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 비평집
박혜진 비평집 "언더스토리" [사진 민음사]

문학 평론가 박혜진이 첫 비평집 《언더스토리》(민음사, 2022)를 펴냈다. 박혜진은 누적 130만부 가량 팔린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펴낸 편집자이자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문학잡지 《릿터》의 편집장이며, 동시에 문학을 읽고 그 속에서 포착되는 의미들을 건져내는 비평가이다.

시대를 비추는 소설을 펴내고, 순간의 화두를 담아내는 잡지를 만들며 문학과 삶을 떼지 않는 박혜진이 작가와 작품에 관해 쓴 비평을 모아 묶었다.《언더스토리》에 박혜진이 편집자로서 감응했던 한 권의 책, 혹은 한 사람의 작가에 대한 비평가로서의 지지가 담긴 까닭이다.

《언더스토리》에서 박혜진은 그늘진 중간층(understorey)에서 생성되는 심층의 이야기(understory)로서 오늘의 문학을 찾는다. 인간, 자아, 사랑과 우울, 그리고 윤리. 열쇠말은 모두 네 개다.

1부 ‘다시 만난 인간’에는 동시대적 시선으로 인간을 해석하고 정의해 보려 한 글들를 담았다. 비평가 박혜진이 ‘인간의 핵심’이 무엇인지, 격렬하게 묻고 답을 하게 한 시, 소설, 희곡을 분석한 글들이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환자, 이장욱 소설의 작가적 존재, 김숨의 소설, 배삼식 희곡의 역사와 대화 등을 다룬다. 작품으로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이장욱의《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작가로는 허연, 김금희, 김숨, 배삼식을 분석한다.

2부 ‘자아의 후퇴’에서는 자아라는 신화가 해체되고 파편화된 ‘나’들이 전면화하는 현상에 집중한 글들을 모았다. 박혜진은 지난 시간 읽어 온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나’를 잃어버리고 내가 ‘되지 않기’ 위해 자아의 0점을 향해 가는 ‘나’들의 경향을 짚는다. 나아가 무기력한 청춘, 유령 주체 등 성장이라는 이념이 과거와 같은 힘을 발휘하지 않는 시대에 파편화된 자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는 서이제, 임선우, 강석희 등 대부분 첫 책을 펴낸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감지된다.

작품으로는 강혜빈의 《밤의 팔레트》, 강석희의《우리는 우리의 최선을》, 신동옥의 《달나라의 장난 리부트》를, 작가로는 유계영과 서이제, 임선우를 논했다.

3부 ‘사랑과 우울이 한 일’에서는 사랑과 우울이라는 심리적 현실에 집중하며, 의식을 밀어 올리는 무의식의 영향들에 관해 쓴 글을 모았다. 이승우 소설가의 《사랑이 한 일》, 김연수 소설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작가로는 손보미, 양안다, 강지혜, 백은선을 다루었다.

4부 ‘윤리도 아름답다’에는 여성의 삶에 밀착한 작품에 관한 글들이 많다. 옳고 그름이 미학과 만나는 지점에 대한 질문은 지난 시간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가장 격렬하게 진행된 논의였기 때문일 것이다. 구병모의《네 이웃의 식탁》 박민정의 《미스 플라이트》, 김범의 《할매가 돌아왔다》, 서유미의 《우리가 잃어버린 것》, 정용준의《유령》, 김혜진의 소설을 다룬다.

4부는 ‘다시 읽는 《82년생 김지영》’으로 끝을 맺었다. 2016년에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을 같은 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목격한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으며, 그로부터 5년 뒤 발생한 ‘신당역 살인사건’을 본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 문학과 독자가 통과한 시간을 살피고 달라지거나 혹은 달라지지 않은 삶의 시간 속에서 ‘다시 읽히는 문학’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

1986년 대구에서 태어난 박혜진은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부터 출판사 민음사에서 문학편집자로 일한다. 2015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 평론 「없는 얼굴로 돌아보라」가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젊은평론가상, 현대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