조의 지배층은 사대모화사상의 영향 하에 단군보다 기자를 더 중시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었지만 명청 교체기에 이르면 세계관에 변화가 온다. 단군을 동국사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는 것은 여전하였으며, 이러한 생각들은 점차 단군을 단순한 고조선을 건국한 건국시조나 동국사의 첫 출발이라는 인식을 넘어 민족사를 시작한 존재 또는 민족적 공동 시조로 보는 관념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즉 단군의 건국은 민족사의 한 기점으로 인식의 확산이 있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결국 단군민족주의를 낳게 되었다. 이것이 한민족의 민족적 각성을 이끌게 되었다. 이렇듯 단군의 자손으로서 민족적 정체성을 정립하고 그를 통한 결속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단군신화와 관련있는 상징의례들이 적극 정립되어 활용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개천절이다.

국가가 시행하던 단군관련 제례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한 기록을 찾을 수 없지만 민간신앙에 대해 전하는 문헌에서 10월 3일이라는 구체적인 일자가 명시되어 있기도 하였다. 19세기 문헌인 『무당내력』에는 “상원갑자 10월 3일에 신인 단군이 태백산에서 내려와 신교를 세우고 백성을 가르쳤다.” 는 기록이 있고, “단군이 매년 10월에 백성들로 하여금 그 근본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하여 무녀를 시켜 치성들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듯 단군관련 민간신앙에서는 10월3일이 전승되어 왔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1949년 정식으로 국경일이 될 때는 양ㆍ음력을 따질 것 없이 민족적 기념일로의 의미와 10월3일이라는 일자 전승이 중요하다는 논리하에 음력 10월3일을 양력 10월3일로 바꾸게 된다. 명칭은 개극절, 단군절, 건국기원절, 개국절 등 여러 다른 이름들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은 192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개천절로 통일되게 된다. 개천절로 통일된 데에는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대중의 선호가 반영된 결과이다. 개천의 함축적인 의미, 즉 단군의 탄강과 건국이라는 사건만이 아니라 민족사의 출발과 고유한 문화전통의 시작이라는 사건을 모두 포괄하고, 거기에 이들 모든 일들이 하늘의 뜻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는 의미까지를 모두 상징적-은유적으로 표현해 줄 수 있는 말이 ‘개천(開天)’이었던 것이다.

개천절이 국경일로 제정되는 과정과 이후의 추이 및 그 배후에서 작용한 요인

개천절은 한말에는 민간에 의해 기념되기 시작하였지만 1919년에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국기원절이라는 이름하에 국경일로 제정해서 정부주최의 경축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위상이 높아졌고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정식으로 국경일로 자리잡는 과정을 거쳤다. 광복이후에 개천절은 단군의 자손으로서 민족의식을 토대로 한 통일과 결속을 기원하는 기념일로 부활하게 된다.

개천절에 투사된 한국의 민족주의

한민족은 오랜 역사를 통해 공유해 온 민족적 동질성을 갖고 있다. 또한 단군의 조선건국에 대한 사료와 인식이 역사를 통해 전승되어 왔다. 한국사 속에는 단군의 건국을 증언하는 문헌기록들이 전승되어 왔다.

그리고 단군민족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인식흐름이 한국사 속에서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고 한말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흐름을 계승한 민족운동이 활성화되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개천절을 국경일로 만들었다. 단군민족주의는 단군의 건국을 민족사의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단군의 자손으로의 집단 정체성에 기반하여 민족적 통합과 발전을 도모하던 일련의 사상 및 운동을 말하는 것으로 한국사 속에서는 『삼국유사』나 『제왕운기』에서 보듯 700년 이상의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단군민족주의를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은 항일무장투쟁의 별, 대한군정서 총재 서일이다. 대일항쟁시기를 이끌었던 하나의 패러다임이 단군민족주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천절이 부각되는 과정은 단군민족주의가 대중화 및 활성화되는 과정이었지만 사실 개천절이 부각되기 전부터 단군민족주의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었다.

