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숲인상no.2305,   oil on canvas, 162.2×130.3cm,  2023. 사진 갤러리그림손
김재현 숲인상no.2305, oil on canvas, 162.2×130.3cm, 2023. 사진 갤러리그림손

김재현ㆍ김현정 작가는 자연을 매개로 작업하지만 서로 다른 시각적 언어로 접근한다. 이렇게 작업하여 두 작가가 4월 28일(금)부터 5월 22일(일)까지 갤러리 그림손에서 개최하는 《김재현 김현정 2인전 》에서 선보인다. 

자연과 풍경을 주로 그리는 김재현 작가가 작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염두에 두는 바는 자연(장소)을 처음 마주하고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을 때 그 느낌과 감정을 끝까지 유지하며 이어 나가는 것이다. 작가는 자연이 주는 시각적 다양함과 자연스러움, 숲 안에서 보았을 때와 숲 밖에서 본 모습의 차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빛나는 나무들의 조화를 보며 정서적 감동을 느껴 캔버스에 재현하고자 하는 충동이 일게 된다고 한다.

김재현, 자연인상2205, oil on canvas, 91×91cm, 2023. 사진 갤러리그림손
김재현, 자연인상2205, oil on canvas, 91×91cm, 2023. 사진 갤러리그림손

하지만 작가는 자연을 그대로 사진처럼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는 자연을 보고 느낀 개인적인 내면의 감정세계와 심리적으로 본 것을 그린다. 그의 작품은 크게 숲 인상과 자연 인상, 아카시아로 나눌 수 있다. 숲 인상은 자연(숲)을 마주하고 바라보았을 때를 그린 것이고 자연인상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느낌을 그린 것이다. 아카시아 시리즈는 아카시아 잎의 평면적이고 패턴적인 인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기존의 자연인상 시리즈보다 더 깊은 숲 (자연)속으로 들어가 클로우즈업한 이미지이다. 자연인상을 그릴 때 잎을 표현한 물감 터치(점묘법) 하나하나를 자연 안에서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 아카시아를 그리게 되었다.

김재현 작가는 자신만의 시각적 경험으로 본 자연을 그려낸 연작으로, 시각화하기 어려운 인상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추상화된 표현방식도 사용한다. 붓으로 수많은 터치를 중첩하면서 작업을 해 나간다.

김재현, 아카시아38, oil on canvas, 53×53cm, 2023. 사진 갤러리그림손
김재현, 아카시아38, oil on canvas, 53×53cm, 2023. 사진 갤러리그림손

김재현 작가는 “저는 자연이 연출하는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자신이 익혀온 표현법(아카데미즘), 예를 들면 정통구상에서의 원근법이나 투시기법, 상투적 구도 등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와 자유로운 방법으로, 규칙을 떠나 셀 수 없을 만큼 중첩되는 붓질과 터치를 통해 작가 자신이 느낀 자연의 인상은 캔버스에 드러낸다. 은밀하게 스쳐간 온도, 향기, 바람, 느낌, 인상의 재현이다. 자연의 공간이 주는 정서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최대한 회화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하였다”고 말했다.

김재현, 아카시아36, oil on canvas, 116.8×80.3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김재현, 아카시아36, oil on canvas, 116.8×80.3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이렇게 작가 내면의 자연에서 받은 특별한 인상을 강조하는 작품은 새로운 자연의 이미지를 창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관람자와 소통을 희망한다.

“의식적 터치와 무의식적 터치가 쌓이면서 교차되는 어느 지점, 캔버스 안의 구성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는 어느 지점에서 붓을 멈춘다. 지극히 개인인 나라는 한 사람이 느낀 감정 등을 표현하였지만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작품을 만든 작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오롯이 나의 만족감에 맞추어 그려진 그림은 관람객이 관람하는 순간에 비로소 진짜 작품의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그림이 전시장에서 또 다른 어떤 공간에서라도 관람객의 발과 시선을 멈출 수 있게 하는 작품이 되어 그 관람자와 그림을 그린 내가 그림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김현정, Decalcomanie, oil on canvas, 130.3x97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김현정, Decalcomanie, oil on canvas, 130.3x97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물 위에 비친 풍경을 마치 데칼코마니 하듯 재현하는 김현정 작가의 작업은 물 그리기에서 시작되었다. 물에 비친 자연의 형상을 이중적 부조형식으로 겹겹이 쌓아 올린 색면으로 보여준다.

