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박물관(서울 동대문구)에서 열리고 있는 '도성의 서쪽 문, 헐값에 팔리다' 기획 전시가 내년(2022년) 3월 6일까지 개최된다. 

오늘날 서대문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돈의문(敦義門)은 서울 성곽 4대문 가운데 서쪽의 큰 문이었으나 일제강점기였던 1915년, 도시 계획에 따른 도로 확장을 핑계로 철거되어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도성의 서쪽 문, 헐값에 팔리다' 기획전시에서는 사라진 성문, 돈의문을 통해 근대 한양도성 해체기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사진=김경아 기자]
'도성의 서쪽 문, 헐값에 팔리다' 기획전시에서는 사라진 성문, 돈의문을 통해 근대 한양도성 해체기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사진=김경아 기자]

돈의문은 한양의 서쪽을 지키던 중요한 문이었다.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고, 능행(陵行)이나 사냥을 위한 왕의 행차가 드나들었으며, 근대기 전차의 등장에도 도성의 성문으로 자리를 지켰다. 

철거 전 돈의문의 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철거 전 돈의문의 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 이수광이 편찬한 '지봉유설 19권, 궁실부'에서는 도성의 여덞 문 중 돈의문의 별칭을 신문(新門)이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조선 후기 실학자 이수광이 편찬한 '지봉유설 19권, 궁실부'에서는 도성의 여덞 문 중 돈의문의 별칭을 신문(新門)이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조선성시도' 도성 안 모습과 함께 도성 밖으로 남쪽 한강까지를 포괄하여 그린 지도로서, 중국 사신을 영접하기 위한 모화관은 돈의문 밖에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도성 안 모습과 함께 도성 밖으로 남쪽 한강까지를 포괄하여 그린 지도 '조선성시도'를 보면, 중국 사신을 영접하기 위한 모화관은 돈의문 밖에 자리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영국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프랭크 앨리어스의 '극동: 중국, 조선 그리고 일본'이라는 저서에 돈의문의 모습을 보여주는 채색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영국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프랭크 앨리어스의 '극동: 중국, 조선 그리고 일본'이라는 저서에 돈의문의 모습을 보여주는 채색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1913년부터 경희궁 앞에서 돈의문을 지나 서대문 우편국까지 도로 확장 공사가 시작되었고, 돈의문은 공사가 진행 중이던 1915년에 철거되었다. 총독부는 돈의문 육축의 석재를 도로 공사에 사용하기로 했으며, 목재와 기와는 경매에 부쳤다. 

'경성부토목사업개요' 1910년부터 1935년까지 경성부에서 실시된 각종 도로 및 하수도 공사 등의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 [사진=김경아 기자]
'경성부토목사업개요' 1910년부터 1935년까지 경성부에서 실시된 각종 도로 및 하수도 공사 등의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 [사진=김경아 기자]

돈의문의 철거는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 식민도시 경성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던 중요한 사건이다. 성문이 본래 역할을 잃고 사라졌다는 것은 수 세기 동안 유지되었던 한양의 체제가 해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15년에 경매에 팔려 사라진 돈의문의 흔적은 현재 고궁박물관에 소장된 돈의문 현판이 유일하다 [사진=김경아 기자]
1915년에 경매에 팔려 사라진 돈의문의 흔적은 현재 고궁박물관에 소장된 돈의문 현판이 유일하다 [사진=김경아 기자]

관람은 화~일요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