민족국가를 먼저 완성하고 대외적 팽창경쟁에 뛰어든 열강들로부터의 영향도 있었다. 민족국가 단위로 경쟁하던 시대상황과 근대 국가건설이라는 사명이 만들어낸 총체적 산물이 바로 개천절이었다. 근대국가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전통의 창조가 강조되었고, 개천절과 같은 국경일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대일항쟁과 광복을 맞이하던 시기에 민족의 구성원들에게 부과된 집단적 위기와 과제들, 그리고 민족공동체에 대한 요구와 기대 또한 있었다. 한민족의 구성원들은 이 시기를 통하여 일제를 물리치고 민족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했으며 좌우익의 이념 대립을 해소하고 민족적 통합을 이루어 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왜 우리가 민족적으로 하나이고, 왜 우리가 단결해야 되며, 왜 우리가 침략자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고 확신시켜 주기위하여 단군민족주의가 필요했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우리 역사 속에서 발굴하고 만들어낸 전통이 개천절이었다.

당신의 하늘은 잘 있습니까?

다시 맞이하는 개천절에 즈음하여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의 하늘이 잘 있는지 그리고 그 하늘이 잘 발현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된다. 이러한 하늘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홍익인간’ 이념이고 그것이 한국인다움의 밑바탕이 되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섭리로, 법칙으로, 이치로 존재한다. 그것이 특정 대상화가 되면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고 구체화되지 않으면 실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는 푸르른 하늘이 하늘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하늘은 다양하게 존재하고 보이기도 하지만 안 보이기도 한다. 자기 안의 하늘은 양심일 수도 있고, 마음일 수도 있으며, 인성, 본성, 신성일 수도 있다. 이것들 모두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것은 뇌이다. 『삼일신고』의 가르침에도 있는 것처럼 우리 뇌 속에 이미 하늘이 내려와 있고 그 하늘이 어떤 작용을 하느냐에 따라 인간의 존재가치는 달라진다. 그래서 자기 안의 하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기 안의 하늘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기 앞에 마주하고 있는 모든 대상이 하늘임을 알고 존중하고 섬기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인내천(人乃天)이고 신인합일(神人合一) 이다. 이것에서 비롯된 실천철학이자 정신이 곧 홍익인간이다. 홍익인간은 하늘사람이며, 가장 밝은 존재이다. 크게 밝으면 거침이 없고 걸림이 없다. 모두를 하나로 다 아우를 수가 있게 된다.

개천절과 한국인다움

‘한국인다움’은 크게 밝은 사람을 의미한다. 환인-환웅-단군으로 이어지는 한국인의 뿌리, 공통점은 크게 밝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밝음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까지도 밝음을 의미한다.

‘광명천지 대인간’, ‘배달겨레 한민족’, ‘홍익인간 이화세계’ 등은 그러한 의미로 나오는 한민족의 궁극적 가치다. 이러한 가치가 역사로 이어져서, 고조선 – 부여 – 신라 – 고구려 – 백제 – 가야 등 고대 국가들은 밝은 나라를 추구하였다. 밝은 나라는 곧 깨달음의 나라를 뜻한다. 물론 이러한 전통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깨달은 성인이 나라를 세우고 통치한 나라, 하늘을 숭배하고 하늘을 닮으려고 하였으며, 심지어는 하늘이고자 하였던 한민족, 이것의 발로가 천손의식이고 천손문화다. 이러한 천손문화가 제천문화로 이어졌다.

누구나 하늘을 진정으로 찾고자 한다면 이미 내 안에, 즉 내 뇌에 하늘이 내려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홀로 존재하는 거룩하고 위대한 영혼이 바로 우리 한국인들이다. 그것을 현대적 전통으로 만들어 준 것이 개천절이다.

포스트코로나시대, 이전과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한국인은 무엇으로 하나 될 수 있는가? 한국인의 정체성, 한국인이 한국인답게 살고자 한다면 어디서 해답을 찾아야 될 것인가? 그것에 대한 답은 개천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님 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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