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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출마자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습니다. 그로 인해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 4명, 만 19세 3명의 10대 후보자들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기초의원 지역구 2명, 광역비례대표 4명, 기초 비례대표 1명입니다. '청년의 권리는 청년이 대변한다'라는 소신이 있는 10대 정치가들은 한국 정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려는 걸까요. K스피릿이 10대 청년후보들을 만났습니다.

 

전남 무안군 기초의원 지역구 오신행 무소속 후보 화상 인터뷰 갈무리 [사진 김서희 기자]

 

전남 무안군 지방의회의원 나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오신행 후보(18)는 10대 후보자 중에서도 가장 어린 출마자다. 현재 기후위기탄소중립 2050 전남연대 청년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전남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 동아리 ‘낭만벨트’ 리더로도 활동했다.

 

오 후보의 이력이 다채롭다. 패션의류학과에 재학 중으로 정당 경력이 없음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이유는?

정치는 공동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서로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타협과 양보를 통해서 통합과 평화를 이뤄야 한다. 청소년의 행복을 외치고 싶었고, 일조하고 싶어서 출마까지 하게 됐다.

 

대학 재학 중에 출마했다. 주변 반응은?

대학 동기들은 처음에는 안 믿었다. 직접 온라인에서 기사를 찾아보더니 다들 놀라워했다. 지금은 옆에서 응원해주고 힘이 되어준다.

 

대안학교와 검정고시를 선택했다. 학교 밖에서 경험을 통해 얻은 부분은?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는 다른 교육과정으로 좀 더 자유롭고 자기 주도 학습 비중이 큰 환경이었다. 이때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 동아리인 ‘낭만벨트’에서 활동했고, 우간다 아프리카 봉사활동 경험을 얻었다.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 동아리 낭만벨트 리더였다. 주로 어떤 일을 했었나?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 동아리, ‘청미프’는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행사다. 학생 스스로 팀을 구성하여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꿈에 도전하도록 운영하는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저는 팀을 구성해 ‘낭만벨트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응모했고 선정되어 활동했다.

친구들과 함께 목포를 비롯하여 남해, 여수, 해남, 부산 등 남해안의 아름다움을 답사하고 영상으로도 담았다. 청소년의 시각으로 촬영하고 편집된 결과물이 남았다. 외국인들이 우리 지역의 멋과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영상을 영어로 통역해 유튜브에도 올렸다.

 

[사진 오신행 후보]
선거 유세 중인 오신행 무소속 후보 [사진 제공 오신행 후보]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후보”라는 슬로건이 갖는 의미는?

지금 한국 청소년들은 미래 행복을 위해 현재 행복을 포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청소년 행복 지수가 최하위다.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님의 강연 영상에서는 학생들 1/3이 자살 충동을 느꼈고, 또 80%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가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라고 느낀다고 한다. 이런 통계로 보면 현재 한국 청소년에게는 행복이 없다. 궁극적인 이유는 입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는 현재에 행복한 청소년이 미래에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슬로건은 청소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아직도 청소년이나 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만 18세가 유권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저를 비롯해 청소년들이 출마함으로써 앞으로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래서 이 문구로 정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에게 공정여행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청소년 행복과 관련이 있나?

그렇다. 제가 말하는 공정여행은 ‘해외여행’이다. 2018년 학교 친구들과 우간다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 한국 외교관의 아들을 만났다. 그의 나이는 19살이었고, 꿈은 ‘농부’라고 했다. 영어와 글쓰기에도 능숙하며 공부도 잘해서 당연히 의사나 검사, 판사와 같은 직업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을 들은 뒤 ‘세상은 이렇게 크고 또 다르게 생각하며 살고 있구나,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아야겠다’고 느꼈다. 그런 측면에서 여행은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공정여행은 관광지 중심의 사진만 찍는 여행이 아니라, 현지에서 함께 수업하고 문화생활을 체험하고 봉사를 하는 등 다양한 경험적인 여행을 의미한다. 제가 그러한 여행을 경험해봤기에, 무안군 청소년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다.

