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한국 서단의 흐름과 서예 발전 과정을 한 자리서 본다
근현대 한국 서단의 흐름과 서예 발전 과정을 한 자리서 본다
  • 정유철 기자
  • npns@naver.com
  • 승인 2020.05.18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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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5월6일~7월 26일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코로나19 관련 생활방역으로 전환됨에 따라 잠정 휴관을 종료하고 5월 6일(수)부터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 4관을 온라인 예약제로 부분 재개관했다.

이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5월 6일부터 7월 26일까지 열리는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관람할 수 있게 됐다. 관람에 앞서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원하는 시간대 예약을 해야 한다. 안전 관람을 위해 단체 관람은 받지 않고 시간당 입장 인원수를 제한해 ‘거리두기 관람’을 진행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온라인 예약을 통한 ‘거리두기 관람’ 기간 중 무료 관람을 실시한다.

덕수궁관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은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래 최초의 서예 단독 기획전이자 올해 첫 신규 전시이다. 서예, 전각, 회화, 조각, 도자, 미디어 아트, 인쇄매체 등 총 300여점의 작품, 70여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장우성, 단군일백오십대손, 2001, 종이에 먹, 67x46cm,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장우성, 단군일백오십대손, 2001, 종이에 먹, 67x46cm,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은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서예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한 전시이다. 전통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서書가 근대 이후 선전(鮮展)과 국전을 거치며 현대성을 띤 서예로 다양하게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광복 후 왕성하게 활동했던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비롯하여 2000년대 전후 나타난 현대서예와 디자인서예 등 여러 형태로 분화하는 서예의 양상을 두루 살핀다. 특히, 서예와 다른 미술 장르와의 관계를 풀어내며 미술관에서 ‘서書’가 전시되는 의미를 전달한다.

전시는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라는 4개의 주제로 구성하였다.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1부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에서는 서예가 회화나 조각 등 다른 장르의 미술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미술관에서 ‘서書’를 조명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서예가 또 다른 형태의 미술임을 말하고자 한다. 1부에서는 3개의 소주제로 나눠 현대미술과 서예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첫 번째 <시詩·서書·화畵>에서는 전통의 시화일률詩畫一律 개념을 계승했던 근현대 화가들이 신문인화新文人畵를 창출하고, 시화전의 유행을 이끌어 갔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는 시서화詩書畵 일치一致 사상은 서양과 일본의 미술이 유입되어 다채롭게 전개돼 왔던 근대에도 우리에게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보편적 예술관이었다. 여기서 서書는 시를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에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글씨이자, 그림이었다.

두 번째 <문자추상>에서는 서예의 결구結構와 장법章法을 기반으로 구축된 문자 요소가 각각의 화면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서예적 추상은 조형성에서 크게 서체추상과 문자추상으로 구분된다. 서체추상이 빠른 붓놀림에 의해 화면 전반을 가득 메운 선들의 향연饗宴이라면, 문자추상은 힘 있는 붓놀림으로 구축된 견고한 선이 화면의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1960년대 이후 서체를 추상회화의 요소로 활용하는 서양의 제작 방식을 수용한 이응노와 남관 등은 서예의 결구結構, 장법章法을 기반으로 한 문자추상을 완성했다. 특히 이응노는 먹으로 그릴 때뿐만 아니라 콜라주로 문자추상을 제작할 때에도 마치 서예를 쓰듯이 리듬감을 살려 만들었다. 문자추상은 각기 의미가 있는 필선들이 모여 완성된 글씨, 그리고 이를 솔직한 심회心懷의 표현으로 봤던 전통 서예의 현대적 예술표현으로 볼 수 있다.

소전 손재형,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 탁본, 1956, 370×115×(2)cm, 370×57×(2)cm, 동성갤러리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소전 손재형,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 탁본, 1956, 370×115×(2)cm, 370×57×(2)cm, 동성갤러리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마지막으로 <서체추상>에서는 서예의 모필毛筆이 갖고 있는 선질線質과 지속완급, 리듬, 기氣 등 재료의 특질이 실제 작품에서 어떻게 발현,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서체추상(Calligraphic Abstraction)은 서예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추상미술을 일컫는다. 이응노의 작품을 필두로 1950년대 중반 이후의 한국 동양화단은 서체추상을 시서화詩書畵 전통과 결부시키며 서예적인 필선으로 이해하고 소화해 냈다.

