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큰 잔치처럼 북적북적 어우러져 장 담고 김장해서 이웃과 나누고, 가을엔 까치, 까마귀를 위해 감 하나쯤은 가지에 남겨 두는 것이 오랜 한국인의 정서였다.
지나버린 옛일 같지만,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위력이 발휘된다. 가장 최근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사태를 혼란 없이 현명하게 극복해 국제사회가 모범으로 손꼽는 기반에도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홍익,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정신, K스피릿이 살아있다.

한국인의 고유한 K스피릿을 공연예술에 담아 큰 활갯짓으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청년들이 있다. K-starz(케이 스타즈) 천신무예예술단(이하 천신무예예술단). 지난 9일 단원들 몇몇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문분야나 특기, 그리고 입단 계기가 궁금하다
김수근(21세) 단원들은 기본적으로 K-POP 댄스를 비롯해 노래, 아크로바틱, 봉술, 검술 등 전통 무예와 기공, 맨몸운동, 명상, 그리고 역사교육 등 공연에 필요한 모든 부문을 훈련합니다. 그중 봉술과 검술 등 경장기 무예 퍼포먼스와 맨몸운동이 제 특기죠.
2021년에 입단했는데 앞서 입단한 친구가 꼭 같이하자고 강하게 권했어요. 멋지게 성장할 수 있다고, 무대에서 네 진짜 모습을 펼쳐보자고 매일 연락하기에 오디션을 보고 입단했어요. 사실 무대 경험도 없었는데 여기서 다 배웠죠.

임서연(20세) 전 K-POP 댄스가 특기이고, 어릴 때부터 춤을 너무나 좋아했어요. 중3 때 천신무예예술단 창단 소식을 듣고 그때부터 입단하고 싶었는데 어리다고 해서 고등학교 입학하고서 들어왔죠.
제가 초‧중학교 때 뇌교육을 하면서 항상 세상을 행복하고 평화롭게 바꾸고 싶다는 꿈을 키웠는데 어떻게 그 꿈을 이룰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그걸 천신무예예술단에서 찾았어요. 문화예술로 홍익 정신, 공생의 가치를 알리고, 많은 청소년, 청년에게 자신 안에 있는 소중한 가치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제 꿈을 이루겠다는 확신이 커졌어요.
정현주(21세) 저는 동선 구성과 무대 의상과 같은 콘셉트 쪽을 맡고 있어요. 천신무예예술단의 의상 콘셉트는 태극기를 기본 모티브로 디자인하고, 한복의 전통 문양과 색, 형태 등에서 영감을 얻어 가장 한국적인 것을 나타내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국학기공 대회에 출전하거나 지역 행사 때 제가 리더로서 댄스 공연을 할 기회가 많아 문화예술 쪽으로 진출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멘토 선생님에게 추천받아서 오디션을 보았죠. 초창기 단원이어서 2019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무대에도 섰어요.

지금까지 공연 중 인상 깊은 공연이나 자신에게 의미있는 공연을 손꼽으면?
정현주 2022년 전쟁기념관 무대에서 공연했던 광복군 창립 82주년 기념식 공연입니다. 국가보훈부와 한국광복군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행사였는데 저희가 일제강점기 활약한 ‘한국청년전지공작대’ 이야기를 다룬 공연을 했어요.
한국청년전지공작대는 전투뿐만 아니라 항일을 소재로 한 연극, 음악, 미술, 문학 등 문화예술을 통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했다고 해요. 사람들 가슴에 대일항쟁의 불꽃을 일으키고 대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켰고, 한국 고유의 정서와 특색이 담긴 공연으로 중국인 관객 앞에서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고요.
독립군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정말 많이 연습하면서 힘들었지만, 무대 위에서 모두 비장했고 자랑스러웠어요. 그분들에 대해 배우고 공연 연습을 하면서 그분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꿈을 많이 체감했어요.

(한국청년전지공작대의 전신인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는 1939년 2월 결성되어 한중연합군의 대일 연대투쟁을 다룬 연극 ‘국경의 밤’을 통해 한중 연대를 공감하는 장을 마련하고 중국 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이후 군사특파단과 한국청년전지공작대를 거쳐 한국광복군 창설 이후 광복군 제5지대로 편입되어 활동했다)
김수근 제 개인적으로는 입단 이듬해인 2021년 공연이 의미 있어요. 스튜디오에서 중요한 공연 촬영을 앞두고 마지막 연습 날이었는데 연습이 끝나면 경남 창원에서 친구와 만날 약속을 했죠. 친구 따라 예술단에 입단한 것처럼 당시에도 친구가 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거든요. (하하)
저는 쌍절곤 퍼포먼스를 연습했는데 연습 마칠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쉬운 부분이 남아 모두들 더 연습하자고 했어요. 계속 망설이다 기차 시간을 놓쳤고 그때부터 연습에 온전히 몰두했죠. 결과적으로 영상 촬영 날에는 정말 후회 없이 제 첫 번째 솔로 퍼포먼스를 해냈어요.
그때 처음으로 제 안에 숨어 있던 끼와 재능을 알아차리게 되었어요. 돌아보면 기차를 놓친 게 아니라 제가 선택을 잘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도 예술단원이지만 앞으로 계속할지 말지 갈팡질팡하던 시기였는데 소소한 제 욕심을 놓고 공연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서 비로소 천신무예예술단에 깊이 몸담게 되는 터닝포인트였으니까.

