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이 나라의 국민인성은 나아졌는가? 질문하게 됩니다. 2014년 7월 국학원 인성회복국민운동본부가 창립됐고 12월에는 인성교육진흥법도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은퇴 후 직업 30개 중에 ‘인성교육강사’를 추천하는 가이드북을 펴냈습니다. 이제는 학교나 관공서, 기업 등에서도 누구나 인성교육을 배우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러나 단 시일에 바뀔 수는 없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가 발전한 만큼 우리나라 인성도 나아지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특히 부자들의 갑질은 심각합니다.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K그룹 정우현 회장은 건물 안에서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문이 잠겨있자 경비원을 때렸습니다. 경비원은 매뉴얼에 따라 밤 10시에 건물 문을 잠갔으니 아무 잘못 없이 폭행을 당한 것입니다. 또 정일선 현대비엔지스틸 사장은 운전기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이러한 사건을 접하면 돈과 명예, 권력으로 상징되는 성공이 그 사람의 인성과 비례하지 않음을 뉴스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 초등학교 수영선수 준호(=영화 ‘4등’ 스틸컷)
 
그러한 점에서 최근에 개봉한 영화 <독수리 에디>와 <4등>은 성공과 인성에 대해서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면 금메달도 받고 박수도 받습니다. 성적이 오를수록 실력이 낮은 선수보다 특별대우를 받으면 자만하게 되지요. 전체의 룰을 어겨도 상관이 없다는 독불장군이 됩니다. 그래서 선수 이전에 사람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어떠한 부모와 교사를 만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 스키점프 국가대표로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에디(=영화 ‘독수리 에디’ 스틸컷)
 
<독수리 에디>를 보면 앞서 개봉한 <주토피아>와 비슷합니다. 주인공은 한계를 모릅니다. 넘어지고 상처를 입어도 도전합니다. 가족의 반대도 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주디 홉스가 최초의 토끼 경찰관이 된 것처럼, 에디(태런 에저튼) 또한 영국인 최초로 1987년 세계 선수권대회에 참가합니다. 이듬해 캐나다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출전합니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의 뇌운영시스템 BOS(Brain Operating System) 5법칙에서 ‘선택하면 이루어진다’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하겠습니다. 둘은 남보다 신체적인 조건도 불리합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주디나 에디가 아니죠. 이들의 뇌는 ‘하면 된다’는 정보로 가득합니다. 
 
▲ 수영선수 준호의 엄마와 동생(=영화 ‘4등’ 스틸컷)
 
반면 <4등>에서 초등학교 수영선수인 준호(유재상) 군은 경기에 나가면 동메달도 따지 못합니다. 아들보다 더 답답한 엄마(이항나)가 이름 대신 ‘4등’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아이의 인격은 없고 오로지 성적만이 사람 구실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엄마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면 참 불행한 나라에 태어난 것이죠. 어쩌겠습니까? 아이의 성공여부가 어머니의 존재가치로 재단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사회풍토이니 깐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엄마들이 모이면 아파트 평수와 자녀 등수만 이야기한다는 것에서 아이의 인성이 자라기 힘든 환경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에디와 준호의 차이점은 선택의 주체입니다. 에디는 스스로 꿈을 선택했고 멘토 또한 찾아갑니다. 에디의 부모는 그저 응원할 뿐입니다. 준호는 스스로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엄마가 아들의 발언권도 가로막고 코치도 대신 찾아줍니다. 그러니 수동적일 수밖에요. 코치의 강압적인 교육방식도 저항할 수가 없습니다. 4등을 받느니 차라리 맞아서라도 성적이 오르기를 바라는 엄마가 뒤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과정을 무시한 채 성적이 오르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일까요? 
 
▲ 코치 광수가 제자 준호를 때리고 있다(=영화 ‘4등’ 스틸컷)
 
이 대목에서 천재 수영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코치 광수의 과거가 술과 노름에 빠진 채 훈련장을 무단이탈하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그는 선수시절 폭력이 싫다고 외쳤지만 실제 코치가 되자 제자를 매로 가르칩니다. 준호 또한 코치에게 배운 대로 동생에게 폭력을 가하니, 교육의 효과는 ‘폭력의 대물림’밖에 없습니다. 
 
에디의 코치 브론슨 피어리(휴 잭맨)의 선수 시절은 수영코치 광수와 비슷합니다. 스키점프 선수로는 타고난 천재였지요. 그러나 훈련보다 술과 여자 등에 빠졌습니다. 결국 미국 국가대표 선수에서 퇴출됩니다. 스승 워렌 샤프(크리스토퍼 월켄)는 제자의 인성이 부족함을 안타까워했지요. 이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던 에디를 멋진 선수로 키워낸 모습에서 제자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됩니다. 결국 어떠한 마음을 먹느냐가 과거의 실패가 현재의 영광으로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코치 광수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코치 브론슨은 훌륭한 스승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 캐나다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국가대표 에디와 코치 브론슨(=영화 ‘독수리 에디’ 스틸컷)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유명한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한국 학생들의 교과 성적은 최고 수준이지만 사회성과 협동심 등 인성 지수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교수는 <인성이 실력이다(해냄2016)>에서 인성교육의 목표로 삼율을 제시합니다. 자기조율, 관계조율, 공익조율입니다. 자기조율은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는 것, 관계조율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잘 사는 것, 공익조율은 공동체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관계조율은 어른이 아이에게 보여줘야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예전에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행사를 취재하고 어느 초등학교 교사 가족과 뒤풀이 식사자리에 합석했습니다. 천방지축 뛰놀던 9살 딸이 자리에 앉더니 어른들의 수저를 가지런히 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아이를 통해 부모의 인성을 보게 됐습니다. 요즘처럼 서른 살이 넘어도 기본적인 예절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부모부터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게 되는 것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인성은 부모나 스승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면서 배워가는 것입니다. 이번에 20대 총선에 당선된 국회의원들도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인성교육의 모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