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눔재단은 올 6월 ‘중도 입국 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으로 이뤄가는 건강한 다문화 사회’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 국내 사회 혁신가들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사회에 관심을 촉구했다.

행복나눔재단이 제작한 다큐 영화 ' ‘비자 :없는 아이들’이 11월 25일 CSR 필름페스티벌( 글로벌 나눔 부문)에서 한국국제협력단이사장 상을 수상했다. [사진=행복나눔재단 제공]
행복나눔재단이 제작한 다큐 영화 ' ‘비자 :없는 아이들’이 11월 25일 CSR 필름페스티벌( 글로벌 나눔 부문)에서 한국국제협력단이사장 상을 수상했다. [사진=행복나눔재단 제공]

 단어조차 생소한 ‘중도 입국 청소년’은 외국인 근로자,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 가운데 외국에서 성장하다 청소년기에 다시 입국한 청소년을 말한다. 교육부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이주 배경 청소년이 약 14만7000명으로, 이 가운데 중도 입국 청소년의 비율은 23%(3만3000명)에 달한다.

최근 8년간 국내에 거주하는 중도 입국 청소년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도 약 1만명이었던 중도 입국 청소년은 2020년 3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8년 사이 237%가 늘어난 것이다.

중도 입국 청소년 수가 확대되면서 이들의 정착·성장 문제도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공적 지원은 미비하여 이른바 ‘공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행복나눔재단 소음팀은 이주 배경 아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웹사이트 개설, 중도 입국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모아둔 소셜 미디어 채널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행복나눔재단]
행복나눔재단 소음팀은 이주 배경 아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웹사이트 개설, 중도 입국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모아둔 소셜 미디어 채널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행복나눔재단]

 

중도 입국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또 다른 사회적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국적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법적·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머무는 게 중도 입국 청소년의 현주소다.

올 6월 중도 입국 청소년 관련 콘퍼런스 이후 행복나눔재단 구성원 가운데 몇몇이 자발적으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이슈화하는 ‘소음(小音, so.eum)’이라는 사이드 프로젝트팀(업무 외 시간에 하는 프로젝트)을 만들었다.

소음팀은 이주 배경 아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웹사이트 개설, 중도 입국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모아둔 소셜 미디어 채널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음’ 공식 누리집은 이주배경청소년 지원 기관과 프로그램, 서비스 등에 관한 정보를 주제별/지역별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를 아동/청소년 그리고 학부모/종사자를 위해서 정보를 모았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이 교육과 학습의 기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하나의 개인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다.

또한 소음팀은 중도입국 청소년과 관련 관계자를 인터뷰해 SNS에 공유하였다.

오세련 글로벌 국제학교 교장은 ‘소음’과의 인터뷰에서 “중도입국청소년은 노동비자를 받고 들어온 이주 여성들이 한국인과 만나 재혼하면서 가정을 이루었을 때 본국에 두고 온 자기 자녀들을 들여오게 될 때, 그 학령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들과 또 가족 전체가 이주하면서 들어온 청소년들을 의미한다”며 “제가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2010년도니까, 지금 만 10년이 됐다. 중도입국청소년의 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작년부터 코로나 사태 때문에 하늘길이 막혀서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체류자격의 어려움에 대해 “비자 연장이, 체류하는 데 조건이 바뀌었을 때 그걸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굉장히 당황해한다.”며 “매번 비자 연장하는 사람들이 법무부에 가서 복잡한 한국어로 해석하면서 이번 자료에는 뭐가 있겠다, 알아가는 것도 힘들고 서류를 가지고 갔을 때 한 번에 통과하는 비율은 희박하다”며 “그래서 저는 중도입국청소년 학생이나 학부형이 체류자격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언제든지 출입국사무소에 동행해서 일단 접수를 받아주는 걸 도와준다.”라면서 중도입국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의논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기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복나눔재단이 제작한 다큐 '비자 : 없는 아이들' 화면갈무리. [이미지=행복나눔재단]
행복나눔재단이 제작한 다큐 '비자 : 없는 아이들' 화면갈무리. [이미지=행복나눔재단]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소음팀은 다큐멘타리 영화 ‘비자 : 없는 아이들’을 제작했다. 여기서 '비자'는 "입국사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非者(비자)'이다. 다큐 ‘비자 :없는 아이들’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중도 입국 청소년의 문제점을 다룬다.

중도 입국 청소년 문제는 △한국어 습득 및 한국 문화 적응의 어려움 △공교육 진입 및 학습의 어려움 △부모와 장기 분리에 따른 가족 관계 △청소년기 심리·정서 안정 부족 △체류 자격 불안정 △지원 제도 미비 △정보 부족에 따른 미래 설계·준비의 어려움 등 크게 7가지다.

이 영화에서 해밀학교 김인순(가수 인순이) 이사장이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다문화 사회로 이미 진입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중도 입국 청소년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영화 ‘비자 : 없는 아이들’은 행복나눔재단에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이 영화가 11월 25일 이투데이가 개최한 '2021 함께하는 기업어워드&CSR 필름페스티벌'에서 한국국제협력단이사장상(글로벌 나눔 부문)을 수상했다.

수원시글로벌청소년드림센터 허승연 센터장은 “한국 사회에 머무는 이주민들의 안정적 적응을 위해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알고 공감하는 게 필수”라며 “세상이 중도 입국 청소년 문제에 조금씩 관심 갖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소음팀의 활동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소음팀은 12월 18일 이주민의 날을 맞아 중도 입국 청소년 멘토링 및 네트워킹 형성을 위한 행사 ‘HAPPY NOISE’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