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항일 독립투쟁 의지에 불꽃을 당긴 6‧10독립만세운동이 92주년을 맞는다. 만세운동을 선창한 서울 중앙고등학교(교장 김종필)는 지난 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기념식과 역사 골든벨, 독립군가 플래시몹, 독립운동관련 작품 전시회 등을 개최했다. 특히 중앙고등학교와 창덕궁 돈화문 앞을 지나 종로 3가역까지 6‧10독립만세운동 거리재현행사를 했다.

제92주년 6‧10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해 만세선창학교인 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앙고등학교에서 창덕궁 돈화문을 거쳐 종로3가역까지 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를 개최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제92주년 6‧10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해 만세선창학교인 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앙고등학교에서 창덕궁 돈화문을 거쳐 종로3가역까지 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를 개최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6‧10 독립만세운동은 1926년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국장일(인산일)을 기해 좌‧우익 지도자와 시민, 학생들이 함께한 만세운동이다. 권오설 등 만세운동을 준비했던 지도자들이 사전에 일제에 체포된 상황에서 장례행렬이 창덕궁 돈화문 앞을 지날 때 중앙고보 5년생 이선호가 격문을 읽고 만세운동을 선창하면서 독립만세운동은 서울에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8일 중앙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국가보훈처 심덕섭 차장, 서울북부보훈지청 윤종오 지청장, 6‧10만세운동의 선창자 이선호 선생 아들 이원정 씨가 유족대표로 참석해 재학생 700여 명과 함께 했다.

서울중앙고등학교 김종필 교장은 기념사를 통해
서울중앙고등학교 김종필 교장은 기념사를 통해 " 6‧10독립만세운동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했다.[사진=강나리 기자]

김종필 교장은 기념사를 통해 “6‧10독립만세운동은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에서 1929년 광주학생운동을 잇는 민족운동”이라 정의하고 “교육구국운동을 위해 세워진 학교로서 중학교졸업생과 재학생이 주도해서 일으킨 6‧10독립만세운동은 학교의 자랑이다. 6‧10독립만세운동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장은 “역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많은 역사학자들이 말한다. 교내에 세운 3‧1기념관과 6‧10만세운동 기념비를 통해 스승은 3‧1운동에, 제자는 6‧10만세운동에 참여한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오늘과 내일에 이어나가자.”고 당부했다.

제92주년 6‧10독립만세운동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는 국가보훈처 심덕섭 차장. [사진=강나리 기자]
제92주년 6‧10독립만세운동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는 국가보훈처 심덕섭 차장. [사진=강나리 기자]

국가보훈처 심덕섭 차장은 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3‧1운동 기념식은 잘 돼있는 반면, 6‧10독립만세운동과 광주학생운동 기념식은 역사적 의미에 비해 조촐하다며 국가보훈처의 관심을 촉구했다.”며 “학생의 신분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의 총칼 앞에 두려움 없는 용기를 보여주었던 학생 영웅들께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심 차장은 “6‧10독립만세운동은 3대 독립만세운동의 하나로 독립운동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깨어있는 정신과 불굴의 의지로 국민을 이끈 주축은 학생들이었다. 자랑스러운 선배들의 정신을 기억해 달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으로 지킨 나라를 평화와 번영으로 이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근간이 되어왔던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은 여러분이 가꿔가야 할 미래유산”이라고 격려했다.

지난 8일 서울중앙고등학교에서 열린 제92주년 6‧10독립만세운동 기념식에서 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이 역사대회 우수작을 발표했다. (시계방향으로 UCC우수작 발표, 3학년 서동건 학생의 역사에세이 발표, 독립군가를 합창하는 학생들. 황성욱 학생의 역사편지 낭독. [사진=강나리 기자]
지난 8일 서울중앙고등학교에서 열린 제92주년 6‧10독립만세운동 기념식에서 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이 역사대회 우수작을 발표했다. (시계방향으로 UCC우수작 발표, 3학년 서동건 학생의 역사에세이 발표, 독립군가를 합창하는 학생들. 황성욱 학생의 역사편지 낭독. [사진=강나리 기자]

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은 직접 제작한 ‘제92주년 6‧10독립만세운동기념 역사대회’ 우수작들을 발표했다. 역사UCC공모전에 참가한 3학년 서동건 학생의 ’6‧10독립만세운동과 민주주의' UCC 상영에 이어 3학년 정인수 학생은 ‘독립운동가들이 꿈꾼 나라,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주제로 역사에세이를 발표했다. 끝으로 1학년 황성욱 학생이 ‘6‧10독립만세운동를 주도하신 선배님께’라는 역사편지를 낭독해 감동을 더했다.

학생들은 태극기와 만장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독립군가를 합창했고, 락 밴드 크라잉넛이 현대적으로 편곡한 독립군가에 맞춰 중앙고 락 밴드와 힙합반이 활기 넘치는 공연을 선보였다. 기념식은 6‧10만세운동의 선창자 이선호 선생 아들 이원정 씨가 격려와 함께 가슴 벅찬 표정으로 그날을 되새겨 ‘대한독립만세’ 삼창을 선창하고, 학생들이 함께 하는 것으로 마쳤다.

1926년 6‧10독립만세운동 당시 만세운동을 선창한 중앙고보 이선호 선생의 아들 이원정 씨가 '대한독립만세' 삼창을 선창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1926년 6‧10독립만세운동 당시 만세운동을 선창한 중앙고보 이선호 선생의 아들 이원정 씨가 '대한독립만세' 삼창을 선창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오후에는 체육관에서 독립운동에 관한 심도깊은 질문으로 역사 골든벨이 펼쳐졌고, “2천만 동포야!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자”라고 쓴 만장과 ‘제2의 3‧1운동인 6‧10독립만세운동을 국가기념일로!’라고 염원을 적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학생들이 92년 전 선배들이 나섰던 거리로 나가 만세운동을 재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2학년 정지훈(18) 학생은 “작년에는 학교강당에서 기념식만 했는데 올해는 거리재현행사까지 규모 있게 했다. 우리학교에서는 ‘중앙고등학교 역사자료’책자가 있어서 학교가 독립운동에 어떻게 참여했는지, 어떤 선배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부터 우리나라의 근 현대사를 배우고 역사 골든벨 대회를 한다.”며 “‘교육으로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설립취지와 기호학회 등 다섯 학회가 모여서 교육계몽을 위해 우리학교가 세워졌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또한 “오늘 독립군가를 부르며 뿌듯했다. 내년에는 준비를 체계적으로 해서 독립군가 합창과 댄스 등을 전교생이 연습해 학생들이 보다 주도적으로 이끌었으면 한다.”고 했다.

중앙고등학교 정지훈 학생(오른쪽)과 이지성 학생. [사진=강나리 기자]
중앙고등학교 정지훈 학생(오른쪽)과 이지성 학생. [사진=강나리 기자]

이지성(18) 학생은 “그동안 3‧1운동만 사람들이 기억했는데 오늘 행사로 6‧10만세운동, 광주학생운동, 그 이후 민주화를 위해 학생들이 참여했던 운동들을 되새겨 주었으면 한다.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서 국가차원에서 기념한다면 국민이 더 잘 알게 될 것”이라며 “광복군이 부른 독립군가를 지금 우리가 부른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꼈다. 일제에 용감하게 맞서 싸운 독립군의 정신을 우리가 잘 이어나갔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앙고등학교는 1908년 6월 기호학교로 개교해 올해로 110주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