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를 타고 양재역 정류장에서 경기도 과천으로 넘어가면 조용한 동네 한 켠에 '추사박물관'이 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으며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추사체'와 '세한도'를 탄생시킨 추사 김정희 선생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추사와 과천은 인연이 깊다. 추사는 북청 유배에서 풀려나 별세할 때까지 4년간 말년을 이곳 과지초당(瓜地草堂)에 머물며 학문과 예술의 절정기를 보냈다. 과지초당은 그의 생부 유당 김노경이 한성판윤 시절 청계산 북쪽 옥녀봉 아래에 마련한 곳이다. 과천시는 당시 유적지를 조사해 부지를 매입하고 과지초당을 복원하며 박물관을 건립했다.
추사박물관은 2층, 1층, 지하 1층의 순서로 관람하는 것이 좋다. 2층은 추사의 삶을 시기별로 나누어 그의 생애를 살펴 볼 수 있다. 1층은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주제별로 구분하고, 교류한 인물들과의 사연들을 전시한다. 지하 1층은 추사 연구자였던 후지츠카 부자의 추사 관련 유물의 기증을 기념하는 후지츠카 기증실이 있다. 야외에는 복원된 과지초당(瓜地草堂)과 독단지를 묻어서 우물을 만들었던 독우물이 있다.
국보 제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는 제주도 유배 생활 중 그린 그림이다. 유배 생활 중인 자신을 잊지 않고, 청나라 연경에서 귀한 책들을 구해서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게 답례의 마음으로 그려주었다. 논어에 나오는 '세한'은 '추운 겨울이 지난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뜻이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의 선비정신을 담은 문인화의 정수이자,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보물이라는 의미로 ‘무가지보(無價之寶)’라 불린다.
추사박물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연휴 포함)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