물 그리기는 자연이 갖는 대칭의 구조를 통해 마치 물표면 아래 감춰진 불안한 인간의 무의식과 불안정한 삶을 투영한다. 실제와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이중구조의 이미지들은 물이 만들어낸 수증기처럼 겹겹이 쌓여 사색의 공간으로 재해석된다.

김현정, 곡선 풍경(blue), oil on canvas, 130.3×130.3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김현정, 곡선 풍경(blue), oil on canvas, 130.3×130.3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김현정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작업은 물 그리기로 시작된다. 무언가에 비추어 보는 행위는 꽤나 치유적이며 사색적이다. 물이 갖는 투영 적인 현상을 틀로 자연이 갖는 대칭적 구조, 이중적 부조 형식의 평면, 평면 위로 떠다니는 색 면 회화의 총체적인 분위기 위로 겹겹이 쌓여가는 모호한 경계에 대한 뉘앙스는 작업의 기반이 되는 요소이다.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대칭적 구조- 데칼코마니구조는 삶과 현실에서 느끼는 완전한 모습에 대한 불안한 환각, 강박, 미완성의 삶이 만들어내는 자연과 내면의 심리적 구조물이다.

김현정, 곡선 풍경(Green), oil on canvas, 120×120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김현정, 곡선 풍경(Green), oil on canvas, 120×120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작업은 전반적으로 물을 기초로 형상화되고 재해석된다. 물이 가진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고 지향하는 모습은 작업의 기초이자 형식의 근본이다. 물이라는 성질을 통해 색면회화에서 나타나는 특징처럼 하나의 색이 큰 면을 이루고 캔버스 전체에서 색을 칠해 화면 밖으로 색이 한없이 연장되는 느낌을 추구한다. 그것은 평면 위를 떠다니는 색으로 시각언어가 된다. 또한 물이 투영되는 현상을 통해 개인과 현실 이상과 세계,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강박적으로 서로를 담고 있는 속성으로 해석된다. 자연의 구조와 뉘앙스를 매개로 질문하며 흔적이 남는 박제된 자연의 이미지 실제와 비현실의 경계의 이미지를 만든다. 이러한 박제된 듯한 진공상태의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조각의 하나의 기법인 부조 형식을 착안한다. 부조는 형상을 이루는 면과 배경이 되는 면이 이중구조를 이루는데 배경 면을 일괄적으로 평면으로 다듬어 추상적 깊이 감을 나타낸다. 이러한 이중구조가 갖는 비현실성이 박제된 자연과 심리적 흔적이 물의 수증기처럼 겹겹이 쌓여 환각의 숲으로 재해석된다.

김현정, 곡선 풍경(Narcissism),  oil on canvas, 53x53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김현정, 곡선 풍경(Narcissism), oil on canvas, 53x53cm, 2023. 사진 갤러리 그림손

 

삶은 해석되지 못한 모호한 것들로 뒤엉켜 있다. 흩어지고 모여들기를 반복하면서 불완전한 안개와 같은 자연의 현상으로 존재한다. 환각의 숲은 자기보존이 절실한 현대인의 해석되지 못한 그림자이다. 불안한 환각은 대칭에 대한 강박만큼 채워지지 않는 공허이다. 박제된 공간은 이러한 허기를 표현하며 동시에 존재 자체의 충만을 이야기한다. 자연과 인간의 투영 적인 관계 속에서 인간적인 삶에 대한 수많은 물음이 발생 된다. 한 개인에게는 창작의 근원이기도 하며 수없이 많은 의미로 생산되는 관계적 이야기다.”

김재현 작가는 계명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개인전 5회를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김현정 작가는 안동대학교에서 서영화를 전공했다. 개인전 5회를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재현 김현정 2인전》은 갤러리 그림손(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2)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