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왕실 한글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빙빙전" 1책 기증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5책 모두 갖춰
조선후기 왕실 한글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빙빙전" 1책 기증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5책 모두 갖춰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2-05-22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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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완진 명예교수가 장서각에 기증한 "빙빙전" 1책.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서울대 김완진 명예교수가 장서각에 기증한 "빙빙전" 1책.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광복 후 문화재청이 장서각 자료를 철저히 점검하는 과정에서 《빙빙전》 첫 번째 책의 결본이 확인되었고 모두 그 행방을 궁금해 했다. 조선시대 장서각은 조선왕실 도서를 소장하던 곳으로 소장 자료 중에는 창덕궁 낙선재에 있던 한글 소설도 포함하고 있었다. 낙선재의 여성들은 이 소설들을 한글로 쓰고 읽었으며, 궁 밖의 부녀자들에게 빌려줘 함께 공유했다. 이런 사연으로 조선말 또는 대일항쟁기 즈음 《빙빙전》 첫 번째 책이 외부로 대출됐다. 《빙빙전》은 중국소설을 한글로 풀어 쓴 조선후기 고전소설. 가문끼리 혼인을 약속한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담고 있으며 책 제목의 빙빙은 여자 주인공 이름이다.

그후 1978년 개원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한국학 연구를 위해 이 장서각 자료를 이관받았다.

1972년 《향가해독법연구》를 저술하던 서울대 김완진 교수에게 운명처럼 《빙빙전》이 찾아왔다. 그때를 김 교수는 이렇게 회고했다.

"빙빙전" 1책 기증으로 5책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우측 상단이 기증자료).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빙빙전" 1책 기증으로 5책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우측 상단이 기증자료).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뒤에 쌓여 있던 '국어국문학'지를 뒤적이다가 이명구 선생(성균관대)이 쓰신 고전 소설들의 해설을 들척이고 있었다. 《빙빙전》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작품이 5권짜리인데 첫 권을 궐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예약했다는 듯이 나타나 ‘서쾌(서책행상인)’ 김씨가 내보인 것이 바로 그 《빙빙전》이었다.”

그로부터 50년이 흘러 2022년 김완진 교수가 본디 책이 있었던 장서각에 《빙빙전》을 기증하였다. 《빙빙전》은 전체 5책으로 구성됐으며 2~5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보존·관리하고 있다. 다만 첫 번째 책인 1책이 학계에 내용만 알려지고 그간 실물을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그 책이 기증된 것이다. 이로써 《빙빙전》은 긴 여정을 마치고 5권 완질이 되어 제자리를 찾게 됐다.

이 책은 흘림 궁체로 흐트러짐 없이 미려하고 일관되게 써내려간 단아함 때문에 조선후기 왕실 한글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글 고전소설 연구 권위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임치균 교수는 “《빙빙전》의 서사구조는 우리 한글소설과 관련이 있어 일찍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기증받은 책은 내용과 더불어 조선시대 한글소설을 향유했던 왕실과 사대부 여성의 고급 문화취향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완진 서울대 명예교수(왼쪽)가 "빙빙전" 1책을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장서각관장에게 기증하고 있다.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김완진 서울대 명예교수(왼쪽)가 "빙빙전" 1책을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장서각관장에게 기증하고 있다.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 책을 기증한 김완진 교수는 국어학, 특히 음운론에 집중하며 서울대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다. 국어국문학회·국어학회·한국언어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향가해독법연구》 저술로 지난 5월 12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제3회 한국학저술상을 수상했다.

안병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이번 기증을 통해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빙빙전》 완질을 갖추게 됐다”며, “정밀 보존처리를 거쳐 완전한 자료를 학계와 일반에 공개해 관련 분야 연구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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