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 12월을 보내며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해를 맞는 각오를 다지는 시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도서를 발표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책나눔위원회를 운영하며, 《이국에서》(이승우, 은행나무, 2022) 등 7종을 2022년 ‘12월의 추천도서’로 발표했다. 

책나눔위원회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출판수요 확대 및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등 7개 분야의 도서를 매달 추천사와 함께 소개한다.

‘12월의 추천도서’는 △《이국에서》(이승우, 은행나무, 2022) △《가족을 구성할 권리》(김순남, 오월의봄, 2022) △《하버마스와의 대화》(한상진, 중민출판사, 2022)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김민형, 김영사, 2022) △《반도체 삼국지》(권석준, 뿌리와이파리, 2022) △《내가 알던 것보다 사연이 많아! K-요괴 도감》(이고은, 후즈갓마이테일, 2022) △《유배도 예술은 막을 수 없어》(신승미, 김영선, 다른, 2022) 등 총 7종이다.

이승우 소설 "이국에서"  [사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승우 소설 "이국에서" [사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조경란 소설가는 《이국에서》 추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오 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이국에서》의 ‘작가의 말’에 작가는 이렇게 썼다. “어디에나 있는 다른 나라, 그리고 한 사람 안의 외부인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작가는 그렇게 했다. 황선호라는 신념을 지키고 싶으나 자신의 보스의 뇌물 스캔들을 뒤집어쓰게 돼 ‘보보민주공화국’으로 숨어 있어야만 하는 인물을 둘러싼 필연으로. 혹은 외부인이거나 내부인으로, 정당한 자유를 꿈꾸며 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인물들로.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그 평범한 인물들이 만들고 가꿔가는 작은 세계에 우리는 황선호처럼 감탄하고 스며들게 될지 모른다. 황선호는 보스의 명령과 그 조직을 이끄는 ‘기린’의 권유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선택을 하게 되었으나 그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리는 결말에서의 선택은 ‘남을 위한 일이어도 네가 원하는 일인지 생각하라’는 어머니의 충고와 맞닿아 있고, 독자도 그와 함께 안도하게 된다.

구원과 자유의 문제, 숨겨진 진실과 생의 무거움에 대해 이승우만큼 고집스럽게 천착하는 작가도 드물다.

“투명한 하늘과 순수한 햇빛”의 도시 보보에서 그가 만나게 되는 희망의 실마리들은 무엇일까. 읽는 내내 긴장과 두근거림 때문에 책을 쥔 손에서 땀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책을 다 덮고 나선 문득 뒤를 돌아보게 된다. 나를 둘러싼 안전하지 않은 이 공동체에서 비밀리에 반복되고 있는 정치(精緻)한 음모들 때문에. 이 소설적 허구가 단지 이국에서 일어난 한시적인 사건이기를."

김민형 지음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사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민형 지음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 [사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민형의 《수학의 기쁨 혹은 가능성》에 대해 권복규 이화여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추천사에서 다음과 같이 추천 이유를 밝혔다. 

"수포자가 늘어나는 세상에서 수학함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수학자, 수십 년간 수학을 연구해온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쓴 수학 교양서다. 세상을 이해하는 효율적인 언어로서 수학의 쓸모를 탐구하고, 역사를 통해 보는 수학의 가치와 매력을 살피면서, 마지막으로 현대의 수학 문화를 이끌어가는 수학자들의 이야기가 추가된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왜 가장 중요한 수식이며, 음악은 어떻게 수학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플라톤은 왜 수학을 공부하라고 했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어떻게 실수의 과정을 거쳐 풀렸는지 등등을 친근하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어렵게만 느껴지던 수학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저자가 만난 세계적인 수학자들의 일화와 더불어 현대 수학 문화를 만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른 어느 수학책에서도 보기 어려운 이 책의 장점이다. 이를 통해 현대 수학의 대략적인 흐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데다가 무엇보다 수학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며, 인류 문화의 일부라는 자명한 진리를 새삼 되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권석준 지음 "반도체 삼국지"  [사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권석준 지음 "반도체 삼국지" [사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권석준의 《반도체 삼국지》에 대해 표정훈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추천 이유를 밝혔다. 

"‘산업의 쌀’로도 불리는 반도체는 21세기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의 열쇠다.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생산의 10%, 전체 수출의 20% 정도를 반도체가 차지한다. 부제목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인 이 책에서 공학자 권석준 교수(성균관대)는 한중일 반도체 산업 현황과 역사, 향후 구도와 전망 등을 기술전략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경제‧산업이나 기술개발‧반도체 등을 잘 모르는 필자 같은 독자라도 조금만 집중하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도전은? 대응 전략은? 중국, 일본 반도체 산업의 허실과 가능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갖는 의미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전쟁의 핵심은? 일본은 국가의 지나친 간섭과 미국의 견제 속에 세계 기술표준과 동떨어진 길을 가다 몰락했지만 소재, 부품, 장비 분야 세계 최고 경쟁력을 바탕삼아 재도약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세계 최대 내수시장, 엄청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도약을 꾀하지만 미국의 견제가 강하다.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 미국 논리에 동참하게 되겠지만 중국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중 기술 전쟁, 중국의 반도체 굴기 투자, 미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 대만의 파운드리 지배 등 여건 속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시의적절한 내부 개혁이 없으면 쇠망할 가능성이 늘 있다.

한국은 뭘 해야 할까? 첫째, 산학연 클러스터‧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로 ‘슈퍼을’을 양성해야 한다. 둘째, 핵심 기술 인력과 IP(지식재산)를 보호해야 한다. 셋째, 차세대 혁신 기술의 기반인 물리학이나 소재과학 같은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 생태계 다변화와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그 당시의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을 반드시 여러 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시간과 자원의 한계가 있으니 그러한 기술을 모두 갖출 수는 없으나, 반도체에 대해서라면, 특히 소재와 공정의 핵심 요소 기술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ASML(반도체 제조용 공정 장치를 만드는 네덜란드 기업)처럼 아쉬운 사람이 먼저 찾아가 읍소할 수 있는, 그런 ‘슈퍼을’의 지위를 국가 차원에서도 반드시 전략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책나눔위원회의 추천도서와 추천사 등 자세한 내용은 출판진흥원 누리집 또는 독서인 누리집에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