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가옥으로, 항일투쟁과정에서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내놓기도 했던 안동 임청각(보물 제182호)의 복원 및 정비가 시작된다.

현재 임청각의 모습. 일제강점기인 1941년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임청각의 앞마당을 훼손해 중앙선 철로를 놓은 모습이다. [사진=문화재청]
현재 임청각의 모습. 일제는 1941년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임청각의 앞마당을 훼손해 중앙선 철로를 놓았다. 왼쪽 도로와 중앙선 철로.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경상북도, 안동시와 함께 안동 임청각을 복원하기위해 2025년까지 향후 7년간 280억 원을 투입하기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 훼손 이전의 임청각에 가깝게 복원 및 정비한다는 원칙 하에, 1763년 이종악의 문집 《허주유고》 속 그림인 ‘동호해람’과 1940년 전후로 촬영된 사진, 지적도 등 고증이 가능한 자료를 근거로 계획을 수립했다.

임청각은 1519년 조선 중종 때 이명에 의해 건립된 가옥으로 500년이 되었다. 18세기 11대 종손 허주 이종악이 소유하면서 석주 이상룡 선생에까지 이어졌다. 특히 이곳에서 이상룡 선생의 아들, 손자까지 독립운동가 9명이 배출되어, 독립운동의 산실역할을 했다.

석주 이상룡 선생의 조상인 고성 이씨 허주 이종악이 발간한   《허주유고》 속 임청각과 주변 전경을 묘사한 '동호해람'
석주 이상룡 선생의 조상인 고성 이씨 허주 이종악이 발간한 《허주유고》 속 임청각과 주변 전경을 묘사한 '동호해람'

이상룡 선생은 경술국치 이듬해인 1911년 전 재산을 처분해 독립운동자금을 마련해 만주로 망명했으며, 독립운동기지인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다. 망명 2년 뒤 독립자금으로 쓰고자 아들 이준형을 통해 임청각을 처분하려 했다. 그러나 문중에서 이를 말리면서 독립자금을 만들어 주었다. 일제는 독립운동가를 다수 배출한 임청각을 가로질러 중앙선 철로를 부설하면서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 건물을 철거했다.

최근 구한말 의병을 재조명하면서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꿋꿋한 선비이자 시대의 어른으로 구국의 목소리를 낸 고사홍의 집을 끊어내어 철로를 내는 친일파의 만행은 임청각이 겪은 수난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광복절 기념식과 올해 7월 3일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 출범식에서 임청각의 옛 모습 회복사업의 추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화재청이 2025년까지 복원하기 위해 마련한 마스터 플랜과 그에 따른 조감도. 독립운동의 숨결이 살아숨쉬는 장소로 복원할 계획이다.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이 2025년까지 복원하기 위해 마련한 마스터 플랜과 그에 따른 조감도. 독립운동의 숨결이 살아숨쉬는 장소로 복원할 계획이다. [사진=문화재청]

임청각‧복원 정비 계획은 2017년 11월 2일 임청각 종손과 문중대표, 지역전문가 및 문화재위원 등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 4차에 걸친 논의와 지난 8월 16일 열린 문화재위원회의의 검토를 거쳤다. 종합계획에 의한 조감도를 보면 임청각 진입부에 석주 이상룡 선생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기념관을 건립하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재정비하며, ‘동호해람’에 그려진 옛 나루터도 복원한다. 또한 임청각 앞마당을 가로지르는 중앙선 철로는 2020년까지 철거 이전이 예정되어 있어 그 전까지 기본설계, 실시설계와 주변 토지매입, 발굴조사 등이 선행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화재청과 경상북도, 안동시는 “임청각의 복원 및 정비 사업을 수행하여, 국민주권을 회복하고자 했던 독립정신이 살아있는 장소로 미래세대에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번 사업의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