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혼례가 도입된 후 한국 사회는 전통식 결혼식과 현대식 결혼식, 두 가지 스타일이 공존한다. 예식장에서 서양식 예복을 입고 두 사람이 주례자 앞에서 본식을 치르고 난 뒤에 온돌방에서 한복을 입고 폐백을 드리는 풍경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펴낸 《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 전통과 현대의 이중주》는 전통식 결혼식과 현대식 결혼식이 공존하는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민속학·인류학·사회학의 시각에서 분석했다.

이 책은 지난 100여 년 사이에 정착된 한국 결혼식의 변화 양상과 형식, 혼례를 둘러싼 논의 과정과 결과, 혼례 복식과 음식 등 결혼식을 구성하는 중요 지점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그 의미를 분석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펴낸 "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 전통과 현대의 이중주"는 전통식 결혼식과 현대식 결혼식이 공존하는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민속학·인류학·사회학의 시각에서 분석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펴낸 "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 전통과 현대의 이중주"는 전통식 결혼식과 현대식 결혼식이 공존하는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민속학·인류학·사회학의 시각에서 분석했다. [사진=김경아 기자]

 

대표 저자 주영하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이 책의 집필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0년대를 중심으로 한국의 결혼식 문화에 대한 현상학적 사실을 현지조사와 문헌연구의 방법을 사용하여 민속지(ethnography)로 재구성하고 그것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서 오늘날 한국의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는 결혼식 문화의 실상을 파악하고 그 대안을 민속학·인류학·사회학의 시선으로 도출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이 책은 △두 가지 스타일의 결혼식이 생기기까지(주영하)△전통식 혼례의 존재 방식과 현재적 의미(양미경)△한국의 혼례복식: 욕망과 형식의 복합체(조희진)△한국 혼례음식에 융합된 전통과 현대(김혜숙)△‘작은 결혼식’의 대두와 변화: 대안의 모색과 실천(정헌목)△책을 마치며(양영균)로 구성하였다.

주영하 교수는 "두 가지 스타일의 결혼식이 생기기까지"에서 조선 후기 안정복(安鼎福, 1712~1791)이 기록한 1758년의 혼례 절차를 통해 조선시대 사대부의 가족제도와 중국의 혼인 절차의 차이,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여 실천했는지를 설명한다. 이어 식민지 시기의 혼인 절차와 내용에 관한 논쟁, 1969년 <가정의례준칙>이후 계속 반포된 정부의 관련 법률과 시민의 대응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전통혼례와 현대혼례의 민속지와 혼인예복과 혼인음식의 복합적 양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검토한 후 주 교수는 "혼례식은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사회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경제적 유대망을 만드는 기제로 활동되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1980년대 이후의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통과의례의 맥도날드화’, 즉 간편성과 효율성의 지향은 정부의 혼례 규정과 법률을 무력화했다"고 본다.

양미경 저자는 "전통식 혼례의 존재 방식과 현재적 의미"에서 "1980년대에 재현된 전통식 혼례는 혼례 전 과정에서 혼례 당일에 치러지는 대례를 따로 분리하여 현대식 혼례에 접목한 것으로, 전통의 재생이라기보다는 이를 재구성한 것이라 할 것이다"고 한다.

저자는 "전통식 혼례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예식장결혼식에 거부감을 갖고 있거나 색다른 결혼식을 원하는 신랑 신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러므로 전통식 혼례에 대한 관심은 2010년대 이후 큰 방향을 일으키고 있는 ‘작은 결혼식’이라는 사회현상과 비슷한 맥락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전통식 혼례가 예식장결혼식 못지않게 상업적 속성에 의해 상당 부분 기획되고 만들어진 점을 감안할 때, 예식장결혼식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전망했다.

