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에서 오는 8월 4일부터 19일까지 두손 갤러리(정동1928 아트센터, 서울 중구 덕수궁길 130 1층) 에서 사진전 《바자전 : HOLI-DAY, 세 개의 렌즈》를 개최한다.

1867년 ‘패션, 즐거움, 교육의 저장고’로서 여성의 삶에 깃드는 진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모으는 장으로 출발한 〈하퍼스 바자〉는 창간 이후 오늘날까지 패션 문화 전반에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자 아트〉는 일반 예술 전문지와 차별화된 시각과 유연한 태도로 대중에게 예술과 패션의 관계에 대해, 더 나아가 우리의 삶 전반에 예술이 어떤 영감을 주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2023년 올해 〈바자 아트〉는 한국어판 창간 10주년을 맞이하며, 그동안 책으로 전해왔던 예술에 대한 담론을 전시라는 형식으로 이어간다. 《바자전》을 통해 매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대표하는 사진 작업을 매개로 그 시작 을 알린다.

이번 전시에 제임스 해리스, 신선혜, 목정욱 작가 세 명에 참가하여 세 개의 렌즈를 통해 전시의 대 주제인 ‘Holi-day’를 구현한 작업을 선보인다. 《바자전》은 그동안 우리가 각자 생각하는 ‘홀리 데이’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통찰의 순간을 선사한다.

강승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이렇게 소개했다.

“전시의 대주제인 ‘Holi-Day’는 통상 알려진 ‘휴가’ ‘휴일’의 뜻과 다소 다른 함의를 품고 있다. 제목에 첨가한 의도적인 ‘-’ 붙임표를 통해 알 수 있듯 홀리데이는 본래 ‘Holi’와 ‘Day’의 합성어로 종교적인 날을 의미했다. 노동을 멈추고 성스러운 날을 기리는 시간, 즉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영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날’인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이제 홀리데이는 긴 휴식을 의미하는 단어로 확장되었고 오늘날 현대인에게 막연한 설렘과 기대, 여유로움을 상기하는 주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모인 3인의 작가 제임스 해리스, 신선혜, 목정욱.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에게 일상의 노동행위는 (그것이 설사 예술 작업을 위한 것일지라도)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담아내는 매일의 순간과 찰나다. 이들에게 ‘홀리데이’를 주제로 담는 예술적 시도는 그 자체로 ‘홀리-데이’에 가 닿아 있지 않았을까? 세 명의 작가가 세 개의 렌즈를 통해 구현한 작업으로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홀리데이’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통찰의 순간을 갖는 계기가 되길, 궁극적으로 내면의 다양한 ‘홀리’함과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에서 오는 8월 4일부터 19일까지 두손 갤러리(정동1928 아트센터, 서울 중구 덕수궁길 130 1층) 에서 사진전 "바자전 : HOLI-DAY, 세 개의 렌즈"를 개최한다. 이미지 하퍼스 바자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에서 오는 8월 4일부터 19일까지 두손 갤러리(정동1928 아트센터, 서울 중구 덕수궁길 130 1층) 에서 사진전 "바자전 : HOLI-DAY, 세 개의 렌즈"를 개최한다. 이미지 하퍼스 바자

 

《바자전》에 참가하는 사진예술가 제임스 해리스는 영국 출신의 아티스트로 V&A, Royal Academy of Art를 비롯한 유수의 기관과 세계적인 상업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자연물 그리고 거대한 스케일의 건축과 풍경이 어우러진 사진을 통해 드라마틱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도출한다. 작가는 “원하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마법과 같은 순간 (The magical moment)’을 만나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아이슬란드 폭포 앞에 선 아이의 등 뒤로 무지개가 비추는 장면, 붉은 안개가 피어오른 독일 베를린의 티어가르텐 정중앙에 천사 동상이 떠오르는 장면은 작가와 작업이 공명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며 작가는 이를 위해 끝없는 연구와 여행, 그리고 집요한 관찰과 기다림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무엇인가를 창조해내는 것에 대한 강박적 열망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며 궁극적으로 그의 작업이 주변 전체의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패션 포토그래퍼로 유명한 신선혜 작가의 이번 작업은 그가 일 년에 한 번 갖는 짧은 휴가기간 동안 이탈리아의 작은 해안가 마을에 머물며 포착한 순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을 통해 일상의 평범한 것들이 본래 기능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미와 가능성을 가진 대상으로 변모하는 신선혜의 작업은 예술 작품의 본질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질문을 던지는 페터 피슐리(Peter Fischli, 1952-, Swiss)와 다비드 바이스(David Weiss, 1946- , Swiss)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로컬 식당의 테이블보가 청소를 위해 들어 올려진 장면부터 시장 한 편에 쌓인 새파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무심하게 담긴 빨간 장미 다발, 이미 수명을 다한 모카 포트에 꽂혀진 소박한 들꽃까지. 빛과 색 그리고 피사체가 조화를 이루는 따스한 순간은 작가가 가진 삶에 대한 겸손함과 꾸밈없는 태도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유수의 셀러브리티 및 브랜드 협업을 통해 잘 알려진 목정욱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2018년 촬영한 아이슬란드의 풍광을 처음 공개한다. 지금까지 선보여왔던 빛과 색채를 통한 에너지의 표현과 대조되는 수묵화 같은 풍경이 침묵과 명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대부분의 작업은 자동차로 이동하며 차창을 통해 촬영했기 때문에 10월의 아이슬란드의 쓸쓸함이 차창에 맺힌 빗방울과 유리창의 녹빛과 겹치며 극대화된다. 빙하인지 그저 눈 덮인 작은 언덕인지 구분이 모호한 풍광들, 누군가의 거주지임에도 홀로 서 있는 주택들, 어둠 뒤로 끊겨 있을 것만 같은 도로와 흑백으로 이루어져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은 스코가포스(Sk gafoss) 폭포는 장엄하지만 쓸쓸하다. 작가는 아이슬란드의 실제 모습이 그가 상상했던 시리고 청명한 오로라의 이미지와 극명한 차이가 났기에 촬영하는 동안 그의 멜랑꼴리한 기질이 극대화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목정욱의 아이슬란드는 깊은 침잠 속에 우리를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바자전》은 네이버 예약과 현장 방문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오픈 첫 주간 방문객들 대상으로 3인의 작가의 작품으로 제작된 엽서가 증정, 목정욱, 신선혜 작가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 등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과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