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엄미술관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사회경제적 충격과 변화 속에 인류가 초래한 환경 파괴와 신종 전염병의 출현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느끼며 환경 전시인 ‘대지의 연금술’을 개관 5주년 기념전을 열고 있다.

Reanimated (부활) 2019. 엄미술관은  환경 전시인 ‘대지의 연금술’을 개관 5주년 기념전을 8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사진=엄미술관]
Reanimated (부활) 2019. 엄미술관은 환경 전시인 ‘대지의 연금술’을 개관 5주년 기념전을 8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사진=엄미술관]

 

지난 5월 6일 개막한 이 전시는 오는 8월 30일까지 개최한다. ‘대지의 연금술’ 전시는 2020년 경기도와 화성시가 지원하는 지역문화 예술 플랫폼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기념전 ‘대지의 연금술’은 ‘인류세’라는 거대한 전환 앞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상호 융성할 수 있을까?라는 거시적 물음 속에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양자의 관계를 밝고 이로운 정신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자연생태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본질적으로 인간과 자연은 하나의 원천에서 나온 것이며, 서로에게서 배우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성찰에서 비롯된다.

‘대지의 연금술’은 인류세라는 전례 없는 변화에 직면한 지구에서 인간과 자연 생명의 영속이 공생공존 하는 관계를 낭만적 시각과 윤리적 정서를 통해 바라보는 평화로운 환경 캠페인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대지의 연금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연생태를 바람직하게 보호하면서 활용하려는 동시대 산업과 과학 기술 연구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발견해 보고, 귀중한 자연 생명의 소멸에 대한 염려와 향수를 자아내는 인간성 회복을 통해 우리의 감성과 소통하는 상상의 영역을 경험해 보고자 한다.

참여 작가 제이콥 쿠즈크 스틴슨(Jakob Kudsk Steensen, 덴마크, 1987년생)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아트 디렉터이다. 작가는 상상력과 기술, 생태학이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 뒤얽히는가에 관심을 가지며, 몰입형 설치를 고안해 관람자들을 새로운 생태학 현실로 초대한다. 작품 제작을 위해 비정부 기구, 과학자, 필드 생물학자들(field biologists), 예술가들과 협업한다.

또한 그는 여행을 통해 탐험하며 유기체의 물질과 소리를 수집하는데, 이 자료들은 디지털화하여 사진측량법, 인공위성 데이터, 가상현실 기술이 사용된 새로운 디지털 세계로 전환된다. 생태 과학 소설과 필드 생물학자들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의 프로젝트들은 급진적인 생태학적 시나리오가 보여주는 가상 및 감각의 시뮬레이션으로 축적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말한다.

“날로 가속되는 멸종의 유령들이 우리의 현재에 살고 있다. 나는 VR(가상현실)를 우리가 상실한 것에 접근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VR를 통해, 사라지는 세계에 대한 가상의 복제본을 만들 수 있다. 나의 작품은, 부분적으로, 사라진 사람들을 위한 기록 보관소라고 볼 수 있다. 상실한 것을 되돌려 올 수는 없지만, 기억을 사용하여 새로운 삶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창출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사는 시대는 유기체의 세계와 인공물의 세계 융합으로 정의된다. 실제(reality)는 진실, 허구, 환상이 모이는 다차원의 공간이 되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전체로 융합된다. 이러한 추상적인 생각들을 유동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다. 특히, 작품의 형식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시작품 〈Re-Animated(부활)〉(2019)와 〈Re-Wildling(야생회귀)〉(2018)는 정교하게 재구축된 가상의 자연 생태계를 그리는 영상이다. 하와이의 야생 숲에 서식하다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와 오염 그리고 서식지의 파괴로 인해 멸종한 다양한 희귀새들에 관한 기억과 그리움을 소환하여 작가가 창조한 가상현실 속 자연 생태계에 그 사라진 생명체들을 다시 소생시킨다. 인간 의 탐욕이 부른 자연 파괴와 기후변화라는 큰 오류를 범한 우리에게 자연물의 생명 가치의 소중함에 대한 반성의 의식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Re-Animated(부활)〉는 1987년에 죽은 마지막 카우아이 오오 새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종의 멸종을 나타낸다. 1975년에 처음 녹음하여 뉴욕의 조류학 연구실에서 이후 디지털 파일로 전환한 짝짓기 소리를 2009년 유튜브에 올렸다. 그 후로 짝짓기할 상대가 없이 울리는 카우아이 오오의 덧없는 노래는 오십만 뷰 이상 재생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 짝짓기 소리에 대한 응답이다. 작품은 새와 그의 노래를 웅장하게 되살린다. 본 작품에서, 카우아이 오오는 하와이섬 카우아이에 존재하는 원래의 서식지와는 달리 디지털화되어 재구축된 곳에서 산다.

