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 작가들의 드로잉 작업 ‘Machine Memory – 인공적인 흔적’
설치미술 작가들의 드로잉 작업 ‘Machine Memory – 인공적인 흔적’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2-05-31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햇빛담요재단 아트코너H, 6월 1일~25일 그룹전 개최

햇빛담요재단(이사장 안젤라송)의 복합문화예술공간 ‘아트코너H’는 6월 1일부터 6월 25일까지 그룹전 “Machine Memory – 인공적인 흔적”을 개최한다. ‘설치미술가의 작품세계를 갤러리 스페이스에서 조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발전된 이번 기획은, 동시대 설치미술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드로잉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최기창, Zenith drawing Y1, 종이 위에 아크릴, 스프레이 페인트, 52 x 42 cm, 2022. [사진 제공  아트코너H]
최기창, Zenith drawing Y1, 종이 위에 아크릴, 스프레이 페인트, 52 x 42 cm, 2022. [사진 제공 아트코너H]

 이번 전시 또한 네 명의 참여작가 모두 각자 다른 전기와 배경을 지니고 있으나 그들이 한데 모여 펼쳐내는 작업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로 얽혀있다. 이는 동시대를 담아내는 시각예술가로서의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비가시적인 예술가의 시공영역으로 안내할 것이다.

최기창 작가는 ‘Zenith Drawing’(수직선 드로잉)을 선보인다. 수평선과 수직선 그리고 점들과 교차되는 사선 등을 조형 요소로 삼아 진행되는 최근의 드로잉 작업들은 어떤 행위의 흔적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Zenith drawing' 연작은 수직선이라고 하는 최소의 조형요소에 집중하며 화면의 수직적 분할과 채색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더욱 그렇게 보인다. 주요 재료로 사용되는 스프레이 페인트는 반복적인 채색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린다는 행위의 과정을 가감 없이 담아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시각 예술가에게 칠하고 지우거나, 덧칠하고 덧지우는 행위를 반복하는 과정은 지난한 노동일 뿐이지만 가끔은 지면 위에 안착되거나 수용되지 못해 내뱉어진 안료 덩어리들조차도 어떤 의미의 흔적으로 남기도 한다. 그런저런 이유로 이 수직선 드로잉은 시각적인 결과를 향해 진행되었다기보다는 채색이라는 반복되는 행위 중에 발생하는 흔적들을 통해 담아낸, 의도와 우연, 중심과 변두리, 천정과 지상을 연결하려는 수많은 시도의 기록지에 가깝다.

최기창 작가는 2021년 《흠결 없는 마음》, 2020년 《한 번의 키스》(원앤제이 갤러리), 2015년 《행복으로 가는 길》(용산구 서계동 236-22), 2011년 《SERENDIPITIES》(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등 9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2021년 《5·18 40주년 특별전: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구) 국군광주병원), 2018년 《광주비엔날레》 (광주아시아문화전당), 2016년 《부산비엔날레》(F1963), 2012년 《아트스펙트럼》(삼성미술관 리움)등 국내외 다수의 단체전과 비엔날레에 참여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 경기창작센터 레지던시 스튜디오, 몽인아트스페이스 입주작가로 참여하였다.

박상호, Plot #5, Acrylic painting on paper, 98.7x73.7cm, 2017. [사진 제공 아트코너H]
박상호, Plot #5, Acrylic painting on paper, 98.7x73.7cm, 2017. [사진 제공 아트코너H]

 박상호 작가는 ‘PLOT Series’를 선보인다. 일반적으로 서사예술에서 스토리(story)가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가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라면, 플롯(plot)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중간의 역할과 동시에 독립된 에피소드라고도 할 수 있다. PLOT시리즈는 그동안 해왔던 'noname film' 'P's'시리즈와 연결되는 작업이다. 이전 시리즈는 건물들을 파사드(정면)만 남겨 진짜 현실을 가리고 가짜 현실을 만들어 내었던 포촘킨의 도시처럼, 실재를 허구로 바꾸어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 ' 만들어낸 현실' 속에서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하는 작업들이다. 이처럼 이전 시리즈가 포괄적인 이야기 속에서 건물이나 도시의 표피에 집중되었다면, 이번 전시의 PLOT의 작업은 그 초점을 좁히고 건물이나 도시의 표피 속으로 들어와서 어딘가 익숙한 듯 한 어떤 공간의 일부나 구석, 입구 등을 미완의 상태 또는 파편적인 형태로 구성되어 좀 더 개인적이고 세부적인 이야기를 표현한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은 스스로 독립적인 이야기임과 동시에 서로 연관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사진, 영상, 설치, 페인팅 등 다양한 작업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박상호 작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 회화과와 프라이어그래픽을 졸업한 후 2013년부터 부산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며, 바다미술제, 부산비엔날레 등의 전시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민정, Memory Machine II, 아크릴, 잉크젯잉크, 29x21cm, 2022. [사진 제공 아트코너H]
서민정, Memory Machine II, 아크릴, 잉크젯잉크, 29x21cm, 2022. [사진 제공 아트코너H]

