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제 마음을 알아주고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줄 수 있는 친구 한 사람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외식관련 컨설팅기업에서 기획‧디자인 업무를 하는 공효진(36) 씨는 작년 여름 그런 친구를 만났다.

“제가 다소 작은 심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어요.(웃음) 그런 저를 변화시키고, 더 당당하게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걸 알고 20년 동안 뇌교육 명상을 해온 누나가 ‘청년들이 명상도 하고 자신을 성찰하면서 성장하는 캠프가 있다'고 권하더군요.”

웹 퍼블리셔 공효진 씨는  명상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어깨를 토닥여 줄 수 있는 소울메이트로 자기 자신을 친구로 두게 되었다. [사진=강나리 기자]
웹 퍼블리셔 공효진 씨는 명상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어깨를 토닥여 줄 수 있는 소울메이트로 자기 자신을 친구로 두게 되었다. [사진=강나리 기자]

효진 씨는 작년 7월 제주에서 2박 3일간 열린 YECO(지구시민청년연합) 캠프에 참가했다. “자연 속에서 마음껏 즐겼고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춤도 추며 나를 표현해봤어요. ‘우리 모두가 지구시민’이며 자연과 생명, 지구를 느끼는 의식 속에서 제 자신을 찾을 수 있었어요. 명상을 하면서 하늘과 땅, 자연과 내가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내 안에 있는 나’를 만났고, 나에게 ‘많이 힘들었구나. 괜찮아’라고 위로해 주는 것 같았어요. 내면의 친구가 지친 어깨를 토닥이며 해 준 위로 덕분에 캠프 내내 줄곧 행복했어요.”

자신과 친구가 되는 명상 경험을 한 공효진 씨는 단월드 신림센터를 찾아 뇌교육 명상을 시작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면 피곤하지만, 뇌교육 명상을 하고 나면 활기가 넘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더군요. 저녁시간이 쓸모없이 흘러가지 않고 충전하게 되었죠. 예전에는 쉽게 짜증이 올라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을 바라볼 수 있고, 제 의식의 저울이 영점에 놓이도록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몸도 전보다 훨씬 건강해졌고요.”

공효진 씨는 지난해 7월 제주에서 2박 3일간 열린 YECO(지구시민청년연합)캠프에 참가했다. [사진=본인 제공]
공효진 씨는 지난해 7월 제주에서 2박 3일간 열린 YECO(지구시민청년연합)캠프에 참가했다. [사진=본인 제공]

그는 지난해 12월 파워브레인 메소드(Power Brain Method)교육을 받으며, 지금 자신의 행동이나 습관을 되돌아보고 트라우마를 벗어던질 수 있는 계기를 만났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효진 씨의 첫 직장은 건설회사였다. 사무직과 현장업무를 병행하는데, 거칠고 막말이 난무하는 팀의 분위기가 잘 맞지 않았다. 같은 회사에 근무해도 팀이 다르면 벽을 쳐 놓은 듯 서로 교류도 하지 않았고, 사람은 그 자리에 필요한 부속품처럼 여겨졌다. 그가 2년 차가 되었을 때 현장에서 사소한 일로 팀장이 그에게 폭력을 휘두르려 했다. 그 일이 그에게는 정신적 상처로 각인되었다. “감정을 풀거나 이해할 기회도 없이 팀원으로서 그냥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 했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소통과 관계없이 노예처럼 일만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수없이 올라 왔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과 유종의 미도 거두지 못한다면 사회에서 제대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효진 씨는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르다. 효진 씨가 태어나기 전 형이 있었다. 공부와 운동도 잘하고 인기도 많아 누구보다 완벽했던 형은 19살에 축구경기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졸지에 귀한 자식을 잃은 부모님은 얼마 후 태어난 효진 씨를 위험하다고 밖에 내보내지 않고 보호하려 했다. 효진 씨는 “부모님께 완벽한 아들이 되고 싶었고 두 분 봉양은 늘 제 몫이라고 생각했죠.”라고 했다.

그렇게 직장에서 5년이 지났을 때 효진 씨는 이직을 결심했다. “그 회사는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죠. 그리고 32살에 전공을 버리고 전혀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것에  두려움이 컸어요. 하지만 지금 머물면 제가 살고 싶지 않은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고, 제 인생이라고 할 것도 없이 40~50대를 맞이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어두워지더군요.”

효진 씨는 어렵게 결정을 하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6개월의 취업지원과정을 마치고 ‘웹 퍼블리셔’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 “처음 맡은 행사기획 포스터 디자인이 통과되었을 때는 희열감이 느껴졌어요. 지금 회사 CEO는 이미 갖춘 실력보다 열정적으로 배워가며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을 응원하는 분이어서 제게는 멘토가 되어 주시죠.”

그러나 트라우마는 한번 생기면 쉽게 사라지지 않고 비슷한 인상의 사람을 만나거나,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반복된다. 효진 씨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가 상대방이 명령조로 말하거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면, 예전 기억이 떠오르고 거부감이 심하게 들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과 일하면서 많이 부딪히기도 했다.

공효진 씨는
공효진 씨는 "제게 PBM교육은 제가 마음의 두꺼운 벽을 깰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무의식적으로 살던 삶에서 깨어있는 의식으로 선택하는 삶으로 바꾸는 연습단계"라고 했다. [사진=강나리 기자]

파워브레인메소드(PBM교육)을 받을 때 효진 씨는 예전 팀장 때문에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감정의 상처들을 다 쏟아냈다. 그러고 나니까 그 사람 입장에서 자신을 볼 수도 있게 되었다. “그 분도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르려한 후, 사과는 하지 못하고 불편한 시선으로 저를 보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는 교육 과정 중에 이전에는 남의 눈치를 보느라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해냈다. “용기를 내려고 해도 잘 안되더군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버렸어요. 제가 정해놓은 한계를 넘어서 마음껏 자기표현을 했죠. 그랬더니 진짜 변화가 시작되더군요.”라고 했다.

예전에는 회사생활을 할 때 상대가 기분 나쁠까 염려되어 부탁을 거절하거나 자기 의견을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효진 씨는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자신감이 생겼다. “얼마 전 300명이 넘는 행사에서 사회를 맡았어요. 과거에 저를 아셨던 분들은 아마 상상을 못할 겁니다.”라고 활짝 웃었다.

그는 “지금도 제 마음 안의 벽을 하나씩 깨나가는 중입니다. PBM교육은 제게 두꺼운 벽을 깰 계기를 만들어 주었죠. 이 교육은 습관적으로 살던 삶에서 깨어있는 의식으로 선택하는 삶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그리고 교육을 받으면서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체감하게 되었어요. 깊은 이해심과 진심어린 사랑을 배웠죠.”라며 오래된 습관과 행동 패턴을 바꾸고 있다.

기자는 인터뷰를 마치며 공효진 씨에게 또래 친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하루하루 그냥 살다보면 세상에서 제공하는 정보 속에 휩쓸려서 자신의 생각 없이 살게 되더군요. 가치 있게 성장하지 않으면 어느 나이에서든 시련이 찾아옵니다. 매트릭스 같은 일상에 젖어있기 보다 인생을 깊이 생각하면서 자신을 바꾸고 성장할 수 있는 가슴 뛰는 꿈을 찾았으면 합니다.”

효진 씨는 지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이로운 콘텐츠를 창조해내고 싶어요. 제 개인의 이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로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전파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자신을 한계 지었던 트라우마와 틀을 벗고 힘찬 날개를 편 그에게서 설레는 희망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