 

한국 청소년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한국 공교육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나?

한국의 대학 입시는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당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가치관을 바꿀 기회가 있어야 한다. 현재 입시구조를 고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무안 청소년들이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공정여행’을 공약에 담았다.

이유 없이 필수로 가는 대학이 아닌, 왜 가려고 하는지 스스로 질문할 기회를 통해 다른 길도 당당히 선택할 수 있길 바란다. 또 그렇게 변화해야만 한다. 유럽은 학창 시절에 경쟁보다는 협력을 요구한다. 한국도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협력할 수 있는 교육으로 변해야 한다.

 

주식 투자금 지급 공약이 있다. 주식 투자가 청소년에게 어떠한 도움이 되나?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금융과 관련한 현실적인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학생 때부터 돈의 원리와 구조를 배우고 금융 투자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를 배우는 데는 직접 투자하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기후위기탄소중립 2050 전남연대 청년 위원장이다. 기후 위기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이 지구는 다음 세대들도 살아가야 한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 원인은 기후 위기와 관련되어 있다. 기후 위기의 핵심은 탄소 배출로, 탄소가 일정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배출되는 게 문제다. 직접 나서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자 행동하지 않으면 지구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그래서 저부터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공유지구’라는 말이 있듯이 시민 참여형 방식으로 이 지구를 지켜나가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는 정책과 재정 지원으로, 국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행동하며, 모두가 이 지구를 위해야 한다. 작년 4월부터 시행된 일회용 컵 사용 금지와 같은 실천적 방안들도 마련해야 한다.

선거 유세 중인 오신행 무소속 후보 [사진 제공 오신행 후보]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면 현금 포인트로 제공하는 쓰레기 분리 압축기계 설치 공약을 제시했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극소수 쓰레기들만 재활용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럴 거라면 우리가 분리수거를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쓰레기 분리 압축 기계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하게 됐다. 포인트로 환원되기 때문에 호기심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분리수거를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청년 정치가로서 힘든 점이나 개선하고 싶은 점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1인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군의원 후보로 등록할 때 선관위에 기탁금을 내야 하는데 군의원은 200만 원이다. 저는 청소년이라 50%를 줄여 100만 원만 내면 됐다. 이런 방안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저희 청소년이나 청년들은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별다른 자산이나 수입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 출마를 위해 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아버지께서 대안학교 교장이시다.

저는 다른 대안학교를 다녔지만, 저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향에 있어서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정치 활동에 있어서도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신다. 이번에 아버지와 함께 출마도 했다. 미숙한 부분들을 많이 도와주신다.

[사진 오신행 후보]
6.1 지방선거에 함께 출마한 오원옥(왼쪽) 오신행(오른쪽) 부자 [사진 제공 오신행 후보]

아버지와 선거 유세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선거에 처음 출마하니 명함 하나를 나눠줄 때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어려웠다. 해보지 않아 저에게는 익숙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격려와 청소년의 행복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하며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오 후보가 그리는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그린다. 성별 차이, 인종 차이, 재산 차이, 권력 차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런 차이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또한 획일적인 대학 입시와 시험으로만 학생들이 평가되는 것은 너무 제한적이다. 개개인의 다양한 재능을 인정해 준다면 모두가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들과 제주도 한라산 정상을 등반한 적이 있다. 그때 백두산 정상 도달을 꿈꿨다. 현재는 중국을 거쳐 백두산에 가야 한다. 하지만 미래에는 한국 땅에서 한국을 거쳐 직접 백두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

 

청소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청소년도 유권자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우리 지역과 나라의 발전이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우리도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때가 됐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청소년들도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먼저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는 생각을 갖고 지역의 발전부터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 그 길이 선출직이든 아니면 임명직이든 개인 사업을 하든 관계없이 마음이 모이도록 함께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