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우리나라 청자 제작의 시원이라 불리는 보물 제237호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를 국보로 지정했다. 또한,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에 제작된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과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금속활자로 찍은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을 보물로 지정했다.

국보 제326호로 지정된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는 고려 태조를 비롯한 선대 임금들의 제사를 위해 건립한 태묘(太廟)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된 왕실 제기(祭器)다. 문양이 없는 긴 형태로서 입구가 넓고 곧게 서 있으며, 몸체는 어깨 부분이 약간 넓은 유선형(流線形)이다. 표면에 미세한 거품이 있으나, 비교적 치밀한 유백색의 점토를 사용하여 바탕흙의 품질이 좋다.
 

국보 제326호로 지정된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사진=문화재청]
국보 제326호로 지정된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사진=문화재청]

표면에는 은은한 광택과 함께 미세한 빙렬(氷裂)이 있고, 군데군데 긁힌 사용 흔적이 보인다. 항아리 굽 안쪽에는 ‘순화 4년 계사년 태묘 제1실 향기로서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淳化四年 癸巳 太廟第一室 享器 匠崔吉會 造)’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으며, 이를 통해 993년 태묘 제1실의 향기(享器, 제기)로 쓰기 위해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는 현존하는 초기청자 중 드물게 큰 대형 항아리로 바탕흙의 품질이 우수하고 형태가 비슷한 사례가 없는 유일한 작품으로서 주목된다. 항아리에 새긴 명문으로 제작연도와 용도, 사용처, 제작자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초기청자를 대표하는 유일한 편년자료로서의 가치와 위상이 매우 높으며, 우리나라 청자 발달사를 밝히는 데 필수 유물이라는 점에서 역사‧학술‧예술 가치가 매우 크다.

보물 제2022호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은 2008년 인각사의 1호 건물지 동쪽 유구에서 발견된 유물로서 금속 공예품과 도자류로 구성된 총 18점의 일괄 출토품이다. 이중 금속공예품은 총 11점으로 금동사자형 병향로, 향합, 정병, 청동북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사찰에서 사용하는 청동제 의례용품들로서 조형성이 뛰어나고 섬세한 기법이 돋보인다.
 

보물 제2022호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22호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한편, 7점의 도자류는 모두 당나라 월주에서 생산된 중국 도자로 추정된다. 발굴 당시 포개진 채 한꺼번에 발견되었고, 함께 출토된 금속유물의 제작 시기 등을 추정하는데 참고가 된다. 청자는 8세기 말에서 10세기 전반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 출토 중국 도자의 편년기준을 제공할 뿐 아니라 국내산 청자기법을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보물 제2023호로 지정된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은 중국 원나라 때 유인초(劉仁初)가 원에서 시행한 향시(鄕試)와 회시(會試) 그리고 전시(殿試)의 ‘삼장(三場)’에서 합격한 답안들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1341년에 편집한 책이다. 총 72권으로 편찬된 이 책에 대해서는 그동안 고려의 전래 기록과 실례가 증명되지 않았으나,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이 알려짐에 따라 고려 시대에 유입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보물 제2023호로 지정된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 [사진=문화재청]
보물 제2023호로 지정된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 [사진=문화재청]

이번에 지정된 대상은 총 72권 중 고려본(2권 2책)과 조선본(2권 2책) 권5~6에 해당한다. 모두 금속활자로 인출하였으며, 일부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으나 간행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정확한 간행연대를 알 수 있는 현존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 이후 고려 말에서 조선 초 금속활자의 전승 현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교자료로서 매우 중요한 사례이다. 아울러, 원나라에서 시행한 과시(科試) 답안자료의 국내 유입을 보여주는 유일한 자료라는 점에서 보물로서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이번에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