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 독립운동에 투신했지만 입증자료가 부족해 그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경찰관들에 관한 새로운 자료를 수집해 서훈 심사요청이 진행 중이다.

경찰청은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8월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되었던 독립운동가 출신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을 비롯해 안맥결, 양한나, 이양전 여자경찰서장과 최능진 경무부 수사국장 5명에 대한 독립유공자 심사를 국가보훈처에 요청했다고 4일 밝혔다.

문형순 경감의 경찰인사기록(경남경찰청 소장)에 신흥무관학교 졸업후 국민부 호위대장 등 독립군 활동 이력 기재. [사진=경찰청]
문형순 경감의 경찰인사기록(경남경찰청 소장)에 신흥무관학교 졸업후 국민부 호위대장 등 독립군 활동 이력 기재. [사진=경찰청]

최근 경찰청에서는 문형순 서장의 경찰 인사기록과 신흥무관학교 졸업생 명부를 보훈처에 보냈고, 최능진 경무국 수사국장의 일제경찰 감시카드, 양한나 경감의 임정 대의원 참석 독립신문기사, 안맥결 총경의 흥사단 입단이력서, 이양전 경감이 포함된 ‘요시찰 조선인’명부 등을 제출했다.

문형순 경감(왼쪽)과 최능진 수사국장.[사진=경찰청]
문형순 경감(왼쪽)과 최능진 수사국장.[사진=경찰청]

문형순 서장(1897~1966)은 신흥무관학교 졸업후 한국의용군, 고려혁명군으로 활약하고, 중국 하북성을 중심으로 지하공작대에 복무하고 한국 임시정부 ‘駐화북광복군’에 복무했다.

최능진 경무부 수사국장(1899~1951)은 독립운동 활동 중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안창호 선생, 조병옥 박사와 함께 2년 간 옥고를 치렀다.

최능진 경무국 수사국장의 일제경찰 감시카드(출처: 국사편찬위 D/B)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복역시 일제경찰이 작성한 감시카드이다. [사진=경찰청]
최능진 경무국 수사국장의 일제경찰 감시카드(출처: 국사편찬위 D/B)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복역시 일제경찰이 작성한 감시카드이다. [사진=경찰청]

이번 독립유공자 심사요청 대상자에는 광복이후 활동했던 여자경찰관 3명도 포함되었다. (해방 후 미군정기 경무부 공안국에 여자경찰과가 신설되고 1947년 수도경찰청에 여자경찰서가 설치되었으나 여자경찰과는 1950년 폐지되고, 여자경찰서도 1957년 폐지되었다.)

양한나 경감(왼쪽) 안맥결 총경(가운데) 이양전 경감(오른쪽). [사진=경찰청]
양한나 경감(왼쪽) 안맥결 총경(가운데) 이양전 경감(오른쪽). [사진=경찰청]

임시정부 의정원 경상도 대의원을 지낸 양한나 초대 수도여자경찰서장(1893~1976)은 1919년 3‧1운동 이후 밀항하여 상해와 국내를 오가며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역할을 했다.

양한나 경감의 임정 대의원 참석에 관한 독립신문 기사(출처: 독립기념관D/B). [사진=경찰청]
양한나 경감의 임정 대의원 참석에 관한 독립신문 기사(출처: 독립기념관D/B). [사진=경찰청]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딸인 안맥결 서울여자경찰서장(1901~1976)은 독립운동을 하다 만삭의 몸으로 옥고를 치렀고, 같은 이유로 가석방된 바 있다. 그러나 공적심사위원회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옥고가 확인되어야 한다.”고 2016년까지 심사탈락을 통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신한 채 일제의 고문을 버티고 만삭으로 인해 가석방되었는데 기간미달을 이유로 탈락 통지한 데 대한 비난여론이 거셌으며, 보훈처는 올해 4월 ‘옥고 3개월 이상’의 조건을 폐지하고 포상기준을 완화했다. 안맥결 서장은 1920년 여성독립운동단체 ‘결백단(임정 군자금 모금)’ 임원을 지냈고, 1937년 ‘수양동우회(흥사단 산하) 사건’으로 수배되어 평양에서 종로경찰서로 이송후 서대문형무소에서 1개월 반만에 가석방되었다.

안맥결 총경의 흥사단 입단 이력서(출처: 독립기념관 D/B). [사진=경찰청]
안맥결 총경의 흥사단 입단 이력서(출처: 독립기념관 D/B). [사진=경찰청]

부산여자경찰서 경감 이양전 서장(1911~미상)은 1919년 3월 1일 경성여고보 동료들과 비밀단체를 만들어 3.1선언서 및 전단지 등사 배부 등에 적극 참여했고, 1920년 일본 히비야 공원에서 동경 유학생들의 독립선언 1주년 축하 만세시위에 참가, 1주일 구류 및 요시찰 대상으로 등재된 바 있다.

이양전 경감이 포함된 '요시찰 조선인'명부(출처: 독립기념관 D/B. [사진=경찰청]
이양전 경감이 포함된 '요시찰 조선인'명부(출처: 독립기념관 D/B. [사진=경찰청]
이양전 등의 구류소식을 전한 1920년 3월 13일자 독립신문 기사(출처: 독립기념관 D/B). [사진=경찰청]
이양전 등의 구류소식을 전한 1920년 3월 13일자 독립신문 기사(출처: 독립기념관 D/B). [사진=경찰청]

경찰청이 발굴한 독립운동가 경찰관은 총 14명으로, 그중 전창신 인천여자경찰서장, 조병옥 초대 경무국장, 조개옥 초대 경기도경찰부장, 장동식 제27대 치안국장, 최천 제주‧경남경찰국장, 최철룡 경남경찰국장, 이병헌 국립경찰전문학교 교장, 김길상 경북 선산서 경사, 장언조 경북 대구서 순경 등 9명은 이미 독립유공자로 등록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관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경찰정신의 표상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