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 출신의 정신과 전문의 마크 엡스타인(Mark Epstein)은 심리 치료에 불교의 팔정도(八正道)를 활용한다.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한문화)는 저자 마크 엡스타인이 팔정도를 서양 심리 치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적용한 내용을 담았다. 프로이트 심리학으로 대표되는 서양 정신의학을 공부한 정신과 의사이자 동아시아의 정신 수행법인 불교 명상을 오랫동안 지속해 온 저자는 불교와 심리 치료의 공통점을 연계하여 심리 치료에 팔정도의 가르침을 적용한다.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한문화)는 저자 마크 엡스타인이 팔정도를 서양 심리 치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적용한 내용을 담았다. [사진=한문화]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한문화)는 저자 마크 엡스타인이 팔정도를 서양 심리 치료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적용한 내용을 담았다. [사진=한문화]

마크 엡스타인은 의대에 다니던 20대 초부터 불교에 심취하여 심리학과 명상에 관한 공부를 병행해 왔다. 뉴욕에서 정신과의사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불교와 심리 치료에 관한 연구와 임상을 토대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팔정도는 원시불교의 경전인 《아함경(阿含經)》의 법으로, 석가의 근본 교설에 해당하는 불교에서는 중요한 교리이다. 8가지 덕목은 ① 정견(正見) ② 정사(正思:正思惟) ③ 정어(正語) ④ 정업(正業) ⑤ 정명(正命) ⑥ 정근(正勤:正精進) ⑦ 정념(正念) ⑧ 정정(正定)을 말한다.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에서는 ‘팔정도’를 불교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진료실을 찾는 이들이 ‘자기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다스리기 위해 가져야 하는 주요한 태도들’에 팔정도에서 빌려온 여덟 개의 이름을 붙였다. 자신과 사물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힘인 ‘올바른 견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내면을 관찰함으로써 드러나는 ‘올바른 의도’, 주어진 순간에 최선의 행동을 찾는 ‘올바른 행동’, 자신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올바른 말’, 삶의 불확실성을 즐기는 방식으로서의 ‘올바른 집중’ 등으로 풀어내 불교 수행자의 덕목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자기 치유의 태도로 제시한다. 자아라는 다루기 힘든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팔정도를 활용한다.

마크 엡스타인이 팔정도를 심리 치료에 적용하는 이유는 붓다와 프로이트는 서로 완전히 달랐지만, 결국 사실상 같은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아를 무제한으로 풀어놓으면 고통을 받게 되지만 자아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면 자유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명상은 현실 회피, 스트레스 해소, 자신감 강화 등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자아 향상의 도구로 사용되어 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상의 도구화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프로이트와 붓다는 ‘싫은 것을 밀쳐 내지도, 좋은 것을 움켜쥐지도 않은 채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전부 수용하는 명상적 태도’와, ‘휩쓸리지도 거부하지도 않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태도’인 자기 관찰의 지점에서 만난다.

자아의 호불호와 제멋대로인 해석에 자신을 내맡기는 습관을 제한하고 자아의 영향력을 누그러뜨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한 명상의 힘이다. 결국 명상을 통해 문제를 회피하거나 통제하려 들지 않고 자기 내면의 힘을 믿고 삶이 주는 불확실성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자세를 갖추게 된다.

마크 엡스타인이 팔정도를 심리 치료에 적용하는 이유는 붓다와 프로이트는 서로 완전히 달랐지만, 결국을 사실상 같은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아를 무제한으로 풀어놓으면 고통을 받게 되지만 자아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면 자유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사진=한문화]
마크 엡스타인이 팔정도를 심리 치료에 적용하는 이유는 붓다와 프로이트는 서로 완전히 달랐지만, 결국을 사실상 같은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아를 무제한으로 풀어놓으면 고통을 받게 되지만 자아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면 자유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사진=한문화]

 

붓다와 프로이트가 공통으로 중시하는 ‘현실 직시’, 즉 두려움 없이 자신의 내면세계와 대면함으로써 무의식 깊숙이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고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데에까지 나아가게 해 준다.

이 책은 각 장에서 팔정도를 구성하는 여덟 가지 측면을 다룬다. 이들 가르침은 불교만큼 오래된 것이지만, 서양 심리치료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낼 때 내용이 좀 더 풍부해진다. 영적 심리적 성장을 위한 지침에 해당하는 이들 가르침은 자아라는 다루기 힘든 문제에 대처하는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마크 엡스타인은 책 곳곳에서 ‘알아차림’을 이야기한다. 알아차림은 매 순간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과 함께 머무는 능력이다. 이 ‘알아차림’을 통해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팔정도에 따라 대처하면 도움이 된다. 마크 엡스타인은 심리 치료나 명상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래서 심리 치료는 둘이서 하는 명상이고 명상은 혼자서 하는 심리 치료이다. “누구든 여기 제시된 조언들을 받아들여 자기만의 방식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마크 엡스타인은 훈련을 통해 내면에 잠재된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요점은 우리의 자아에게 가능한 모든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극복하는 것에서 커다란 혜택을 얻어 낼 수 있다.” 명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즉효약도 아니다. 그것은 일생 동안 지속되는 훈련이다. 결국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치유 도구를 독자들의 손에 쥐여 주고, 자신의 잠재력으로 자기 스스로를 치유하는 의사가 되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마크 엡스타인은 자신이 만난 환자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치유해 나가는지를 팔정도의 여덟 가지 태도와 연결하여 설명한다. 동시에 그 사례를 통해 저자 역시 의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기 내면의 모습을 비춰보고, 다른 심리치료사를 통해 자신의 무의식 속에 깊이 묻혀 있는 트라우마를 끄집어내 들여다보는 과정까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치료사 역시 완벽한 인간은 아니며 내담자들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음을 인식하고 깊은 명상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 치유해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특히 치료자에게는 ‘깊이 개입하지도 멀리서 방관하지도 않는’ 균등한 관심의 분배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고 환자 스스로 답을 찾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돕도록 하는 치유자의 ‘올바른 노력’을 강조한다. 적용하는 현장이 다를 뿐 자신을 치유하고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길을 찾고자 하는 마음은 내담자나 치료자나 똑같다. 당신이 누구든 온전한 삶을 살아내고자 한다면, 《진료실에서 만난 붓다》가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