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마리(서울 종로구 경희궁1길)는 8월 25일(금)까지 류하완 작가의 개인전 《Crossover》를 개최한다. 류하완 작가는 마스킹테이프를 작업의 주된 도구로 삼아 행위의 흔적, 시간의 흔적이 레이어드된 독특한 작업을 선보여 왔다. 온통 네모로 뒤덮인 화면은 작가가 긴 마스킹테이프를 잘게 자른 후 채색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작업의 시작은 캔버스 위를 지나는 마스킹테이프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내는 것이다. 물에 약한 종이 재질의 마스킹테이프를 캔버스에 붙인 상태로 채색을 하게 되는데, 이때 붓이 지나가며 물감이 스며들기도 하고 밀려나기도 한다. 건조 후 다시 테이프를 붙이고 잘라내고 물감을 끼얹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함으로써 일반적인 채색 방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특이한 색층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이것을 우연에 의해 얻어진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재료와 색상이 혼재된 류하완의 작업은 '테이핑-컷팅-페인팅'이라는 계획된 방식의 행위와 계산되지 않은 우연의 효과가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겹겹이 쌓인 마스킹테이프를 화면에서 모두 떼어낸 후의 모습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모양이 어떤 색으로 드러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작업을 이어가고 마지막으로 마스킹테이프를 다 뜯은 후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이 작업은 상당한 시간과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는 고된 예술노동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의 과정은 ‘우연’을 의도하기 위한 것이다.
류하완의 많은 작업에서 창문이나 커튼 또는 난간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안과 밖의 경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표출된 것이다. 알 수 없는 풍경 한 가운데에서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안락함과 안전함의 표식이라 할 수 있다. 류하완은 작업을 거듭해 오면서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벗기는 일련의 과정이, 안정 지향적인 삶을 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의 삶과 같음을 느꼈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가만두지 못하고 거듭 무언가를 더해 본연의 모습을 가리면 가릴수록 순수한 모습을 잃고 점점 퇴색해 간다. 욕망이 쌓이고 순수한 모습이 흐려질 때 시련이 마음을 난도질하고 흠집이라는 훈장을 단다. 누구나 삶에서 겪는 시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 류하완 작가노트 中
전시는 화요일~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