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꿈도, 언어도, 이름도 허락되지 않던 일제 강점기에 우리 글로 사랑과 꿈을 노래하며 일제에 항거한 청년 시인. 2월 16일은 그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지 78주년이 되는 날이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른 날, 청명한 시어로 우리의 영혼을 깨우는 윤동주 시인을 그리며 종로구 청운동 인왕산 자락 초입에 위치한 '윤동주 문학관'을 찾았다.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1941년 11월 20일
시인 윤동주(1917-1945)는 연희전문학교 시절, 종로구 누상동에서 하숙생활을 했으며 인왕산에 자주 올라 시정詩情을 다듬었다. 이런 인연을 살려 종로구는 2012년,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있던 청운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하여 '윤동주 문학관'을 만들었다. 가압장이란 느려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다시 힘차게 흐르도록 도와주는 수도 시설이다. 윤동주의 시는 상처받고 지친 영혼이 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영혼의 가압장과도 같다.
중국 길림성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1938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며 송몽규, 강처중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일본유학을 결심하고 릿쿄대학 영문과를 거쳐 교토 도시샤대학 영문학과에 편입학했다.
1943년 여름방학에 함께 유학 중이던 송몽규가 항일독립운동 혐의로 검거되면서 나흘 후 역시 같은 혐의로 윤동주도 검거되었다. 징역 2년을 언도받고, 송몽규와 함께 후쿠오카 형무소로 이송된 그는 복역 중 가혹한 노동과 생체실험으로 독립을 몇 달 앞둔 1945년 2월 16일에 옥사했다. 유고작이 된 그의 시 31편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라는 제목으로 1948년 정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윤동주 문학관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1월 1일과 설날, 추석 당일은 정기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