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_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습니다. 그로 인해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 4명, 만 19세 3명의 10대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기초의원 지역구 2명, 광역비례대표 4명, 기초 비례대표 1명입니다. '청년의 권리는 청년이 대변한다'라는 소신이 있는 10대 정치가들은 한국 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는 걸까요. K스피릿이 10대 청년후보들을 만났습니다.

 

[사진 김서희 기자]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이건웅 녹색당 후보 화상 인터뷰 갈무리 [사진 김서희 기자]

이건웅 후보(18)는 현재 청소년녹색당 공동대표, 제주평화나비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에 참여했으며, 2019년 '우리도 제주도'라는 제주 지역 청소년 환경단체를 결성했다.

 

2019년부터 녹색당 활동을 해왔다. 녹색당을 선택한 이유는?

2016년 제주도 강정마을이라는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왔다. 이에 반대하는 평화 대행진이 매년 여름마다 진행되었는데, 2016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처음으로 그 행진에 참여해서 2019년도까지 그 활동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녹색당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면서 제주환경을 지키고 청소년을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며,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정당과 다르게 녹색당은 청소년들에게도 예비당원이 아니라 평당원의 권리를 부여한다. 청소년으로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녹색당에 입당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강정 평화 대행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와 같이 뉴스를 보다가 알게 된 거로 기억한다. 페이스북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평화 대행진을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됐다.

 

정치활동에 도움을 준 인물이 있다면?

출마와 정치 활동을 하는 데는 가족들과 녹색당원의 도움이 가장 크다. 그리고 제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은 강정에서 처음 만난 ‘제주도’라는 별명을 가진 정말 멋진 친구가 있다. 제 첫 활동이 세월호 진상 규명 활동이었는데, 그때 함께 가준 친구이며 녹색당을 소개해준 친구이기도 하다.

놀 때는 열심히 놀고 일할 때는 또 열심히 일하는 친구라서 매우 계획적이고 부지런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그 친구가 제 인생에서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중인 이건웅 후보 [사진 제공 이건웅 후보]

기후 위기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강정 평화 대행진의 영향이 컸다. 또 전국 단위인 청소년 기후 행동과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도 감명 깊었다. 처음에는 기후 위기가 매우 멀게 느껴졌고, 난개발과 기후 위기와의 관련성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을 보면서 결국 제주에서 일어나는 난개발과 제2공항, 숲을 베고 도로를 내는 것들이 모두 기후 위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후 위기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2019년도에 '우리도 제주도'라는 제주 지역 청소년 환경단체를 결성했다. 결성과정에서 기후 위기가 더는 먼 나라 북극곰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됐다.

특히 제가 출마한 지역 제주도의 특징은 ‘환경’이다. 기후 위기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에서 제주도가 가장 먼저 모든 피해를 겪는다. 청정했던 환경이 각종 난개발로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이 1위이지만, 한국에서는 제주도가 청소년 자살률이 1위다. 청소년들이 많이 자살하고 난개발로 생태계가 죽어가고 있는 곳이다.

 

난개발로 고통받고 있는 사례는? 

대표적으로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있다.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재개되었다. 산과 나무를 베고 그 위에 4차선 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된다. 그리고 ‘오등봉’이라는 숲이 있는 곳을 밀어버리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공원을 짓겠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제2공항도 그렇다. 대표적으로 이렇게 세 개지만, 지역 곳곳에 작은 숲을 베어내고 도로를 내는 일은 매우 많다.

 

제2공항 건설은 어떻게 생각하나?

결사반대다. 제2공항은 ‘성산’이라는 마을에 들어서게 된다. 제가 그 옆에 ‘표선’이라는 곳에서 커왔고, 지금도 살고 있다. 표선은 제2공항이 들어서면 땅값이 많이 오르게 되는 수혜 지역이다. 가족들도 모두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한다. 저만 반대하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 반대 시위를 하는 이건웅 후보 [사진 제공 이건웅 후보]

개발에 따른 이해관계의 갈등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대안은?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 발전을 위한 경제적인 답이 아니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도민들도 제주도 관광 붐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관광협회에서도 결국 관광객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관광의 패러다임 자체가 전환되어야 한다. 정책적인 대안은 ‘관광객을 줄이자’와 ‘관광객들에게 입도세를 걷자’이다. 지하수 사용량과 쓰레기 그리고 에너지 다소비 건물을 보면 전부 관광 업체다.

