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수원 화령전 운한각(雲漢閣)‧복도각(複道閣)‧이안청(移安廳)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14호인 ‘칠장사 대웅전(七長寺 大雄殿)’을 ‘안성 칠장사 대웅전’으로 명칭을 바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사적 제115호로 지정된 수원 화령전은 화성 축조를 주도했던 조선의 22대 임금 정조가 승하한 뒤 어진을 모실 영전으로 1801년에 건립되었다. 전주의 경기전과 함께 궁궐 밖에 영전이 남아있는 드문 사례로 정조 이후의 모든 왕들이 직접 방문해 제향을 하였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 매우 높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된 수원 화령전 전경. [사진=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된 수원 화령전 전경. [사진=문화재청]

수원 화령전 운한각‧복도각‧이안청 세 건물은 ㄷ자형 배치형태로 화령전의 중심 건축군이다. 정전인 운한각과 그 옆면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이안청, 그리고 두 건물을 잇는 통로인 복도각이 자리한 구조로 되어있다. 이는 정자각 정전에 이안청이 별도로 있던 조선 초기 영전과는 달리 이안청을 복도각으로 연결해 조선 후기의 변화된 새로운 형식의 영전 공간구성을 보여준다. 정전의 평면구성은 중앙에 어진을 봉안하는 합자(閤子)를 두고 좌우에 온돌이 있는 협실을 두었으며, 여러 물품을 보관했던 퇴칸을 배치하여 주칸의 크기를 달리했다. 기둥의 가공이나 창호, 창틀, 지붕마루, 기단 석축 가공 등 세부적으로도 격식이 돋보이는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화령전은 승정원일기와 순조실록을 통해 건물 준공과정이 기록되어 있으며, ‘화령전응행절목(華寧殿應行節目)’에는 제사 절차와 건물 관리 규범, 각 건물에 보관한 기물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전해오고 있다. 세 건물은 수원의 근대적 도시 발전 과정에서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1801년 창건 당시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고, 건물의 역사적 기록도 잘 남아 있다. 19세기 궁궐건축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인의 동원과 기술, 기법이 건물 각 세부에 충분히 적용되어 있어 역사적‧예술적‧학술적 의미에서 보물로 지정가치가 있다.

안성 칠장사 대웅전은 1790년 중창되어 1828년 옮겨 세워진 건물로, 경기도 권역에 조선 후기 사찰 중심 불전의 건축 상황을 잘 보여주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건축물이다. 전체 평면은 정면 3칸, 옆면 3칸으로 화려한 다포식 공포를 전‧후면에만 두었다. 구조는 짓고 관리하기 쉬운 2고주 5량의 맞배집으로 처리했으며, 이는 전반적으로 교세가 위축되어 있던 조선 후기에 지어진 불전 건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울러, 고려 전기 이래로 면면히 이어온 유래 깊은 사찰 건축의 전통에서 비롯한 특수한 모습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대웅전 전면의 석축과 계단, 초석 등에서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수준 높은 석공작의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칠장사는 1014년 혜소국사(慧炤國師)에 의해 중창(重創)하였으며, 정확한 창건 시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대웅전에는 1685년 만들어진 안성 칠장사 목조석가삼존불좌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13호)이 모셔져 있다. 또한, 1628년 그려진 칠장사오불회괘불탱(국보 제296호)과 1710년에 그려진 칠장사삼불회괘불탱(보물 제1256호)이 있다. 칠장사 경내에는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보물 제488호) 등 고려 시대의 불교 유적 등 다수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으며, 사찰의 역사를 전하는 사적기(寺籍記)와 현판 등도 남아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수원 화령전 운한각‧복도각‧이안청’과 ‘안성 칠장사 대웅전’에 대해 30일 간의 예고 기간 중 수렴된 의견을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