조희진 저자는 "한국의 혼례복식"에서 웨딩드레스와 한복, 즉 서양식 예복과 폐백복식이 혼재하는 독특한 양상에 주목한다. 그는 ‘가성비(價性比, 가격 대비 성능)’에 대한 평가에서 웨딩드레스는 매우 후하지만 한복의 가성비 평가는 매우 경직되어 있는 점을 분석한다. 이때의 가성비는 '기능성' 그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신부의 취향에 잘 맞는가, 신부의 기대와 열망을 어느 정도 충족했는가, 그리고 그런 만족도에 비해 얼마나 저렴하게 대여 또는 구입했는가를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치르는 본식은 모든 하객에게 개방되어 있고 주목의 대상이기 때문에 ‘가성비(價性比, 가격 대비 성능)’에 대한 평가에서 매우 후하다. 이에 비해 폐백에서 입는 한복의 가성비 평가는 매우 경직되어 있다. 폐백이 가족 중심의 폐쇄적 의례이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신부가 신랑 친척들에게 공식적인 인사를 드리는 자리인 폐백이 동등한 혼인 관계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웨딩드레스는 자기만족과 과시의 표현물로서 ‘욕망’이 강렬하게 투영되어 있는 반면, 한복은 시댁에 대한 예우와 체면의 상징물로서 최소한으로 갖추고자 하는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했다."

김혜숙 저자는 "한국 혼례음식에 융합된 전통과 현대"에서 "폐백 음식은 과거 신부 어머니나 이웃, 친지가 마련하던 때보다 전문업체를 이용하면서 음식의 종류가 고급화되었으며 외관도 화려해졌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바지 음식은 1980~1990년대에 성행하였으나 현재는 축소, 생략되거나 현금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이를 저자는 "신랑과 신부를 위한 큰상을 차리지 않으면서 이바지 음식의 의례적 의미가 약화되고, 혼인 피로연을 더 이상 집에서 치르지 않고 집에서 대접하는 규모도 줄어들어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피로연 음식은 다양한 연령과 지역, 계층의 하객들이 잔치 음식에 보다 만족할 수 있도록 뷔페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는데 현재의 피로연은 여럿이 모여 동시에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공식(共食)을 통해 ‘우리 의식’을 고양하거나, 음식을 함께 먹고 나눔으로써 사회적 유대를 공고히 하던 전통은 계승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정헌목 저자는 "'작은 결혼식'의 대두와 변화"에서 오늘날 획일적인 혼례문화를 거부하고 ‘작은 결혼식’ 등 탈정형화된 결혼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실제로 진행된 서구식 예식을 접해온 최근의 젊은 세대는 한국의 전통예식장에서 연출되는 요소들이 이도 저도 아닌 괴상한 혼종으로 본다. 이런 혼종을 굳이 따라야 할 문화적 전통이 아닌 것이다. 이를 ‘키치’라는 관점에서 설명한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 뒤이어 90년대 소위 ‘세계화’ 초창기를 거치면서 단순히 서양 스타일에 대한 모방 욕구를 바탕으로 현대 한국의 예식이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키치를 넘어 자신의 뜻을 반영한 결혼식을 치르고자 하는 욕망이 등장한 것이다."

혼인에 대한 사회적 규범과 기대는 점점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혼과 재혼, 심지어 비혼까지 흔한 현상이 되었고, 혼례에 대한 의미 부여 역시 많이 변했다. 성(聖)과 결부되고 풍부한 상징과 종교적 성격을 지니던 혼례는 세속화되고 상품화되었다. 이제 혼례는 성스러운 하나의 의례라기보다 이벤트처럼 여겨진다. 특히 2020년 봄부터 시작된 코로나팬데믹은 두 가지 스타일이 융합된 한국의 결혼식 모습에 많은 변화가 생기도록 만들었다.

대표 저자인 주영하 교수는 "전염병으로 인해 생긴 축소된 결혼식은 코로나팬데믹 이후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이 책을 통해서 지난 100여 년 사이에 정착된 한국식 결혼식에 관한 성찰이 이루어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