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1입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결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5대 0을 자신하던 이세돌 기사는 3연패를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3일 이 기사는 마침내 1승을 거뒀고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생중계하던 모 방송국의 여성 앵커는 감격에 겨워서 울었습니다. 이튿날 신문의 1면은 이세돌에 대해 ‘인간승리’라고 썼습니다. 마치 48년 만에 우리나라 축구팀이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2002년이 떠오르더군요. 

▲ 이세돌 기사가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대결을 벌이고 있다(사진=한국기원)
 
이와 함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심지어 SF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느냐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2014년 12월 2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해진 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인류가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 것이 회자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구글의 에릭 슈미트 지주회사 회장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인공지능 개발)로 인간은 더 똑똑해지고 세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결국 어떠한 목적으로 개발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11일 대전 카이스트(KAIST)에서 “새로 개발되는 강력한 기술들은 언제나 윤리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르고, 인공지능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습니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 한국기원과 구글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시작으로 4차 산업혁명이 회오리처럼 불어 닥칠 것을 체감한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발표한 ‘미래고용보고서’는 “앞으로 5년 내 전 세계에서 일자리가 5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유비쿼터스, 3D 프린터 등이 산업 지형도를 완전히 바꿀 것입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1년에 두 차례씩 갖는 ‘생각주간(Think Week)’은 유명합니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작고 최고경영자가 할 일이 많았던 1980년대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빌 게이츠는 일주일 동안 오직 책이나 논문, 언론기사를 읽고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독서율은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교과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일반 도서를 1권 이상 읽은 비율인 연평균 독서율이 성인의 경우 65.3%이라고 밝혔습니다.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입니다.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래 최저입니다.
 
기자 또한 취재와 기사쓰기에 빠진다면 독서할 여유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로봇기자가 많아질 텐데, 이렇게 살다가는 로봇한테 일자리를 뺏길 것입니다. 정신이 번쩍 나더군요. 3년 전부터 시간만 나면 도서관이나 서점의 방문횟수를 높였습니다. 처음에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였지만 점차 독서의 외연은 넓어졌습니다. 그곳엔 인생 고수부터 수천 년의 역사를 모두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일 또는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를 꼽습니다. 먼저 호기심을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모두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을 위한 추천도서’도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자의 책이 아니라 독자의 인생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책이 필요한 것이죠. 더 나아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보험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식단을 바꾸고 싶습니다. 도서관에서 요리나 건강 관련한 책 10권을 꺼냅니다. 신문을 보듯이 가볍게 읽습니다. 그중에 쉽게 읽히고 유익한 책 1-2권만 빌립니다. 이제 실험에 들어갑니다. 음식재료도 바꾸고 직접 먹어보면서 효과도 느껴봅니다. 2주 대출기간이 식습관을 바꾸는 시간이 되는 것이죠. 이후 평생 두고 봐야겠다고 생각하면 책을 삽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독서와 인생은 풍요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새로운 자신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직장을 다녔지만, 좋은 선배는 책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은 밥을 사면서 과거 잘나갔던 시절을 늘어놓았습니다. 오래 전의 일기를 읽어보니, 두 선배의 미래가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 사람은 교수가 됐고 다른 분은 명예퇴직 했습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또 어떻게 될까요? 인공지능 알파고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전문가로 성장해야할 것입니다.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학교이고 직장이자 국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입니다.