임서연 공연 테마로는 ‘디스 이즈 미(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 OST)’가 의미있는 공연이에요. 올해 초 우리가 재학 중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졸업식에서 첫선을 보였던 작품입니다. 먼저 ‘위대한 쇼맨’ 영화를 보고 스토리에 큰 감명을 받고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고, 기획 단계에서 우리나라 댄스 경연 프로그램 무대를 보고 감동 받아서 천신무예예술단의 ‘디스 이즈 미’ 공연을 만들게 되었어요. 나를 찢고 나와서 성장한 나를 표현하는 것 그 자체가 제겐 큰 의미였거든요. 예술단에 들어와서 많이 성장해서 지금의 나로 변화시켜 준 걸 표현하는 것 같아서 더욱 그렇죠.
어떤 점이 많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예술단 초창기와 지금 변화가 있다면.
임서연 전에는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감정이 상하면 입을 꾹 닫고 말은 하지 않지만 불편한 에너지를 마구마구 뿜어내서 주변에서 다들 힘들어했거든요. 예술단에서 다 같이 공연 준비를 하면서 이 안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어요.
김수근 예술단 전체적으로는 예전에 공연에 서기 위해 동작과 동선을 외우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공연의 첫 단계, 기획 준비부터 달라졌어요. ‘우리가 왜 이 행사에서 이 공연을 해야 할까?’ 왜(why)라고 계속 묻고 답하고, ‘이 공연으로 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거야?’라고 계속 고민합니다. 기획부터 그런 마음으로 준비해서 무대에서는 메시지를 우리 몸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으로 하니까 뭔가 절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유독 힘들었던 공연도 있었을 텐데.
김수근 삼일절을 앞두고 가수 송소희의 “대한이 살았다” 노래에 맞춰 야외에서 촬영할 때가 기억납니다. 한파가 밀어닥쳤는데 마침 무대 의상이 상의는 반 팔에다 바지도 펄럭펄럭해서 한번 공연하면 몸이 굳어버려 촬영이 멈추면 곧바로 한쪽에 모여서 오들오들 떨며 추위를 피했어요.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정말 뿌듯했죠. 노래에 담긴 의미도 그렇고 삼일절 공연 자체도 의미가 있었으니까요. 이젠 고생했던 현장이 생생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임서연 저는 6살에 벨리 댄스를 배울 때부터 초‧중학교 댄스동아리까지 무대에 설 일이 많아서 항상 일주일 전까지 모든 동작과 동선을 외워야만 안심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런데 지난 해 급하게 행사에 섭외돼서 공연 하루 전까지도 안무를 수정하게 되었을 때가 개인적으로는 제일 힘들었어요.
천신무예예술단의 롤 모델이 있는지.
김수근 방탄소년단(BTS)입니다. 노래가 그냥 아이돌의 노래가 아니라 뭔가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가 항상 담겨 있어요. ‘아리랑’ 노래라든가 ‘러브 마이 셀프’라는 메시지를 통해서 자체에 K스피릿이 담겨 있구나라고 느껴지거든요. BTS의 글로벌 인기는 그런 메시지들이 전 세계인에게 와 닿아서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꿈꾸는 무대가 있다면.
임서연 개인적으로는 현재 댄스 쪽에 장점이 있지만, 노래로써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공연을 하고 싶고, 천신무예예술단이 각자의 목소리로 합창하는 아리랑과 같은 공연을 구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더 큰 꿈은 유엔 무대예요. 단원들이 유엔에서 K스피릿을 알리는 공연을 하자고 약속했어요.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민족, 인종, 종교 상관없이 지구촌에 사는 모두가 ‘지구시민’이라는 것, 자신 안에 정말 큰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거든요.
정현주 앞으로 천신무예예술단의 뮤지컬을 하나 만드는 게 꿈입니다. 뮤지컬에 K스피릿을 담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가족들이 와서 ‘아, 이게 우리나라의 정신이구나’를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요.
김수근 최근 공연했던 일지아트홀에서 정기 공연을 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이고, 장기적으로는 전국,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정신, 그리고 지금 이 시대 현재 상황에 필요한 정신을 알리고 싶습니다. 전 세계 사람에게 우리의 정신을 어떻게 알릴지 계속 고민하면서 세계로 나아가는 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