제2공항이 건설된다면 경제적으로 몇 년 동안은 호황일 수 있겠지만, 관광객들이 사용하는 지하수는 현재도 바닥나기 직전이다, 하수 처리장도 현재 95%가 포화 상태이며 쓰레기 매립장도 마찬가지다. 관광업으로 막대하게 벌어놓은 돈은 결국 쓰레기 처리 문제와 하수 처리 문제에 쓰이게 된다.

 

“관광객 수는 줄이고 일자리는 새롭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현 제주의 핵심 동력은 관광사업인데,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대안은? 

기후 일자리 1만 개 확보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현재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청년 농부들이 있다. 이들은 제주도 땅과 지하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농업을 한다. 우리의 미래는 농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 농부들에게 준 공무원 대우를 해주자는 대안을 마련했다. 농부들이 친환경적으로 농업을 하고, 적자가 아닌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이라 것을 보여주고 싶다.

또한, 제주도의 중산간 지역에 쓰레기들이 많다. 쓰레기들은 그대로 있거나 태워서 소각한 상태인데, 이런 것들이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누가 버리는지 알 수도 없다. 그래서 중산간 지역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관리사를 배치하려고 한다. 지하수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른다. 한라산에서부터 내려오다가 중간에서 오염되면 먹는 식수도 오염되어 내려온다. 관리사를 배치하면 이를 막을 수 있고, 일자리도 챙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바다 쓰레기’다. 바다 쓰레기는 어업 쓰레기 비중이 가장 크다. 중상간 지역 관리사와 마찬가지로 이런 것들을 관리하는 해양 감시단도 꾸리고자 한다. 결국 바다의 생존은 도민의 생존이다. 현재는 바다가 너무 더러워서 해녀들이 한번 물질하고 갔다 오면 피부병에 걸린다. 이게 제주 바다의 현실이다. 새로운 일자리로 제주환경도 보호하고 일자리도 잡고, 미래도 지키는 대안이 될 거로 생각한다.

 

미래 환경 문제에 국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본다. 결국은 사회적인 시스템 자체가 변해야 한다. 개인이 사용하는 에너지나 석탄 혹은 개인에게 발생하는 CO2는 많지 않다. 대부분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회적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당연히 정부는 친환경 그리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환경 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국민들은 그런 환경 공약을 내건 사람들에게 투표해야 한다.

 

공약에서 밝힌 “청소년들이 자살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개선안과 정책적 대안은?

청소년 인권 조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학생 인권조례가 제정은 되었지만, 이름뿐인 학생 인권 조례다.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에도 같이 참여했는데, 원안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게 제정이 되었다. 문제는 교육감과 학교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부분이다. ‘해야 한다’라고 명시하는 게 아니라 ‘노력’으로 되어있다. 그런 조례에 따라서 할 사람은 조례가 없어도 하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 개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까지 포괄하는 거다.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정책도 펼쳐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힘든 이유와 하고자 하는 미래에 대한 꿈을 물어봐 주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학급당 인원수는 제주가 전국에서 1등이다. 한 학급에 25명 정도다. 담임교사는 자기 학급의 애들마저 한 명 한 명 돌볼 수 없는 구조라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특성화고 학생들은 현장 실습에서 많이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 뉴스에 나오는 사고는 빙산의 일각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산재 요청을 하면 그 학생은 미운털이 박혀 회사에 다닐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2017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고 이민호 군 사망 사건에는 직원도 없었다. 학생이 현장에서 사고에 대처할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옆에 있던 친구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옆 공장 직원이 와서 겨우 프레스 기계를 멈췄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제주도정에 노동 인권국을 설치하여 청소년들뿐만이 아니라 현장 실습하는 청소년, 나아가 현장에 다니는 노동자도 함께 지키자는 정책을 생각했다.

