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마리에셔는 8월 25일(금)까지 류하완 작가의 개인전 《Crossover》를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갤러리마리에셔는 8월 25일(금)까지 류하완 작가의 개인전 《Crossover》를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갤러리마리(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는 8월 25일(금)까지 류하완 작가의 개인전 《Crossover》를 개최한다. 류하완 작가는 마스킹테이프를 작업의 주된 도구로 삼아 행위의 흔적, 시간의 흔적이 레이어드된 독특한 작업을 선보여 왔다. 온통 네모로 뒤덮인 화면은 작가가 긴 마스킹테이프를 잘게 자른 후 채색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Flahsback, 2015, Mixed media, (왼쪽, 오른쪽) 72.7 × 116.7cm [사진 김경아 기자]
Flahsback, 2015, Mixed media, (왼쪽, 오른쪽) 72.7 × 116.7cm [사진 김경아 기자]
Flahsback, 2015, Mixed media, 72.7 × 116.7cm (부분 이미지) [사진 김경아 기자]
Flahsback, 2015, Mixed media, 72.7 × 116.7cm (부분 이미지) [사진 김경아 기자]

작업의 시작은 캔버스 위를 지나는 마스킹테이프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내는 것이다. 물에 약한 종이 재질의 마스킹테이프를 캔버스에 붙인 상태로 채색을 하게 되는데, 이때 붓이 지나가며 물감이 스며들기도 하고 밀려나기도 한다. 건조 후 다시 테이프를 붙이고 잘라내고 물감을 끼얹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함으로써 일반적인 채색 방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특이한 색층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이것을 우연에 의해 얻어진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Crossover, 2009-2023, Mixed media, 80 × 116.7cm [사진 김경아 기자]
Crossover, 2009-2023, Mixed media, 80 × 116.7cm [사진 김경아 기자]

다양한 재료와 색상이 혼재된 류하완의 작업은 '테이핑-컷팅-페인팅'이라는 계획된 방식의 행위와 계산되지 않은 우연의 효과가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겹겹이 쌓인 마스킹테이프를 화면에서 모두 떼어낸 후의 모습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모양이 어떤 색으로 드러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작업을 이어가고 마지막으로 마스킹테이프를 다 뜯은 후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이 작업은 상당한 시간과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는 고된 예술노동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의 과정은 ‘우연’을 의도하기 위한 것이다.

류하완의 많은 작업에서 창문이나 커튼 또는 난간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안과 밖의 경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표출된 것이다. 알 수 없는 풍경 한 가운데에서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안락함과 안전함의 표식이라 할 수 있다. 류하완은 작업을 거듭해 오면서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벗기는 일련의 과정이, 안정 지향적인 삶을 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의 삶과 같음을 느꼈다고 말한다. 

Crossover, 2023, Mixed media, 118 × 162cm [사진 갤러리마리]
Crossover, 2023, Mixed media, 118 × 162cm [사진 갤러리마리]
Crossover, 2023, Mixed media, 60.7 × 72.8cm [사진 갤러리마리]
Crossover, 2023, Mixed media, 60.7 × 72.8cm [사진 갤러리마리]

“있는 그대로 가만두지 못하고 거듭 무언가를 더해 본연의 모습을 가리면 가릴수록 순수한 모습을 잃고 점점 퇴색해 간다. 욕망이 쌓이고 순수한 모습이 흐려질 때 시련이 마음을 난도질하고 흠집이라는 훈장을 단다. 누구나 삶에서 겪는 시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 류하완 작가노트 中

갤러리마리에셔는 8월 25일(금)까지 류하완 작가의 개인전 《Crossover》를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갤러리마리에셔는 8월 25일(금)까지 류하완 작가의 개인전 《Crossover》를 개최한다 [사진 김경아 기자]
Crossover, 2023, Mixed media, 70.4 × 130cm [사진 김경아 기자]
Crossover, 2023, Mixed media, 70.4 × 130cm [사진 김경아 기자]

전시는 화요일~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