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보면 음식이 주인공입니다.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유행하기 때문입니다. 먹을거리가 국민의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방송이 보도된 다음 날 식당에 사람들이 몰려갑니다. 남보다 먼저 먹고 싶은 것이죠. 식탐(食貪)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사람들이 음식을 좋아하면 건강해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한국의 대장암 발병률이 10만 명 당 45명(2012년 기준)으로 세계 1위입니다. 그 원인은 과식입니다. 많이 먹은 만큼 병을 부릅니다. 
 
또 사람들이 구입한 식품 가운데 절반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2011년 유엔의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매년 총 13억 톤의 식량이 낭비됩니다. 선진국 또는 산업국가에서만 매년 2억 200만 톤의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반면 10억 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인 문제임을 알려줍니다. 먼저 요리사부터 인식이 바뀌어야겠죠. 미국 최고의 페스트리 요리사 디이터 쇼르너 씨를 소개합니다. 뉴욕에 있는 프랑스 요리학교 페스트리 아트 학과장을 지냈으며 뉴욕 하이드 파크 소재 미국 요리 전문학교에서 10년째 가르치면서 세계 최고의 페스트리 요리사들을 많이 길러냈습니다.
 
열심히 가르치면 기술만 배우는 게 아니에요. 또 좋은 인간이 못 된다면 기술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물 좀 흘린 걸 닦느라 종이를 반 두루마리나 쓰게 되면 나무를 점점 많이 베야 할 거야. 나무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결국에는 없어져"라고 말합니다. 전 학생들에게 지구를 돌보는, 미래를 돌보는 사람도 되라고 자주 말합니다.- 가르친다는 것은(이매진2011)
 
그는 고객이 너무 많이 먹으면 돈 벌 사람은 의사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요리만 잘하고 매스컴으로 유명해져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최근 <지구경영, 홍익에서 답을 찾다(한문화2016)>에도 지구를 살리는 실천법을 담았습니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경희대 교수는 “방송에서 사람들은 입안으로 많은 음식을 가져갈수록 만족해하는 것 같아요. 환경 위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 이런 행동이 지구에 어떤 피해를 줄지 한 번쯤 생각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쌀 한 톨이라도 아끼는 한국의 검소하고 소박한 전통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합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을 합니다. 육류 소비를 위해 동물을 사육하는 것은 생태계 파괴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벌목된 아마존 숲의 80%가 가축을 키우는 방목지로 사용되고 축산업이 전 세계의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세계식량기구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는 몸집을 키우기 위해 충분한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면 필요한 만큼만 소량만 섭취해도 돼요. 나머진 정신을 키워야죠”라며 “가끔은 단식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때는 뱃속을 깨끗하게 비워냄으로써 정신을 아주 맑게 정화할 수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가 궁핍했던 보릿고개 시절에는 음식이 귀했습니다. 그때는 삼시 세끼 먹는 것이 중요했지요. 누구를 만나더라도 “밥은 먹었느냐?”라고 안부 인사처럼 말했습니다. 이제는 주식과 간식, 야식까지 있습니다. 내 몸을 아끼고 지구를 살리는 방법은 식습관의 변화에 달려있습니다. 점심때 고기를 양껏 먹고 저녁에 또 밥 먹으러 가겠다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왜 사는가?’라는 물음이 들더군요. 늘어난 뱃살만큼 삶이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먹고 사는 것이 존재 이유가 되는 요즘의 시대가 먹방 열풍을 부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멈춰야지요. 그리고 음식이 아니라 사람과 지구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이것이 지구시민운동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