이 전시실에서는 1950년대 중반 이후 이응노를 필두로 한 미술가들이 서양의 서체추상을 전통 서화書畵의 개념으로 수용하여 다양한 양식의 회화, 조각으로 제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글씨가 그 사람이다 :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2부 “글씨가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에서는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통서예에서 변화된 근대 이후의 서예에 나타난 근대성과 전환점, 서예 문화의 변화 양상 등을 살펴본다. 12인의 작가는 근현대 한국 서예를 대표하는 인물들로서 대부분 오체五體(전篆·예隷·해楷·행行·초草)에 능했다. 이들은 대일항쟁기와 광복 등 사회·문화예술의 격동기를 거치며 ‘서예의 현대화’에 앞장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립한 인물들이다. 각자 자신이 살아온 행보와 성정을 반영하여 자신만의 특장을 서예로 발휘해 온 이들의 작품을 통해서 글씨가 그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갈물 이철경, 한용운의 님의 침묵, 1983, 종이에 먹, 119×49cm, 갈물한글서회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갈물 이철경, 한용운의 님의 침묵, 1983, 종이에 먹, 119×49cm, 갈물한글서회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

3부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에서는 2부의 국전 1세대들에게서 서예 교육을 받았던 2세대들의 작품을 통해 그 다음 세대에서 일어난 현대서예의 새로운 창신과 실험을 살펴본다. 서예의 다양화와 개성화가 시작된 현대 서단에서 서예의 확장성과 예술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다시, 서예”에 주목한다.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세 가지 기준, ‘전통의 계승과 재해석’, ‘서예의 창신과 파격’, ‘한글서예의 예술화’에 따라 선정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서예가 문장과 서예의 일체를 기본으로 하는 반면, 현대서예는 문장의 내용이나 문자의 가독성보다는 서예적 이미지에 집중함으로써 ‘읽는 서예’가 아닌 ‘보는 서예’로서의 기능을 더 중시한다. 이는 오늘날의 현대미술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타 장르와 소통하고 융합하는 순수예술로서의 서예를 보여준다.

학정 이돈흥, 귀천歸天, 2018, 종이에 먹, 33.5×65cm, 학정서예연구원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학정 이돈흥, 귀천歸天, 2018, 종이에 먹, 33.5×65cm, 학정서예연구원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

4부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는 디자인을 입은 서예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며 일상에서의 서예 문화, 현대 사회속의 문자에 주목한다. “손 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감성적인 시각예술”로 최근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각인되며 일면 서예 영역의 확장이라 일컫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와 가독성을 높이거나 보기 좋게 디자인한 문자를 일컫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실용성과 예술성을 내포하며 상용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별된 작품들은 서예의 다양한 역할과 범주, 그리고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종건, 봄날, 2020, 인쇄용지에 붓펜, 50x200cm, 노래 방탄소년단 작사작곡 방시혁, Pdogg, RM, 슈가, ADORA, ArlissaRuppert, Peter Ibsen.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김종건, 봄날, 2020, 인쇄용지에 붓펜, 50x200cm, 노래 방탄소년단 작사작곡 방시혁, Pdogg, RM, 슈가, ADORA, ArlissaRuppert, Peter Ibsen.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강병인, 이상현, 김종건, 이일구, 안상수 작가의 캘리그래피를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이래 최초의 서예 단독 기획전이자 올해 첫 신규 전시인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 Korea)을 통해 3월 30일(월) 오후 4시 먼저 공개했다. 신규 개막 전시를 온라인으로 선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튜브 학예사 전시투어는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의 실감나는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 영상은 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미술과에서도 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서예 교과서를 만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 전시이다. 중국의 서법書法, 일본의 서도書道와 달리 예술성을 높게 평가한 한국의 서예書藝가 본격적으로 재조명되어 문자예술의 풍요롭고 화려한 새로운 시대의 전개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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