 

청년 정치가로서 어려운 점은?

“어린데 뭘 하겠냐?”라는 말을 들을 때다. 고등학교 시절에 들었던 말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만 18세면 아직 배울 나이인데 뭘 하겠니?”라는 말을 적지 않게 듣는다. 더욱이 의회에 청년이 들어가는 게 매우 어렵다. 소수 정당 청년이면 더 힘들다. 아직 한국 정치는 돈이 있어야 하지만, 녹색당은 돈이 없다고 정치를 못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거운동 비용과 기탁금을 당에서 다 대준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위해서 기탁금 제도를 비롯해 선거비용에 관한 부분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

 

선거운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일화는?

제주시 오일장에서 제 명함을 건넸을 때, ‘고맙다’는 말을 들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상인 세 분이 모여 계셨는데, 가서 제주도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씀드렸다. 제 앞에 도지사 부순정 후보님이 말씀하시고 다음에 제가 앉아서 명함을 건네드렸다. 저희 당에서 명함을 드리면 관광객 줄이면 뭐 먹고 사냐고 하시거나 거친 언행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더군다나 최연소라고 말씀드리려니 뭐라고 하실까 봐 걱정이 좀 됐었다.

그런데 “한창 공부하고 놀기 바쁜 나이인데, 스무 살에 벌써 나왔니?”라고 하시면서 “고맙다”라고 하셨다. ‘대견하다’, ‘대단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고맙다’는 말은 처음이었다. 그러시면서 “어린 청년이 직접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라고 하셨다. 그때 굉장히 울컥하고 크게 감사했다.

 

평소에 존경하는 인물이나 롤모델이 있다면?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노희찬 의원님을 매우 존경한다. 약자들의 편에 서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굉장히 서민적인 분이셨다. 어려운 단어 말고 모두가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편하고 쉬운 단어들을 많이 쓰시는 모습에 큰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정치인이 된다면, 나도 절대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야겠다’라고 마음을 먹게 되었고, 지금도 최대한 쉬운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희찬 의원님은 신념이 올곧은 분이셨다. 어떤 정치인은 몇십억을 받고도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받은 건 잘못이지만 노회찬 의원님은 몇천만 원 받은 거로 그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게 굉장히 슬펐다.

돌아가신 소식을 들었을 때를 기억한다. 2018년 7월, 영어 캠프 점심시간에 투신하셨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때는 그분에 대해 자세히 몰랐지만, 정의당 국회의원이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끝까지 신념을 지키려고 하신 점에서 매우 존경하는 분이다.

 

학교에서 졸업인사를 하는 이건웅 후보 [사진 제공 이건웅 후보]

이 후보가 그리는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장애인이든 성소수자든 청년 청소년이든 여성이든 그뿐만이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까지도 차별이 없는 게 지구가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비인간 존재들에 대한 차별도 사라져야만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고, 진짜 지속 가능한 미래가 될 거로 생각한다.

다 같이 살아가는 집,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제주, 장애인이 어디든 편하게 갈 수 있고,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퇴근해서 뭐를 먹을지 걱정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죽음이 아닌 미래를 생각하고 재미있게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경청과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경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실천’까지 가는 건 드물다. 의견들은 정말 많이 듣는다. 의원들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만, 학교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서 저는 경청에서 나아가, 실천까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듣고 실천해야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이 변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저 이건웅, 20살이지만 출마했다. 청년 혹은 청소년 여러분들이 “난 어려서 정치를 못 할 거야”라고 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은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평범한 청소년이었던 저도 직접 정치에 출마했는데, 여러분들도 할 수 있다. 그게 꼭 출마가 아니더라도 녹색당 혹은 다른 진보 정당들과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진보 정당에 표를 주어서 여러분의 삶을 지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두려워하지 마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