서민정 작가는 ‘Memory Machine’를 선보인다. 작가는 이항대립적 관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제시하고 나아가 그 경계의 해체와 재구성을 다양한 방식과 매체로 제시하는 것에 주목해 오고 있다. 오늘날 방대한 양의 시각기억들은 기계장치를 통해 메가, 기가, 테라등의 데이터로 잠들어 있고, 그 기억과 시간은 또한 장치를 통해 소환된다. 장치는 차가운 기계라는 일차원적 해석을 떠나서 이 또한 시각기억의 일부가 되고 기계의 외형은 그 시절 그 시간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작품 'Memory Machine'은 어느해 단체여행을 같던 이들이 같은 장소에서 각양각색의 카메라로 찍은 동일한 피사체를 액정화면에 재생시키는 것을 그대로 스캔한 작품으로, 물 표면을 떠다니는 기름을 종이로 건져내 듯 다급하고 아주 쉽게 시각기억을 장치에 의존해서 고정시켰다. 머리 속을 부유하는 시각적 기억들은 기름의 형태처럼 불완전하고 변화무상하다. 데이터로만 남아 있는 기억은 마음 한 귀퉁이를 불안하게 흔들어 대고 있어 인스턴트한 방법으로 'Memory Machine'에서 그것들을 안착시켰다.

서민정 작가는 2014 에스파스 루이비통 도쿄 개인전을 비롯한 총 14회의 개인전과 2018 부산비엔날레, 2016 사이타마 트리엔날레, 2013 아이치트리엔날에 이어 2015 바르샤바 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국내외 미술관 전시와 레지던시 참가, 부산현대미술관 작품소장, 독일 DAAD Award 등의 수상경력 등이 있다.

황연주, H양의 그릇가게 - 컵을 잃어버린 컵받침들을 위한 드로잉, 디지털프린트, 수채, 27x21cm, 2018. [사진 제공 아트코너H]
황연주, H양의 그릇가게 - 컵을 잃어버린 컵받침들을 위한 드로잉, 디지털프린트, 수채, 27x21cm, 2018. [사진 제공 아트코너H]

황연주 작가는 ‘컵을 잃어버린 컵받침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다양한 장소와 사물에 얽힌 기억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 작업들을 통하여 미시사적 관점에서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일상의 특별한 순간들을 재조명하고 삶의 가치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컵을 잃어버린 컵받침들’은 2018년 개인전을 위해 제작하기 시작하여, 2022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드로잉 작업이다.

작가는 “2011년부터 나는 줄곧 오래되고 낡아 쓸모를 잃은 사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오래된 기억들이 낡음과 덧없음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로서 작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각각의 사물들에 얽힌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서술하고 기록함으로써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특별함을 이끌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한 작가의 프로젝트 역시 그러한 사소한 일상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되었다. ‘컵을 잃어버린 컵받침들’은 유행이 지나거나 그릇들 중 한 짝이 깨지는 등의 이유로 버려진 그릇들을 수집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기록하는 작업이었다. 유독 컵이 깨지거나 없어져서 버려진 컵받침들(소서)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하였다.

“커피잔의 화려함만큼이나 아름답고 다양한 각양각색의 패턴과 문양을 가진 컵받침들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작고 예쁜 접시이다. 하지만 단지 한 쌍이 되는 컵을 잃어버렸다는 이유만으로 그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컵받침들에게 상상속의 잃어버린 나머지 한 짝을 만들어주어 쓸모없이 버려진 슬픔을 달래주고 싶었다.”

작가 황연주는 'H양의 그릇가게'(씨알콜렉티브), '기억하는 사물들'(인사미술공간)을 비롯하여 12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주요 전시로는 '우리와 당신들'(경기도미술관, 2020) 빙빙(d/p, 2019), '소마드로잉-무심'(소마미술관, 2015), '만물상-사물에서 존재로'(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2014) 등이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태호 큐레이터는 “‘전시 타이틀 ‘Machine Memory – 인공적인 흔적’은 기억과 시간, 실재와 허구라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을 통하여 작가들의 개인적이고 기계적인 사건의 현재화를 의도한다. 예측 가능한 자연적인 사고와 기계적인 인위성을 띤 작품을 통해 네 명의 예술가는 감상자와 소통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다양한 실험을 연출하고 있다. 예술의 한 장르가 된 ‘드로잉’이라는 매개를 통해 시각 예술가로서 동시대를 반영하고, 예술적 책무를 반사적으로 반영하는 네 명의 예술가의 고뇌와 그들이 일궈낸 미학적인 성취를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수익금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기부금과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다.

서민정, 황연주, 박상호, 최기창 작가의 "Machine Memory – 인공적인 흔적"은 6월 25일까지 서울시 중구 을지로95 아트코너H에서 볼 수 있다. 

0
0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