Reanimated (부활) 2019. [사진=엄미술관]
Reanimated (부활) 2019. [사진=엄미술관]

 

〈Re-Animated(부활)〉는 사진과 같이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한 알라카이 고원(Alakai Plateau)에서부터 시작한다. 고원 정글 숲의 안개 낀, 습한 공기 속에서 조류학자 더글러스 H. 프랫(Douglas H. Pratt)이 멸종 전 카우아이 오오를 회상하는 소리가 들린다. 새의 짝짓기 소리가 당신의 눈앞에 유동적이고 부유하는 덩어리로 구체화하는데, 그것은 마지막 노래의 유령 같은 메아리와 함께 움직인다. 거기서부터, 당신은 2009년 짝짓기 영상의 유튜브 답글에서 인용한 텍스트가 새겨진 동굴로 이동된다. 새의 피부와 형광등으로 만든 부유하는 유기체가 그 동굴을 밝히는데, 곧 당신을 밖으로 이끌어 생명으로 충만한 늪으로 안내한다. 그 늪에서 당신은 다시 되살린 카우아이 오오를 목격하며, 새의 기념비적인 몸이 천천히 나타난다. 그 생물은 공기 중으로 올라가고, 당신은 그것을 따라 새로운 현실로 진입한다. 갑자기 세계의 규모가 변화한다. 당신이 출발한 고원 위 높은 곳에서 새의 몸이 떨어져 나가 조각되고 그것들은 당신 주위를 둘러싸며 모인다. 화면이 사라지며 검게 되고 당신은 다시 프랫 박사의 음성을 듣는다. 최후의 새가 부르는 노래와 함께.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역설적인 과학 기술의 궤적을 숙고한다. 디지털 정원사로서, 작가는 무수한 동식물을 수집하고 심어 섬을 채웠다. 가상의 풍경은 물, 빛, 식물, 새, 물고기, 곤충으로 찬 황홀한 생태계이며 동시에 괴물처럼 큰 크기로 부활한 새를 위한 생명공학 실험실이다. 이 섬은 또한 기후 과학자들이 지구상의 생명체를 위해 미래 기후 변화 시나리오의 예측용으로 활용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반영한다.

스파이더필리아(Spiderphilia 거미 사랑) 2020. [사진=엄미술관]
스파이더필리아(Spiderphilia 거미 사랑) 2020. [사진=엄미술관]

 

〈Re-Wildling(야생회귀)〉(2018), 4K video, 11min 56 sec. 〈Re-Wildling(야생회귀)〉은 멸종, 보존 및 새로운 생태 현실의 출현에 대한 비디오이다. 본 프로젝트는 하와이 빅 아일랜드 (Big Island)의 멸종 까마귀 복원에서 영감을 받았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브리트 래이(Britt Wray)가 자신의 저서 『네크로포나의 부상(Rise of the Necrofauna)』(그레이스톤 북스, 2017)에서 서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Re-Wildling(야생회귀)〉은 변모의 과정으로서 멸종을 되돌리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Re-Wildling(야생회귀)〉은 작가 제이콥 쿠즈크 스틴슨이 일 년간 진행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작업을 위해, 그는 현재 멸종된 생물 종에 대한 조류학자들의 마지막 기억을 인터뷰하고, 생태학적 이슈들에 신선한 관점을 제공하는 과학작가들뿐만 아니라 과학사 기록보관소와 협력했다. 전체 프로젝트는 3D 스캔한 유기물과 멸종 조류의 실제 오디오 녹음으로 구성되었으며, 작가는 이로부터 새로운 종과 세계를 창출했다.

쿠스크 스틴슨의 전시와 더불어 ‘대지의 연금술’전의 한 부분인 화성시 봉담 지역 커뮤니티 프로젝트 ‘생태공방’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 공생공존할 수 있는 이로운 동물 중 하나인 거미를 '생태계의 수호자'라 재정의하고, 인간이 치는 '친환경 거미줄' 작업을 전시 기간 동안 진행한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린 협업 작업이다. 이 협업의 전 과정은 자연의 미덕에 훼손을 가한 인간의 반윤리적 행위를 반추해 보며, 인간과 자연의 상생 관계에 대한 진정한 환경 윤리적 마음을 품은 공동체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거미의 수호정신이 담긴 작은 세계를 통해 앞으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생존해야 할 거대한 세계의 바람직한 모습을 빗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커뮤니티 작업의 제목은 <스파이더필리아(Spiderphilia, 거미사랑)>이다. 미국의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1929-현재) 박사의 자연 친화 사상을 담은 〈바이오필리아(생물사랑)〉에서 영감을 받은 제목이다.

엄미술관은 2015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터를 잡고 화성시의 제1호 미술관으로서 풍요로운 전원의 환경적 혜택 속에서 시각 예술의 현 흐름을 소개한다.
 

전시개요

-전시 제목 : 엄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 ‘대지의 연금술’
-전시 기간 : 2020년 5월 6일-8월 30일
-관람 시간 : 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 장소 :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오궁길 37 엄미술관 전관
- 관람/홍보 문의: 031-222-9188
- 〈생태 공방〉 커뮤니티 프로젝트 참여 기간: 전시 기간 내내 상시 참여 가능, 단체 참여시 예약제로 진행, 재료 일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