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_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습니다. 그로 인해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 4명, 만 19세 3명의 10대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기초의원 지역구 2명, 광역비례대표 4명, 기초 비례대표 1명입니다. '청년의 권리는 청년이 대변한다'는 소신을 가진 10대 정치가들은 한국 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는 걸까요. K스피릿이 10대 청년후보들을 만났습니다.

 

[사진 김서희 기자]
서울시 광역비례대표 노서진 정의당 후보 화상 인터뷰 갈무리 [사진 김서희 기자]

노서진 후보(19)는 현재 정의당 ‘요즘 것들’ 선대본부장, 정의당 청소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8년 정의당에 예비당원으로 입당, 2019년 원내 4당 최초 청소년 부문 공식기구 ‘청소년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2020년에 청소년위원장이 되어 그동안 두 번의 선거를 치렀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청소년 시기부터 정당에서 활동했다. 그때 가장 관심 있었던 건 청소년 참정권이었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을 만들어내고 집행하는 교육감을 직접 뽑을 수 없다는 게 너무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결국엔 참정권 확대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청소년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식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재학 중에 출마를 했다. 주변 반응은?

대부분이 응원한다. 보통 ‘정치’하면 나이가 많은 중년 남성을 떠올린다. 그러나 같은 또래가 정치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신기해한다. 또, “청년의 이야기를 대변해 주는 구나”라고 생각해줘서 효능감도 느낀다.

 

[사진 노서진 후보 제공]
선거유세를 하는 노서진 정의당 후보 [사진 제공 노서진 후보]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는?

정당 가입을 알아봤던 당시 선거법상 만 19세 이하는 정당에 가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의당에서는 예비당원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도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었다. 또한 청소년 참정권 문제와 청소년 당권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실제적인 정책과 제도를 갖추고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 생각해서 입당했다.

 

청소년위원장이다. 정의당의 청소년위원회가 지향하는 바는?

청소년위원회는 청소년특별위원회에서 ‘특별’이란 단어가 빠지고 승격되었다. 청소년위원회는 청소년의 완전한 정치적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서 한국에 있는 ‘나이’주의 문화를 해소해 청소년도 하나의 주체로서 인정받고, 평등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장애인, 여성, 교육권, 아동, 기후 위기와 학교 문제까지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공약은 어떻게 정했나?

모두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예를 들어 현재 기후 위기의 문제가 계속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 상황 속에서 ‘내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기후 공약은 정의당에 있는 다른 청소년 당원들과 함께 만들었다. 각자 학교나 사회에서 겪었던 문제의식과 고민을 계속 나누다 보니 실생활과 연결된 경험 중심의 공약이 나오게 됐다.

공공자전거 확대 공약도 서울에서 따릉이를 타본 경험에서 시작됐다. 공공자전거가 더 확대되어 많은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다른 공약들도 모두 경험에 기반한 문제의식과 고민에서 출발했다.

 

기존 청소년 정책의 편협성을 지적하며, 제도권 학교 밖 청소년들을 이야기하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제도 밖 청소년들을 위한 노 후보의 정책안은?

‘위기 청소년 지원 조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과 탈 가정 청소년을 지원하고 이들이 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공약이다. 또한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 지원 조례‘를 함께 제정하는 게 목표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마음 놓고 본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고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진 노서진 후보 제공]
선거 유세를 하는 노서진 정의당 후보  [사진 제공 노서진 후보]

'새로운 내일 제안'이라는 5가지 공약 중 핵심 공약은?

무상교통이 제일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청소년이 비용 걱정으로 문화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례에서 출발했다. 청소년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탄소 절감을 위한 공동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자가용을 줄이고 공공 대중교통을 확대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무상교통은 중요하다.

 

따릉이와 대중교통 환승 제도를 추진 중이다. 이유는? 

대중교통을 어렸을 때부터 경험하며 그 필요성과 효율성을 느낀 후, 성인기에 진입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매우 다르다고 본다. 일찍부터 지역사회에서 공공 대중교통을 활용하고, 누리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추진하게 되었다.

 

미등록 이주 아동에 관한 인권공약이 인상적이다.

이주민센터들이 서울 시내에 많이 있다. 이주민센터는 말 그대로 이주민의 상담을 지원하고 필요한 것에 함께하는 센터다. 이주민 문제에 대해서는 이주민센터와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며 비로소 실태를 자세히 알게 됐다. 그 계기로 미등록 이주 아동의 문제해결이 시급하다고 느꼈다.

지금의 제도로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출생 등록과 관련해 이를 보장하고 지원할 방안이 전혀 없다. 흔히 말하는 불법 체류자의 자녀이기 때문에 출생했어도 병원이나 지자체에 신고를 못 하는 상황이다. 존재하지만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존재가 된다. 적어도 아동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가 품어주고 기본적인 의료나 교육에 대한 복지는 지자체 차원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등록 이주 아동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안은?

법적 효력을 가지는 제도는 아니지만, 행정 차원에서 출생 확인증, 즉 아동이 출생하면 그 출생 사실을 담당 의사가 지자체장에게 알리는 정도의 과정으로 구체화했다. 지자체장 명의의 출생 확인증을 발급하면 그 아동은 법적으로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행정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제공하는 가장 최소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예방접종이나 의료복지, 교육과 같은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담당 병원이 지자체장에게 알리는 것과 지자체장의 출생 확인증 발급은 행정적으로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이라고 생각한다.

 

4년의 정치경력에 비추어 한국 선거 문화에서 반드시 바꿔야 할 부분은?

지방선거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소선거구제가 가장 큰 문제다. 한국에는 양당제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두 당이 강력하게 존재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지방의회에서만큼은 의회의 다양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선거구제, 한 지역에서 2명, 3명밖에 뽑지 않은 그런 제도는 양당제를 더 고착화한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시범적으로 11곳에 중대 선거구제를 시행했다. 이처럼 의회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의회 정수를 늘리거나 중대 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중대선거구제의 확대를 통해서 유권자들의 선택 다양성을 보장하고 의회에도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있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세대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 정치 이념적인 갈등과 분열 속에서 국민이 화합하고 공존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정치라는 건 필연적으로 누구를 대변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치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본인이 어떤 사람을 대변할 것이고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펼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게 정치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사회에서 소명되지 않았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싶다.

그러나 공존의 사회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본인과 다른 생각을 비판하기보다는 차이에 있어서 공유하며, 긍정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세력의 논리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넓게,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사진 노서진 후보 제공]
선거 유세를 하는 노서진 정의당 후보 [사진 제공 노서진 후보]

노 후보가 그리는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은?

정치 주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주체로 나서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청소년과 청년에게 어려서 뭘 모르는 게 무슨 정치냐고 했던 그런 비난을 넘어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동시에 장애인도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다. 사회 속 지워진 사람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주체로서 나설 수 있는 사회를 그린다.

 

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비전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출마하고, 정치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가지게 된 청년들이 계실 텐데, 선거권 연령 하향이 말해주는 의미는 너무도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청년들의 문제를 직접 당사자가 나서서 외치고, 해결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청년 정치가로서 힘든 점이나 개선을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가장 큰 문제는 돈 문제이지만 이 부분은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서 기탁금이 하향되어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인식의 측면을 말씀드리고 싶다. 청년이 정치에 나선다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후보자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고 자연스럽게 선거운동원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 나이를 듣고 무시를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청년도 당당한 정치 주체로서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나서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정치가 이상하지 않은 문화를 만들고 의식변화를 가져오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