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에 위치한 ‘월정사 적멸보궁’이 국가지정 보물이 되었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지난 4일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있던 적멸보궁을 국가지정문화제 보물 제1995호로 지정했으며, 정식명칭은 ‘평창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이다.

《삼국유사》와 《오대산사적》 등 문헌기록에 따르면, 오대산은 신라 선덕여왕 5년 자장율사가 제자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갔다가 산서성 오대산(일명 청량산)에서 지혜의 완성을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만나 “네 나라의 동북쪽 명주땅에 1만의 문수보살이 늘 거주한다.”는 깨우침을 받고, 석가모니의 사리(眞身舍利, 진신사리)를 가져와 봉안한 후 비석을 세웠다고 전한다.

신라 이후 현재까지 법통이 이어온 불교 성지인 오대산은 동대 관음암, 남대 지장암, 서대 미타암, 북대 나한암, 중대 진여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적멸보궁이 있는 중대(中臺)에 진신사리 봉안처와 석비가 있다.

강원 평창 오대산 중대에 있는 적멸보궁의 정면 모습. 정면 3칸 옆면 2칸이며 외부 건물 안에 내부 건물이 들어가 있는 이중구조로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는 독특한 구조이다. [사진=문화재청]
강원 평창 오대산 중대에 있는 적멸보궁의 정면 모습. 정면 3칸 옆면 2칸이며 외부 건물 안에 내부 건물이 들어가 있는 이중구조로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는 독특한 구조이다. [사진=문화재청]

국가보물로 지정된 적멸보궁의 건축사적 특징은 국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내‧외부 이중구조의 건축물이란 점이다. 정면 3칸, 옆면 2칸의 내부 건물을 동일한 칸수의 구조로 외부건물이 감싸고 있는 형태이다. 이와 관련해 시대를 달리하여 내부 공간을 확장하거나 보호하기 위해 외부건물이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건물은 서까래만 공유하고 있을 뿐 내부 건물과 외부건물이 이루고 있는 기둥열은 독립된 구조체로 되어있다. 외부건물은 19세기 조선 후기 보편적인 이익공 양식구조를 보이고, 내부건물은 14~15세기 조선 초‧중기의 숭례문(국보 제1호, 1448년 중수)이나 봉정사 대웅전(국보 제311호, 1435년 중창)과 유사한 고식기법을 사용한 다포식(多包式) 건축양식이다.

적멸보궁의 내부 모습. 조선 전기의 다포식 목조건물 양식을 잘 유지하고 있어 건축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된다. [사진=문화재청]
적멸보궁의 내부 모습. 조선 전기의 다포식 목조건물 양식을 잘 유지하고 있어 건축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된다. [사진=문화재청]

이익공 양식은 처마 끝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기둥 윗부분 등을 짜 맞추어 댄 구조물인 공포(栱包)형식 중 새 날개모양의 부재인 ‘익공’을 두 개 사용한 양식이며, 다포식은 공포를 기둥 위뿐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배열한 매우 화려한 형태이다.

문화재청은 “적멸보궁이 국내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내‧외부 이중 구조 형태를 가지고 있고, 특히 적멸보궁 내부건축물은 구조, 장식적인 측면에서 조선 전기의 다포식 목조건축 양식을 잘 유지하고 있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만한 건축적, 예술적, 학술적인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